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세민이 이야기 6
-아름답구나
“맴 매애앰, 멤!”
오늘도 매미 소리가 여전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시끄럽지 않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하루 종일 시끄럽게 했던 매미였습니다.
“우리 세민이 맘마 먹자.”
어쩔 땐 엄마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따금 ‘맴 매에엠 맴!’ 매미 소리가 들렸다 말았다 합니다. 소리도 무척 작습니다.
창밖 참나무 가지에 매미가 보입니다.
“애! 오늘은 왜 너 혼자니?”
“응! 세민이구나. 내 친구들은 모두 세상을 마쳤어.”
“세상을 마쳐?”
“죽었다는 말이야. 우린 알로 태어나 유충이 되고, 매미가 되었다가 세상을 떠난단다. 모든 생명이 다 그렇게 태어났다 죽는 거야.”
“그렇구나.”
“난 알에서 유충이 되어 땅 속에서 7년을 살았어. 그리고 달이 손톱만할 때 이 숲으로 나와 매미가 됐지. 그런데 오늘 그 달이 반달이 됐어. 이제 나는 이 숲을 떠나야해.”
매미가 힘없이 말했습니다.
“참 슬프겠구나?”
“아니야. 난 행복해. 열심히 살았거든, 참 아름다운 세상이었어.”
“그렇구나!”
“그럼, 세민아! 잘 있어.”
“안녕! 잘 가.”
세민이가 꼬막손을 흔들어줬습니다. 그 때 갑자기 눈앞에서 매미가 사라졌습니다.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세민아! 잘 있어. 이제 나도 떠나야 돼.”
누군가 또 세민이를 불렀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여름바람입니다. 이마에서 땀을 줄줄 흐르게 했던 그 무덥던 바람입니다.
“어휴! 더워! 널 보기만 해도 덥다, 더워. 그래 여름바람 넌 어디로 가는데?”
“응, 우리 여름바람은 저기 남쪽으로 가야 해. 우리가 가면 저기 북쪽에서 가을바람이 올 거야.”
“이제 떠나니 슬프겠구나?”
“아냐. 난 열심히 살았어. 그래서 행복해. 모두를 무덥게 했지만,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거든. 이제 내년에 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러 올 거야.”
“그렇구나!”
“그럼, 세민아! 잘 있어.”
“안녕! 잘 가.”
너무 더워서 숨을 못 쉬게 하던 여름바람이 갑자기 눈앞에서 휙 사라져버렸습니다. 남쪽 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세민아! 안녕!”
“응, ‘도래미파솔라시도’들이구나. 어서와!”
참새들입니다. 이제 아기 참새가 아닙니다. 날개도 튼튼해지고, 노래 소리도 씩씩합니다.
“너희들도 매미나 여름바람처럼 떠나는 거야?”
“아냐. 우린 안 떠나. 세민이가 쪼그만 아기에서 쑥쑥 자라듯 우린 여기서 어른이 될 거야.”
“그럼 너희들도 행복한 거야?”
“암, 우리들도 행복해. 이 아름다운 숲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까. 이제 어른이 되고, 아기 참새를 낳고, 우린 앞으로도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갈 거야.”
“나도 얼마 전 백일이 지났어. 그리고 이제 내 맘대로 뒤집기를 할 수 있어. 곧 기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참새들 너희들에게 알려줄게 있어.”
“뭔데?”
“곧 내 입에서 이가 나올 거야.”
“이?”
“응, 우리 사람에게는 이가 있어. 그 이가 있어야 음식을 꼭꼭 씹어서 먹을 수 있는 거야.”
“그렇구나?”
“그럼!”
세민이가 참새들하고 얘기를 나눌 때입니다.
“세민아! 아빠 오셨다.”
아빠가 오셨습니다. 엄마랑 세민이에게 왔습니다.
“우리 한강 구경 나가자.”
아빠가 세민이를 업었습니다. 등으로 업은 게 아니라 배로 업었습니다.
세민이가 아빠 배에 딱 붙었습니다. 나뭇가지에 붙은 매미 같습니다.
아빠, 엄마, 세민이가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바람이 서늘합니다. 정말 여름바람이 남쪽으로 가고 가을바람이 북쪽에서 왔나 봅니다.
달이 떠있습니다. 반달입니다. 저 달이 손톱만할 때 어른이 되어서 반달이 될 때까지 살았던 매미가 생각납니다. 그 매미가 살던 숲에서 이제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세민아! 한강 물이 참 아름답구나.”
엄마와 아빠, 세민이가 한강을 내려다봅니다. 빨강, 노랑, 파랑 불빛이 담겨있는 강물이 아름답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