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만신교 망년회 2

운당 2007. 12. 30. 14:52

이어서 ‘초대설교’의 순서였다. 설교에 나서준 분은 우리 만신교 발상지인 ‘영광체육관’과 가까운 곳에서 마포해장국집을 경영하여 한 밑천 챙긴 사람이다. 그는 해장국으로 돈을 벌자, 개고기 장사로 사업을 확장하여 ‘개다리바베큐’라는 상표등록을 한 뒤, 개고기 체인점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그것을 사회사업으로 위장을 한 경제CEO였다. 그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인이라 주장하며 이름을 ‘하강신’이라 했다. 평소에 우리 만신교 창교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모든 종교는 도덕보다도 경제가 우선이라는 특이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 특별 초빙을 한 것이다.

그는 단상에 오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은 나를 믿느뇨? 바로 저 공중에 떠있는 할머니의 눈물, 아까운 기름을 조금도 아깝지 않게 과감하게 바다에 버린 삼성과 현대! 그들 재벌마저도 외면하는 저 시커먼 기름을 묵묵히 닦아내고 있는, 아! 저 가련한 시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줄 분은 바로 이 인간이다. 이 인간! 이 아름다운 인간의 아름다운 미소밖에 없다. 서정주가 감히 전두환의 미소가 단군 이래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고 했지만, 그건 택도 갓도 없는, 낙동강 오리알 같은 소리다. 바로 이 인간의 미소야 말로 우주가 열린 이래 가장 아름다운 미소다.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자 있으면 나와라. 그래. 무조건 믿어라. 아! 아름다운 미소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미소여! 죽다가 다시 살아나 다시 보고 죽을 미소여!”

사회사업가이며 경제 CEO인 하강신의 손가락 하나가,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자, 놀랍게도 손가락 두 개를 펼친 사진 한 장이 공중에 떠올랐다.

‘으�! 나 잘났어? 자기야? 내 미소 죽여주지? 2번이야 2번! 으흐흐!’

참으로 감격, 감동, 그 자체의 사진이었다.

 

그러자 모두들 그 아름다운 미소에 감동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전 감동, 열광 그 자체였다.

아! 인류가 우주에 출몰한 이래 이토록 열광적인 종교 행사가 있었으면 나와 보라고 하자. 날밤을 세워서라도 역사책을 뒤져보자고 하자. 어쨌든 하강신 씨의 열변은 이어졌다.

“그것뿐인줄 아느냐? 이 인간의 아이들 사랑은 한 마디로 신의 경지다. 모두들 존경과 감탄으로 본받기를 진정으로 진심으로 기도하며 이 연사 두 주먹 불끈 쥐고 주장하노라.”

하강신의 끝말과 함께 또 한 장의 사진이 공중에 아름답게 비쳤다.

 

“저 미소는 살인미소다. 서해에 기름을 쏟은 삼성과 현대! 그런데 테니스나 쳐? 그리고 저 손을 자세히 살펴보라. 저건 아이들 사랑이 아니라, 성추행이다!”

그 때 만신교 망년회장이 잠시 술렁였다. 어떤 이쁘장한 여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거룩한 만신교 망년회장을 울린 가냘픈 외침! 그 외침은 현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었지만, 오늘의 행사는 거룩하고 엄숙한 종교 행사다. 더욱 인류의 역사에 전환점이 되는 만신교 행사장 아닌가? 그래서 그 해프닝은 1초 만에 제압이 되고 말았다. 그 여대생의 입은 강제로 막히고 두 팔이 꺾여서 행사장 밖으로 축출 되었다.

혼자서 먼일이 될까?

그렇게 작은 소란과 함께 초대 연사의 강연 순서가 끝났다.

“으스스스! 으스스스스!”

잠시 개 풀 뜯어먹는 소리로 술렁이던 참석자들은,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원래 큰 잔치에는 그런 소리도 나오는 법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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