단편동화

7시간

운당 2014. 9. 28. 12:57

<동화>

7시간

 



아침 7시입니다.

세민아! 일어나렴. 학교 가야지.”

엄마가 세민이를 깨웁니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물마을을 깨우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 아닙니다. ‘아름다운 물마을을 깨우는 건,

, 까아악! 깍깍 깟!’

산까치들이 먼저입니다.

이른 아침이면 산까치들이 솔숲, 편백숲을 지나 마을로 내려옵니다. 산 벚나무, 감나무, 은행나무를 깡충대며 날아다니다 느티나무로 갑니다.

그곳에 아름다운 물마을이란 팻말이 걸린 정자가 있습니다. 그 기와지붕 정자를 둘러싸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열 그루도 넘습니다.

할아버지 나무, 할머니 나무, 장군님 나무, 약초꾼 나무, 대장장이 나무, 나무꾼 나무등 다 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제일 어린 나무가 삼백 살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는 오백 살입니다.

하지만 느티나무들은 아직도 젊습니다. 푸른 잎을 하늘의 별처럼 많이 달고 너른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느티나무에서 산까치들이 한바탕 노래자랑을 하고 갑니다. 그게 아름다운 물마을의 아침을 여는 소리입니다.

알았어요.”

세민이가 방문을 열고나옵니다.

와락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십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숲에서 나온 싱그러운 바람이 세민이에게 찰싹 달라붙습니다.

! 아흠!”

세민이가 두 팔을 벌려 크게 기지개를 켭니다.

세수를 합니다. 아침밥을 먹습니다. 이를 닦고 거울 앞으로 갑니다. 머리를 곱게 빗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깁니다.

아침 750분이 됩니다.

이제 학교 갈 시각입니다. 8시가 되면 통학 버스가 느티나무 정자가 있는 빈터로 올 겁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세민이는 집을 나섭니다.

아름다운 물마을의 단 한 명인 초등학생이 세민이입니다. ‘아름다운 물마을에 집은 여덟 집인데, 학생은 세민이 한 명입니다. 아이도 세민이 혼자입니다.

하지만 학교 가는 날 아침이면 8시에 맞춰 통학 버스는 어김없이 옵니다.

, ! 지난해에 딱 한 번 못 온 적이 있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커다란 나무들이 길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날을 아빠가 세민일 업고 아름다운 물마을아래 큰 길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 학교 간다. 잘 놀아.”

고양이 이가 세민일 뒤따라 방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콩이를 학교에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콩이를 타이르는데, ‘이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옵니다.

, ! 너 콩이랑 사이좋게 놀아야 해.”

고양이 이는 이름처럼 조그마한데, 흰둥 개 이는 덩치가 세민이보다 큽니다. ‘이와 이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며 싸우려 합니다. 그래서 세민이가 이와 이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당부를 하는 겁니다.

학교 다녀올 게.”

세민이는 집을 한 바퀴 빙 돌며 나무와 꽃들에게도 인사를 합니다.

요즈음엔 뒤뜰의 참취꽃이 참 예쁩니다. 봄에 취나물을 뜯어먹었던 참취들이 작고 하얀 예쁜꽃을 수북히 달았습니다. 세민이가 그 참취꽃들을 꼬막손으로 살살 만져줍니다.

그리고 집 옆으로 흐르는 작은꽃내로 내려갑니다. 버들치, 다슬기, 가재가 사는 곳입니다.

아침 먹어야지.”

오늘 아침밥은 멸치가루입니다. 마른 멸치를 잘게 가루로 만든 먹이입니다. 세민이가 그 멸치가루를 작은꽃내에 살살 뿌려줍니다.

채송화, 어성초, 씀바귀, 나팔꽃, 도라지꽃! 안녕!”

작은꽃내돌틈에 사는 버들치들도 이름이 있습니다. 세민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오는 애들입니다. 세민이가 그 애들에게 꽃 이름을 붙여주어서 내 이름도 작은꽃들이 사는 작은꽃내가 되었습니다.

돌나물꽃! 넌 조금 큰 걸 줄게.”

돌나물꽃은 가재 이름입니다. 돌나물꽃가재가 집게발을 들고 엉금엉금 바위 그늘에서 나옵니다. 세민이가 마른 멸치 한 마리를 통째로 줍니다.

, 너희들도 아침 먹어야지.”

바위 아래쪽에 붙어있는 다슬기들에게도 멸치가루를 뿌려줍니다.

그럼, 학교 다녀올게.”

세민이는 작은꽃내에서 나와 통학차를 타러갑니다. ‘부릉부릉저만큼 통학차가 오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좋은 아침이다. 어서 오렴!"

통학차가 세민일 싣고 학교로 갑니다.

국어, 수학, 음악, 미술, 체육.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 2시 반입니다. 이제 세민이가 집에 갈 시각입니다.

안녕! 내일 또 봐!”

잘 가!”

자기 마을 앞에서 아이들이 통학차를 내립니다.

그리고 세민이만 남습니다. ‘아름다운 물마을은 산골짜기 안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세민이도 통학차에서 내립니다. 기사 아저씨께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엄마에게도 인사합니다.

모두들 잘 있었어? 나 학교 다녀왔다.”

세민이는 집을 한 바퀴 빙 돕니다. 아침에 인사를 나누었던 나무와 꽃들을 다시 만납니다.

아니, 넌 누구야?”

세민이가 뒤뜰 참취꽃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춥니다. 하얀 참취꽃이 아침보다 더 흐드러졌습니다.

그 하얀 꽃 여기저기 벌들이 붕붕 거립니다. 그리고 아침에 보이지 않던 게 또 있습니다.

널따란 거미줄입니다. 하얀 참취꽃과 빨랫줄 사이에 거미줄이 걸려 있습니다. 거미줄에는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보입니다.

각시거미입니다. 기다란 발, 알록달록한 무늬가 예쁩니다.

어느새 거미줄을 쳤네. ! 벌이랑, 나비를 잡으려는 거지?”

세민이가 물어도 각시 거미는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죽은 척 꼼짝 안합니다.

그래, 좋았어. 각시 거미! 너 내 수수께끼를 풀면 너도 우리 식구가 되는 거야. 그러면 네 일을 훼방 놓지 않을 게. 그러니 문제를 잘 듣고 잘 풀어야 해.”

세민이가 수수께끼를 냅니다. 각시 거미에게 묻습니다.

그러니까 말야. 우리 아름다운 물마을의 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하지만 각시 거미가 어떻게 대답 하겠습니까? 그런데 각시거미가 수수께끼를 풀었나 봅니다.

세민이가 각시거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합니다.

알았어. 우리 아름다운 물마을의 물은 하늘로 흐른단 말이지? 하늘에서 왔으니 하늘로 간단 말이지. 아침에 내린 이슬이 해가 뜨면 하늘로 올라가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물마을의 샘물이 땅 속에서 퐁퐁 솟는 건 다시 하늘로 올라가려는 거라고? 그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혼자 묻고,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세민이가 마침내 각시 거미를 식구로 받아들입니다.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각시 거미를 안심시킵니다.

좋아. 각시거미! 내 수수깨끼를 잘 맞췄다. 이제 넌 우리 식구야. 여기서 살아도 돼.”

각시거미를 새 식구로 맞아들인 세민인 작은꽃내로 갑니다. 버들치, 가재, 다슬기 식구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학교에서 빵 조각을 남겨왔습니다. ‘작은꽃내식구들에게 줄 저녁밥입니다.

그 때 큰 방 쪽에서 괘종시계 소리가 들렸습니다.

! ! !”

오후 세시를 알리는 소리입니다.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서 오후 3시에 왔으니, 7시간입니다.

꽃과 나무, ‘작은꽃내의 버들치, 가제, 다슬기 등 아름다운 물마을세민이네 식구들이 세민이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 7시간을 행복하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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