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로즈마리, 꽃말은 아름다운 추억, 혈액순환, 지방분해, 소화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라틴어 로스 마리누스(Ros marinus, 바다의 이슬)가 어원이라 한다.>
오늘 오전에 내 사랑하는 친구 클라우드 킴이 미쳐버린 줄 알았다. 그리고 오후에도 또 미쳐버린 줄 알았다.
무슨 일인가? 지금부터 그 얘길 해보겠다.
얘길 하기 전에 내 신분부터 밝히겠다. 그래야 이 얘기를 진짜로 생각하게 될 거라 여겨서다. 나는 광주광역시의 남광주 시장에서 국밥장사를 하고 있다. 몇 해 전 명박이 놈이 국밥을 허접허접 쳐먹고 대똥에 당선이 됐을 때, 내 신세가 비참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왜냐면 대똥이 된 뒤로는 그 쥐새끼의 국밥 퍼먹는 모습을 못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밥이 한국 사회의 서민을 위한 마지막 먹거리라는 자부심으로 열성을 다하고 있다.
지금 봐라. 대기업 하는 놈들 치고 도적놈 아닌 놈이 몇인가? 위정자들은 또 어떤가? 민초들 고혈을 빨고, 기름을 짜서 여기서건, 미국 가서건 한다는 짓거리를 봐라. 그 쓰레기들에 비하면 돼지똥 냄새 맡으며 정직하게 민초들과 함께 하는 나는 진정한 삶의 전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한마디로 두 발 뻗고, 기차화통 삶아 먹은 코골이로 잘 수 있으니, 당당하다는 말이다.
아무튼 내 신분을 밝혔으니, 독자들은 지금부터 내 얘기를 진짜라고 믿으시라.
그동안 나는 일요일도 없이 등골이 빠지게 일을 했다. 그런데 날이 더워지니 손님도 뜸하고 그래서 오늘 하루는 좀 쉬겠다며 마누라의 허락을 받고 가까이에 있는 클라우드 킴의 사무실로 놀러갔다.
“어야, 나네!”
그런데 대답이 없다. 그래 들어가 보니 클라우드 킴이 미쳐있었다. 아, 눈을 감은 클라우드 킴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두 팔을 이리 저리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 비비꼬기도 하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참으로 가관이었다.
“글 안 쓰고 뭐한가? 이 사람! 미쳤네.”
나의 큰 소리에 비로소 클라우드 킴이 정신을 차렸다.
“지금 꼭 미친 사람 같네. 그거 무슨 춤인가?”
“응! 사라 브라이트만과 스카보로를 거닐고 있네. 자네 이 노래 안가?”
“시방 날 무시하는가? 내가 이래 뵈도 남광주 시장의 명가술세. 사라 브라이트만이란 여인은 자네가 흠모하니, 잘 알고, 근데 스카보로란 여인은 잘 모르겠네? 또 금시 그 스카보로까지 사랑하게 됐는가?”
“어이, 그리됐네. 근데 스카보로는 여인이 아니라, 시장, 남광주 시장 같이 유명한 영국의 장터 이름이라네.”
“아따 장터 이름이 참 여인의 이름처럼 이쁘네. 앞으로 우리 남광주 시장도 남순이나, 꽃순이로 부르면 좋겠네만….”
“어야! 남광주란 이름도 얼마나 좋은가? 그건 그렇고 자네도 이 노랠 한 번 들어보게.”
클라우드 킴이 MP3 이어폰을 내 귀에 끼워주었다. 과연 들어보니 기가 막힌 목소리의 노래였다.
지난 해 2012년 12월 그날 이후로 이미자고 소부랄이고 한국 가수들 노래 들을만한 거 없다고 이름까지 바꿔버린 클라우드 킴이 선정한 노래니 오죽하랴 싶었다. 나도 금세 그 스카보로의 추억에 빠져 눈을 감고 손을 휘저으며 미쳐버리고 말았다.
“근데 이 노래가 아주 슬픈 사랑의 노래여.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갈망하며,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을 소망하는 노래라네. 그리고 가사에 나오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타임은 허브인데, 파슬리는 마음의 치료, 세이지는 힘, 로즈마리는 사랑, 타임은 용기를 상징하는데, 사랑의 진실을 뜻하는 거여. 또 이 노래는 또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반전노래기도 하다네. 특히 사라의 목소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감동적이라 할 걸세.”
클라우드 킴이 이 노래에 빠졌어도 단단히 빠진 듯 싶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어야! 이제 그런 불가능은 없네. 어떤 불가능도 북한에 부탁하면 해결 되네.”
“그건 또 무슨 생뚱맞은?”
“아따, 미국 군함, 한국 군함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데 그 사이로 북한 잠수함이 휙휙 와서 파란매직 1번 어뢰로 탕 쐈잖아? 그래서 천암함이 두 동강이 났잖아. 그 귀신같은 솜씨를 가진 북한에게 부탁하면 못할 일이 없잖아.”
“맞어! 맞다, 맞어! 지난 80년 518때도 북한군 600명이 휴전선을 넘어와 광주사태를 일으켰다고 한다지? 그날을 직접 겪은 우리로는 민중항쟁, 민주화운동이 맞는데. 북한군이 그렇게 대량으로 올 수 있었다면 이건 분명 전쟁이고 폭동이겠지? 근데 어떻게 그렇게 올 수 있었을까? 당시 휴전선을 아무도 안 지켰거나, 어떤 시러배 놈이 일부러 열어줬거나, 북한군의 능력이 귀신과 같았겠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내 말이 이룰 수 없는 일이나 불가능한 일은 북한에 맡기면 해결된다. 이 말 아닌가?”
“에이, 그래도 사랑은 진정성이야.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냐. 언제까지나, 영원히, Love You Forever 야. 그러니 너무 비약하지 말고 국밥이나 먹세.”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두시가 다 되어간다.
“오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마누라가 욕 더럽게 했겠다. 이 오살 인간이 바쁜 시간에는 좀 와서 도와주지 하고 말야.”
“아따, 자네 한달에 한 번은 꽁무니 빼고 쉬었잖은가? 날마다 죽도록 밤낮으로 일했으니, 오늘 하루 쉰들 어쩌겄는가? 오늘은 밤일이나 잘하소.”
“그래. 이왕 일이 이리된 것, 우리 집으로 국밥 먹으러 가세.”
“어허이! 가긴 어딜 가? 문 열어보소. 자네 집 국밥 두 그릇 있을 걸세.”
“자네 또 미쳤는가? 아직 시키지도 않은 우리 집 국밥이 있게?”
“아따, 문 열어보라니까.”
이게 웬 일인가? 클라우드 킴의 말대로 사무실 문 밖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두 그릇이 있는 것 아닌가? 그릇을 보니 분명 낯익은 우리 집 국밥 그릇이다.
“어야, 클라우드 킴! 이거 무슨 조화인가?”
따끈한 국밥을 뚝딱 해치우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다시 물었다.
“자네 부인이 말은 국밥이라니까. 엇다. 여기 국밥값이네. 돌아가면 말도 없이 가져와서 미안하다고 전하게.”
“그러니까, 지금 클라우드 킴! 자네가 분명히 이 국밥을 우리 집에서 가져왔다는 말인가?”
“자네와 함께 있으면서 가져왔으니 도적질은 아닐세. 그리고 돈 줬네.”
“클라우드 킴! 자네 정말 미친 거 아녀? 여기서 남광주 시장이 왔다갔다 20분 거린데, 어떻게 국밥을 가져왔다고 그런가? 나 몰래 배달 시켰제?”
내가 추궁했지만 클라우드 킴은 빙글빙글 웃기만 했다.
‘저것이 아무래도 미쳤어. 작년 12월 충격이 너무 컸어. 쯧쯧!’
나는 혀를 차며 클라우드 킴과 헤어져 스카보로, 아니 남광주 시장 내 일터로 왔다. 그런데 마누라가 넋을 잃은 표정이다.
“자네 왜 그런가?”
“내가 안만 봐도 미쳤는갑소. 아니면 치매 걸리든지.”
“왜?”
“아, 국밥 두 그릇을 말았는데, 그게 눈앞에서 휙!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더란 말이오. 분명히 이 두 손으로 말았는데 말이요. 그렇게 헛것이 보이니, 미쳤든지, 치매든지, 그래서 넋이 빠져버렸소.”
“아따, 그 국밥 값 여깃네. 클라우드 킴이 가져간 거여.”
“아니, 그 양반 코빼기도 안 봤는데, 어떻게 가져갔단 말이요?”
“그런 거 있어. 아무튼 자네 미친것도, 치매도 아니니 안심하소. 자네 건강하니까.”
나는 마누라 엉덩이를 와락 움켜잡았다가 슬슬 만져주었다. 밤일 하자는 신호다.
“이그 망칙해라. 사람들 호빡 있는 시장바닥에서 뭔짓이라요? 망칙하게스리.”
마누라 눈에 쌍심지가 돋았다. 그래도 싫진 않은 표정이다. 나 역시 누가 보건 말건 ‘인턴이 아닌 내 마누란데 어쩌랴’ 배짱으로 눈을 찡긋, 말을 보탰다.
“기다려. 영원한 밤을! Love You Forever.”
아무튼 그날은 클라우드 킴이 북한의 파란매직 1번이나, 600처럼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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