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not the shit?
cloud. h. kim
구름씨는 2012년 12월 19일 저녁에 딱 소주 두 잔을 마시고, 이름을 영어로 바꿨다. 소주 두 세병을 마시려고 호기롭게 준비했다가 딱 두 잔을 마시고는 숨이 컥 막히어 술잔을 던져버리고 이름까지 바꾼 것이다. 선친이 지어준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불효를 저지르면서까지 이름을 바꾼 이유가 있다.
아무튼 그 이유를 길게 설명하는 건 지루할 거다. 간단히 말하자면 영어가 좋아서도 아니고, 영어를 쓰는 국가가 부러워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나라를 잃은 유민이 된 것이 부끄럽다며 모국어를 쓰지 못하겠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영어가 전부인데 어찌 말글살이가 자유자재일 건가? 또 설령 자유자재라 한들 주변에 알아먹고 상대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구름씨의 영어는 구름을 클라우드로 바꾼 영어식 이름과 이따금 억지스럽게 쓰는 토막 생활용어, 그리고 저렇게 간단한 글 제목 정도일 뿐이다. 한 마디로 웃음거리용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저 위 클라우드. 에이치. 킴이 쓴 제목이 뭐냐면 ‘이거 똥희제?’라는 외침이다.
오늘은 그 사연을 얘기해보겠다.
얼마 전, 그날은 아침부터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출근길에 갑자기 배가 아파 공중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큰 똥덩이 놈이 툭 떨어지는데 풍덩 소리와 함께 변기의 물이 튀더니 엉덩일 적시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엉거주춤 근처 목욕탕엘 잠시 들려야했다.
또 점심때였다. 곰탕 한 그릇을 맛있게 거의 다 먹었는데, 아니 이게 뭔가? 국물 속에 파리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도 똥파리였다. 화장실에 가서 한바탕 웩웩 거렸지만, 무슨 소용 있으랴? 다시는 그 곰탕집 안 가는 걸로 하고 마무리 지었다.
아무튼 그날은 그렇게 정말 재수 없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을 확실하게 더 기억하는 것은 대변인 신분의 윤창중이란 놈이 미국에 가서 후안무치하고 싸가지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뉴스로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이름을 바꾼 뒤로 신문 방송도 안 봐서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그날, 그 재수 없는 날 오후였다. 그러잖아도 술 생각이 간절한데 친구가 술 한 잔 하자고 전활 했다. 그러면서 듣든지 말든지 용건을 말하기 전에 욕부터 해대는 것이었다.
“아, 청와대 대변인 그러니까 윤창중 대변인가 큰똥인가, 아 그놈이 달구새끼 따라 미국 가서 똥을 싸도 단군 이래 가장 더럽고 추악한 똥을 쌌단 말이네. 달구새끼 똥맛을 보더니 환장을 한 거야. 그 추접하고 더러운 것들! 이름자도 들먹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아, 이건 생각 안하려 해도…. 아! 나 미치겠네. 돌아버리겠네. 술이나 한 잔하세. 도저히 못 참겠네.”
아무튼 그 재수에 옴 오른 날, 친구 전화를 받고 나가서 지 놈 딸년보다 어린 여성을 끼고 앉아 농락하며 시바스리갈을 마시다 죽은 인간부터 시작해서, 쥐와 달구새끼에 이르기까지 친일, 매국, 군부독재, 수구꼴통 딸랑이들의 역사를 한 바탕 뒤돌아보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테면 ‘아, 박똥 시절, 남떡우라는 인간 말일세. 그 남의 집 가계부를 떡 주무르듯 우롱했던 놈 말일세. 또 있어. 그 뭐냐? 최뚜부라고 한 인간? 그 놈 이름이 뭐지? 아니 낙지와 노가리를 합치면 뭐가 되는지 아나? 군부독재, 아냐, 그게 아니고 답은 해물잡탕이야. 크 소주 안주는 해물탕이 그만인데….’ 하는 식으로 온갖 지방방송이 얽히고설킨 난장의 대화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더러운 얘기 한 것을 단군 할아버지께 사죄하며 맥주로 입가심을 했다. 첫잔에만 소주 한잔에 맥주 한 컵을 섞어 마시는 게 요즈음의 술 습관인데, 과거식으로 소주 마시고 맥주 마셨으니 꽤 취한 거였다.
그래도 어지간히 스트레스는 해소되어, 아침부터 재수 없었던 것을 어느 정도 잊어버리고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 취한다!”
차 가까이 오니 미리 불러놨던 대리운전 기사가 와있었다. 그 대리기사는 잘 아는 고향 후배기도 했다. 그런데 차에 오르려고 보니 바로 차문 아래에 무슨 질퍽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어야, 동생! 이거 똥희제?”
고향 후배가 운전석에 오르려다, 클라우드 곁으로 다가왔다. 얼른 보더니 침부터 뱉는다.
“아따 똥을, 어떤 개새끼가 쌌는지 더럽게 쌌네. 그렇지만 형님! 어찌 점잖으신 분이 똥이라는 말을 쓰시오? 이거 변희제? 이렇게 점잖게 말씀하셔야지요.”
“어! 맞어. 그렇제. 내가 그럼 다시 물음세. 어야 이거 변희제?”
“아따, 형님도. 똥을 똥희제? 하고 말해야지 무슨 변희제? 한답니까? 똥희제 맞아요. 똥희제가 맞다고요.”
“그래? 그렇다면 이거 똥희제?”
“예! 똥희제구만요. 조심하세요. 신에 묻으면 평생 그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요.”
“알았어. 조심할게.”
클라우드는 그 날 차에 오르면서 5분도 더 넘게 공을 들였다. 마침내 똥을 한 찌꺼기도 묻히지 않고 차에 탈 수 있었다. 참으로 손연재와 겨룰 만한 예술적인 몸놀림이었다.
“어야. 그 똥희제가 차바퀴에도 안 묻게 운전 잘하게.”
“아따, 형님! 내 운전 솜씨 잘 알면서 그러요? 그나저나 저런 똥희제들이 지천으로 널렸으니, 세상 살기 참 더럽고 어렵소.”
“그렇지만 어쩌겄나? 그저 어떤 것이 똥희제란 것만 아는 것도 다행 아닌가?”
그렇게 그 재수 없는 날, 어떤 것이 똥희제란 걸 아는 것만도 다행이다 생각하고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 뒤로 새로운 버릇이 생겼으니, 주변에 조금 이상한 것만 보이면 ‘저거 똥희제?’ ‘아니 변희제라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참으로 똥같은 몹쓸 버릇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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