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개한민국 2

운당 2007. 12. 23. 11:18

<천지간을 구름처럼 떠돌던 김삿갓. 지금은 돌이 되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마디만 해주소서. 가련한 개한민국 개민을 위해>

 

체육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운동하고 있던 신 선배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의 눈길이 과녘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처럼 쏠린다.

“와왕, 왕! 왕왕(꾸벅 꾸벅)”

여기서 거룩한 개한국민으로서 아직도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끼는 개님들을 위해 성의와 친절을 베풀어 설명하자면 ‘와왕. 왕! 왕왕’은 ‘아이구 반갑습네다. 안녕들 하슈?’이고 ‘꾸벅 꾸벅’은 그냥 고개 끄덕여 자연스럽게 하는 절이다.

“으스스, 와왕, 왕! 와르르르.”

조금 더 친절을 베풀어 위의 개말도 풀이하자면 ‘으스스’는 그냥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뿐이고 ‘와왕, 왕!’은 위에서 설명한대로 ‘아이구 반갑습네다.’이고 ‘와르르르’는 ‘어서오시오’ 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위대한 개말을 그냥 평범한 인간잡종의 말로 동시번역하여 쓸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대한 개말을 인간잡종의 말로 바꾸어 쓰겠다는 점에 대해서 거룩한 신사의 나라 영국 로이터 통신의 양해를 미처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 세상일은 항시 오보나 부정확한 표현이 있기 마련이고, 부풀려지기도 하고, 덕담차원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기도 하는 거니깐 그 점에 대해서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았음 한다. 또 크고 작은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래 좋다 이거여. 이 세상을 살면서 크고 작은 실수 안 한 개가 있음 나와 봐라, 이거여. 있냐? 없지? 그럼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따지지 말자 이거다. 이 일에 대해 어떤 개가 따지면, 그 따진 개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이 말은 결코 협박 공갈은 아니지만, 아니라고 안 할 수가 안 없다는 것이며 맞다는 것이다.

또 덧붙여 당부하건데 혹여 왜 성스러운 개말을 하잘것없는 인간잡종의 말로 하느냐? 절대 안 된다. 만일에 그렇게 한다면 특검을 하자, 아니다. 그깟 특검을 뭐하러 하느냐? 경제를 살려야지 하는 등의 세간에 쓸개 빠진 개민들의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도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여기서도 분명히 약속하는 것은 모든 개민들의 경제를 위해 개 배창자 터지도록 꾸정물이건 무엇이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을 개발가락을 걸고 약속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시가로 3천억에 달하는 작년에 먹던 개뼉다구까지 아낌없이 사재를 털어서 모든 개민들의 경제를 획기적으로 번영 발전시킬 것임을 또 엄숙하게 약속하는 바이다.

“쓸데없는 세상사 다 지난 과거가 되어버렸고. 인자 이 운동하는 재미로 살아가구먼. 그런데 자네는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

2007년 12월 20일부터 개한민국의 국영이고 민간이고 간에 모든 티비방송의 9시 뉴스를 9시부터 9시 20분까지는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새해 메시지를 발표한 신 선배님이 힘없이 묻는다.

“하이고, 오늘 제 차가 빵꾸가 나버렸거든요. 서울 강남개민들은 선거 날에도 외제 승용차 타고 비까번쩍(‘비까’는 ‘번쩍’이라는 뜻의 왜말이다. 개말하고 조금 가까워서 그냥 사용했으니 양해 바란다) 자랑스럽게 자기 재산을 지키겠다는 한결같은 일념으로 투표에 나섰다 합디다만, 아따 이제 낼 모레면 10년이 되는 내 고물차는 그만 오늘 빵꾸가 나버렸어요. 한시빨리 운하를 만들어주면 나룻배라도 타고 다닐텐데, 돈은 없고 차는 고물 되어 자빠지고 큰일 나버렸네요.”

“허어, 참. 이 사람아!(개민) 정신 차려. 뭐 운하를 자네 위해서 파대낀단가? 다 자기들이 작정하고 사돈네 팔촌까지 미리 끌어들여 사놓은 땅값 올려서 돈 처먹고, 운하 판다고 수조원 예산을 또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흥청망청 처먹을려고 하는 짓거리여. 꿈 깨소. 꿈 깨! 그냥 우리같은 서민(잡종똥개)들은 살아있어도 죽은 척 엎드려 살아야 해. 모르는 게 약이여. 약!”

“암, 그래야지요. 그런데 오늘요. 제가 시내버스를 타고 오는데 아, 운전기사가 웃깁디다. 웃겨요.”

“뭐가 그리 웃겨?”

“아, 뉴스가 나오니까 라디오를 탁 꺼버리는 거여요. 그러다가 세 정거장을 지나니까, 다시 라디오를 켭디다. 그래서 ‘기사님! 왜 뉴스를 껐다가 켜시오?’ 했더니, ‘아따 저 맨 처음 나오는 개새끼 뉴스를 들으면 운전이 안된단 말이오. 잘못해서 운전대 놓쳐서 이 차에 타고 있는 불쌍하고 선량한 사람(개민)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꺼시오? 그래서 저 개새끼가 나오는 맨 처음 뉴스를 안 듣는 거시오. 세 정거장만 참으면 되구만요. 손님(개님)께서 너그럽게 해량해주시오.’ 하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그 운전기사도 나 닮았네 그려.”

“아따, 그 운전기사 뿐이다요. 우리 위대한 개민들의 한결같은 맘 들일 것이요.”

그렇게 한창 이야기도 무르익고 운동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일 때였다.

“아따 오늘도 위대한 체육관 개민들께선 운동은 안 하고 무슨 개소리들이 그리 많소. 내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본 것인데, 참 세태를 제대로 풍자한 개말입디다. 내가 그걸 얘기해줄테니 들으면서 운동이나 열심히 하시오.”

관장이 나오더니 마치 개한민국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소감을 발표하는 것처럼 엄숙하게 발표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거 네이버댓글에서 본건데 ‘알기 쉬운 BBK, 10초에 끝내기’여. 자, 잘 들어들 봐. 1. 이명백군, 2000년에 김경순양과 결혼 2. 부부가 둘이 계를 만들어 계돈을 사방팔방에서 끌어옴 3. 느닷없이 이혼 4. 계주 김양 곗돈 들고 도미 5. 피해자들 중 일부 자살 6. 미국서 김양 체포됨 7. 이군 ‘결혼 한 적도 없고 계돈 모은 적도 없다.’ 8. 청첩장 발견 9. 김양 귀국 ‘이군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10. 이군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청첩장은 위조다.’ 11. 혼인신고서 공개됨 12. 이군 ‘혼신신고서도 위조다.’ 13. 검찰 ‘혼인신고서, 청첩장은 위조이고 김양이 독신이라고 자백했다.’ 14. 김양 ‘검찰이 무서워 거짓말 했다. 친정엄마한테 편지로 썼다.’ 15. 이군 ‘편지도 위조다. 다 네거티브다.’ 16. 결혼식 동영상 전격공개 17. 이군 ‘결혼식은 했지만, 결혼은 아니다.’ 어때? 다 지나간 쓸데없는 개한민국 세상사지만 재미있지?”

“으스스. 으스스.”

“으스스스, 으스스스스스.”

 

*으스스 : 위대한 개민들께선 다 잘 아시겠지만,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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