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온 힘으로!>
<짧은 이야기>
광개토대왕
“긴급회의가 있습니다. 모두들 황궁으로 모이시오.”
긴급 전언이 떨어지자, 이른 아침부터 하늘나라 단군 황국은 술렁거렸다.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 후손들의 조상 모독이 도를 넘은 듯합니다.”
황국을 다스렸던 역대 황제들은 황급히 황궁으로 모여들었다. 왜, 어째서 단군 황제가 자신들을 소집했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모두들 근심스런 얼굴 표정이었다.
여러 해 전에도 오늘처럼 심각한 일이 있었다. 지상에서의 수명을 다하고 하늘나라에 끌려와서 지금 그 죄 값을 치르고 있지만, 서정주란 인간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룬 적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전두환이 대통령을 하려고 맘먹고 있을 때였다. 그 때 서정주가 전두환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전두환 장군이야말로 단군 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늘나라 단군 황국은 발칵 뒤집혔다.
단군황제의 미소야말로 황국의 위엄이요, 황국을 다스려가는 기본이었다. 그런데 감히 그 단군 황제의 미소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으니 말이다. 단군 황제가 황국을 세운 이래로 전두환의 미소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은 전두환의 미소가 단군 황제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 말은 아름다운 미소를 황국의 통치 이념으로 삼고 있는 단군 황제에 대한 불경죄이며 모독이어서 황국의 모든 백성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잠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 혼란을 틈타서 무고한 광주의 백성을 무장폭도로 몰아 자신의 권력욕을 불태우고 있는 전두환의 만행과 탐욕은 잘 지켜보고 있지만, 그 전두환에게 단군 황제 이래로 최대의 아첨과 아부를 자행한 서정주란 인간은 도대체 누구냐?”
단군황제의 통치하에서 영의정 자리를 맡아 가장 통솔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광개토대왕이 엄숙하게 물었다.
“예, 서정주의 인적사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염라대왕이 소맷자락에서 두루마리 책을 꺼내 펼치더니 서정주 란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서정주(徐廷柱, 1915.5.18∼2000.12.24)는 일제에 아부한 친일파로 창씨명은 달성정웅(達城靜雄)그러니까 ‘다츠시로 시즈오’이며 호는 미당(未堂)인데 사람들은 말당(末堂)이라고도 한다. 1915년 5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출생, 1936년 ‘시인부락’을 주재하고, 1942년 7월 평론 ‘시의 이야기-주로 국민 시가에 대하여’를 ‘매일신보’에 발표하였으며, 1942년∼1944년에 ‘인문사’ 입사, 1946년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시분과 회장, 196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1977년 문인협회 이사장, 2000년 사망 직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 받게 될(이 전두환 미소 사건이 터진 것은 서정주가 사망하기 전이기 때문에 미래형을 써서 보고한 것임)대표적 민족 변절자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1942.7.13-17 ‘시의 이야기’를 ‘매일신보’에 실었고, 1943.10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를 ‘춘추’에, 1943.9.1-10 ‘인보의 정신’을 ‘매일신보’에, 1943.10 ‘스무살된 벗에게’를 ‘조광’에, 동년 10월 ‘항공일에(시)’를 ‘국민문학’에, 1943.11 ‘최체부의 군속지원(소설)’을 ‘조광’에, 1943.11.16 ‘헌시(시)’를 ‘매일신보’에, 1943.11 ‘경성사단 대연습 종군기’를 ‘춘추’에, 1943.12 ‘보도행’을 ‘조광’에, 1944.8 ‘무제(시)’를 ‘국민문학’에, 1944.12.9 ‘송정오장송가(시)’를 ‘매일신보’에 싣는 등 친일작품과 강연 등을 통해 친일에 앞장 선 인물이다.”
“어허! 어쩌다 세상이 이리 되었을꼬? 그래 이 불경스런 후손들이 저지른 죄를 어찌 하면 좋겠소?”
“다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수명을 다하고 하늘에 오면 엄벌을 내려 지옥으로 보내 죄값을 치르도록 하는 수밖에 없소이다.”
그렇게 해서 그날의 회의는 염라대왕의 제안대로 하기로 하고 간단히 마쳤다.
그런 일이 있는 뒤로 별다른 큰 사건 없이 조용히 지나가던 하늘나라 단군황국에 다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오늘은 그러니까 그 이명박을 광개토대왕이라고 했단 말이냐?”
“예 그러하옵니다. 광주의 5,18단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명박이 광개토대왕같다며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했답니다.”
“단군 황제님! 이 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있었던 서정주의 전두환 미소 사건은 깜도 안 되는 사건이었습니다만, 이번 문제는 절대로 용서해서는 아니되올줄 아옵니다. 당장 염라국의 사신들에게 그 못된 인간들을 잡아오도록 하명을 내리시옵서소.”
“그렇사옵니다. 황국이 생긴 이래 가장 위대한 황제 중의 한 분이시고 현재 황국의 영의정으로 계시는 광개토대왕을 능멸한 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능지처참형이 가할줄로 아옵니다.”
“단군 황제시여! 어서 황명을 내리시어 더 이상 후손들의 망발이 없도록 조처하시기 바랍니다.”
단군 황국의 신하들은 분노의 한 목소리로 광개토대왕에 비유한 자칭 5.18 단체를 규탄하였다.
“허어! 오늘따라 경들의 목소리가 심히 거칠구려. 하지만 그들의 소행이 괘씸하기는 하나, 진상을 좀더 알아보기로 합시다. 먼저 광개토대왕과 같다는 그 이명박의 사진부터 보고 나서 결정을 하기로 합시다. 도대체 얼마나 잘 생긴 우리의 후손이기에 그런 칭송을 듣는지 한 번 봅시다.”
단군 황제가 그 특유의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
“예이!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지금 후손들의 나라에서는 비비케이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하늘나라 단군 황국의 정보통신부 판서대감이 인터넷을 볼 수 있도록 대형화면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비비케이가 무엇인지를 간략히 설명하였다.
“그러니까 이명박이 그 비비케이하고 자기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시치미를 뚝 땠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비케이 동영상이 나와서 지금 이명박은 거짓말을 일삼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아니다,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마침 그 이명박의 비비케이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방영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인터넷 동영상을 모두가 보시도록 우리 하늘나라 인터넷에 연결하겠습니다. 잘들 보시고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단군 황국의 어전에서 단군황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역대 황제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가운데 그 문제의 이명박 비비케이 동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미국에서 와서-중략-비비케이를 세웠습니다’하고 말하는 저 인물이 바로 이명박이란 말이냐? 광개토대왕을 닮았다는?”
“예이, 그러하옵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어디선가 ‘키키키,크크크, 흐흐 하하하’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황국의 어전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역대 황제의 체면도 아랑곳없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니까, 저 이명박이라는 인물이 광개토대왕이라고? 우하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
모두들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다만 아름다운 미소로 황국을 다스리는 단군 황제만 아름답게 웃었다. 하지만 어쩐지 슬퍼 보이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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