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마라

운당 2011. 7. 1. 08:04



<짧은 이야기>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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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확실히 미쳐부렀어. 예전에는 태풍이 지나감시롱 장마전선을 밀어불먼 장마는 끝이었는디, , 그 머시냐. 이번 태풍 메아리는 대답없는 메어리였나벼. 이놈의 장맛비가 또 오네 그려.”

아따! 지는 비온께 시원해서 좋은디요.”

오늘도 변함없이 시각에 맞춰 귀빈체육관에 들어선다. 그러자, 신 선배가 혀를 차며 말하면서도 얼굴 가득 해바라기 웃음으로 반겨준다.

선배님! 좋은 일 있으시오?”

, 오래 전에 누구 디지먼 떡돌린다고 헌 사람이 있었어. 근디 그 누구가 쉽게 디지겄는거? 악인은 명줄이 긴 게 신의 뜻이라 헌께 말이시. 근디 또 어떤 사람이 말을 혔써. 이번에 한 5백미리 폭우로 거 머시냐, 디질 사자, () 머시기를 확 쓸어버리면 민어회에다 잎술주를 돌린닥 안헌가. 여름엔 민어회가 그만이여. 장맛비 봄시롱 그 생각을 헌께 기분이 실실 좋아진단 말이시.”

워따메, 겨우 민어회에 잎술주라요? 지는 그 공구리 삽질을 확 쓸어버리면 1년치 용돈 팍 써불라요. 돼지 잡고 소잡고, 작것 뭔 돈이 아깝것소 잉!”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준비운동에 앞서 한창 입운동을 할 때다.

아따! 이 양반들이 운동 할 생각은 않고 만나기만 하면 이바구가 먼저여.”

큰 기침을 하며 관장이 운동 장갑을 들고 나온다.

근께 폭우가 쏟아져 확 쓸어가버리면 그 공구리 삽질 구조물만 쓸려가겄소? 인명피해가 나먼 불쌍한 애믄 사람만 죽을 것 아니오?”

오메 오메 그러내요. 어찌 그 생각을 못했을깨라우. 맞아요. 인명이 최우선이지라우.”글고, 또 하나. 그 디질 인간이 공구리 삽질을 다시 또 허라고 할텐디, 그라믄 우리 짠한 백성은 죽어라고 세금을 더 내야 허고, 근께 뭐시냐? 한 마디로 공사 허는 기업들 돈만 보태주는 격이다. 그 종자들 배만 불려준다 이 말이요. 근디도 확 쓸어버려야 쓰겄소?”

오메, 오메 진짜 그러내요. 에구 근께 나같은 돌머리는 아무짝에도 쓸디가 없단께요.”

관장 말을 듣고 본께, 그놈의 디질 사() 머시기 땜시로 손해보는 놈은 우덜뿐이구먼. 근께 잘난 놈은 잘 난디로 놀고 못난 놈은 못 난디로 놀으락 했나벼. 더 생각허먼 건강에 지장이 있으니 그만 운동이나 허세.”

신 선배가 헛둘, 헛둘, 준비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동안 땀을 뻘뻘 흘린다. 창문을 두들기는 빗방울처럼 운동기구 소리만 달그락 거린다.

아따, 잠시 쉬었다 헙시다.”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며 잠시 쉴 때다.

음악만 나오는 체널도 하나 있으먼 좋겄는디.”

체육관 한쪽에 있는 티비 체널을 신 선배님이 여기 저기 돌릴 때다. 뉴스와 함께 어떤 인간의 낯바닥이 보인다.

반값등록금 등 서민정책을 둘러싼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과 관련, 옛말에 동냥은 못해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며 자성을 주문했다. 이어 서로 남의 탓만 하면 안 된다이런 점에서는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따! 떡이고, 민어회고, 잎술주고 다 날아가버려서 기분 팍인데, 하필이먼 이 순간에 저 비호감 낯바닥이다요? 얼릉 채널 돌려버리시오. !”

근메 말이시. 불쑥불쑥 나타나는 저 낯바닥 땜시 우린 체널 선택권을 빼앗겨버렸단 말시.”

한 일년 반 꾹 참고 있으먼 안 보게 되것지라. 근디 우리가 무슨 동냥치인갑소. 언제 우덜이 쪽박 들고 가서 동냥잔 주시오, 동냥잔 주시오.’ 했을께라? 신 선배님이 쪽박 들고 갔소?”

아따, 뭔 소리여? 세끼를 굶어도 동냥 바가지 들고 저 인간은 안 찾아가. 혀바닥 깨물고 죽어불먼 죽었지.”

글먼 관장님이 동냥치 쪽박 들고 갔소?”

오늘 비오닌께 별 소릴 다허네. 쓰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 운동이나 다시 헙시다.”

아따, 그래도 범인은 찾아야지라. 과연 어떤 백성이 동냥치 쪽박 들고 갔는지 알아야 속이 시원하겄는디요. 이 순간에 우덜 백성들이 다 동냥치가 되었는디 성질도 안 나요?”

허긴 그래, 뭐시냐? 반값 등록금도 지가 선거공약으로 해놓고 3년 반을 시침 뚝 떼니까, 우리 학상들과 백성들이 고것이 어쩌코롬 된 것이냐 한 것이제. 우덜이 동냥잔 주라고 말한게 아니잖여?”

근께 저런 인간들은 다 없는 사람들을 거지 동냥치 취급하는 거요. 그게 세상 이치지라. 그것 뿐이요? 방금도 남의 탓 하지 말라고 하잖여. 지는 맨날 잘 못 된 일은 김대중, 노무현 탓, 어려운 일은 빨갱이들 탓, 물가 오르면 다른 나라도 오른다고 탓을 돌리면서 말요.”

유치찬란하다는 말이있는디, 쬐까 잘한 거 있으먼 지가 잘나서 잘한 거고, 못한 건 모두 느그들 탓이니 희대의 유치찬란한 상판데기네요. !”

동냥치 쪽박 말을 들으니 갑자기 옛 생각이 나부네요.”

관장님! 뭔 생각인디요?”

근께 내가 소시적에, 한창 팔팔할 때였소. 거시기 머냐. 장애비 다리서 서창가는 길로 가다보면 논 가운데에 공장이 하나 있지라. 폐비닐재생공장이었지라.”

관장의 말을 종합 정리하면 이렇다.

농촌에서 농작물 재배에 쓰인 비닐을 마구잡이로 수거를 해온다고 했다. 거기에는 온갖 오물, 그러니까 똥까지도 묻어있어 그 악취가 코를 찌른다고 했다.

먼저 그 비닐을 종류별로 구분해 일정한 크기로 묶는다고 했다. 다음엔 커다란 통에 양잿물(수산화나트륨)을 잔뜩 풀어 그 비닐뭉치를 넣고 발로 지근지근 밟는다고 했다. 피부에 직접 닿으면 껍질이 벗겨질 정도의 독성이 강한 양잿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물을 씻은 다음 그 비닐을 천오백도 가까운 곳을 통과시키고 다시 식히고 해서 최종적으로는 작은 비닐 알갱이로 만든다고 했다. 그 알갱이가 재생비닐 원료라고 했다. 그걸 일정한 봉지에 넣어 팔기도 하고 다시 비닐을 만들기도 하는 그 공장에서 관장이 일할 때였다.

악취와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는 공장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정식 기술자도 있었고, 인근 농부들이 농한기를 이용해 비정규직으로 일을 했는데, 경기가 좋아 공장은 24시간 계속 가동되었다.

이거 열악한 환경에 강도 놓은 노동,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우리는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 번 뭉쳐서 환경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합시다

관장이 앞장을 섰다고 했다. 먼저 공장 환경 개선, 임금 인상 등의 요구 사항을 적은 문건을 사장에게 주었다고 했다.

처음엔 사장이 콧방귀도 안 뀌더라고요. 일 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는 거여. 그래서 파업을 하기로 했지요. , 근디 다음 날 노동자들이 만나기로 약속한 곳으로 나오지 않는 거요. 순진한 농촌분들이라 겁이 났던 개비여라. 그래서 다음 날은 공장으로 가는 길을 지켰지라. 그렇게해서 모두들 데리고 무등산 증심사 계곡으로 갔지라. 막걸리와 돼지고기도 가지고 가서 신나게 놀았지요.”

그렇게 사흘을 파업하고나니까, 마침내 사장이 손을 들더란다. 환경개선은 노동자들 요구대로 해줄 것이고, 임금도 20프로 인상, 명절 보너스까지 준다고 했다.

홧팅! 참 잘했구먼요. 관장님 다시 봐야것소 잉!”

뭐 그래? 사장 눈에는 빨갱이로 보였겠구먼. 그래서 쫓겨났것구먼. 그랬지?”

쫒겨나긴요. 나도 그만 둘라고 했는디, 사장이 그만 두라고 합디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였지요. 전화가 왔어요.”

누구한티요?”

공장에서 일하는 가장 연세가 많은 영감님이 만나자는 거였지요.”

만났더니 하소연을 하더란다. 꼭 깡패같은 젊은 놈이 새 공장장으로 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매사에 간섭하며 들볶는다고 했다. 조금만 잘못하면 임금을 깎겠다고 협박을 일삼는다고 했다.

그래요. 잘 알았소. 걱정 마시오. 그런 싸가지 없는 놈은 뜨건 맛을 봐얀께.”

그 날 오후 관장은 장애비 다리에서 공장장을 기다렸다.

당신이 공장장이요?”

그려 맞소? 뭔 일이요?”

뭔 일이긴? 이 싸가지야!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마라는 말 아냐? 불쌍한 농촌 노인, 부녀자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괴롭히다니 맛 좀 봐라.”

한바탕 몸 싸움이 벌어졌다.그 공장장놈 관장 주먹 몇 대에 그만 깨고닥! 했겄구만이라?”

아따 말만 들어도 시원허네.”

관장의 주먹 발길질이 휙휙 날아다는 게 눈 앞에 훤하다.

동냥을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마라. 관장님의 말은 멋있고 품위있게 들리는데 어째서 그 인간의 말에서는 천박함이 유치찬란할께라우?”

그게 진정성이여. 인간의 품격과 가치가 진정성에 있기 때문이야. 백성은 하늘이여. 기생충 같은 천박한 놈이 하늘 알기를 동냥치, 거지로 알고 있으니 원쯧쯔.”

맞아요. 그래요. 진정성이 없는 말은 사기요, 협박이요, 교활함인 거시지라.”

잠시 비가 멎었다. 체육관에서 사거리를 내려다본다. 노인 한 분이 자전거에 폐휴지를 잔뜩 싣고 온다. 자신의 몸보다 두 세배도 더되는 부피다. 그래서 이제 노인의 모습은 없고 자전거와 짐만 보이며 간다.

워매, 비 맞으면 얼매나 무거울까? !”

저 노인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고 잠시 기도한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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