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한국 7대 불가사의

운당 2007. 12. 13. 14:35

<강감찬 장군이 벼락불을 두 동강 내버렸다고 했다. 그냥 놔 두시지. 꼭 필요한 곳이 있는데.>

 

<짧은 이야기>

한국 7대 불가사의


금세 눈이라도 내릴 듯 하늘이 우중충하다.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들 말이 없다. 잔뜩 찌푸린 하늘처럼 꼭 누구하고 싸우고 난 뒤의 얼굴들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도 있는데….”

한참 만에 신 선배님이 나지막하게 한 마디 하더니, 그대로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하늘도 우중충한데 왜들 그렇게 우거지상을 하고 계셔요?”

“무슨 재미가 있어야지.”

어제만 해도 아침은 마포해장국(마프펀드에 대해 묻자 그거 마포해장국이여? 하고 이명박씨가 대답했다고 해서 아침을 해장국으로 먹자고 함)을 먹고, 점심은 통닭바베큐(역시 비비케이에 대해 묻자 그거 바베큐여? 하고 대답했다고 해서 점심 메뉴로 적극 추천함), 저녁은 욕쟁이국밥(욕쟁이 할미가 이명박 씨에게 쌈박질하지말고 처먹으라고 적극 권장했기에 저녁으로 적극 채택함. 더하여 소주 한 병)을 먹자고 기염을 토하면서 씩씩하게 운동을 했는데 오늘은 영 아니다.

“오월동주라는 데 말이여. 적끼리도 한 배를 탄다는데 말여.”

“아, 단일화가 무산 되었다는 뉴스 때문에 그러시는 군요?”

“응, 그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가 있잖아? 그러니까 오왕(吳王) 합려(闔閭)와 월왕(越王) 윤상(允常)이 서로 원한이 있었지. 그런데 윤상이 죽자 그의 아들 구천(句踐)이 오나라를 침략하여 합려를 죽였지. 그 뒤 구천은 합려의 아들 부차(夫差)에게 회계산 싸움에 져서 항복했지. 그렇게 서로 물리고 무는 관계로 오나라와 월나라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었거든. 그런데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고 가다가 풍랑을 만나 서로 돕게 되었지. 그걸 보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수라도 협력하게 된다. 뭐 그런 뜻의 고사성어가 된 거지.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와신상담이니 토사구팽이니 하는 고사성어도 이때 나온 말이야.”

“그러니까 말이요. 이제 단일화를 무산 시킨 인간과 집단은 다음 총선에서 싸그리 사라져버릴 겁니다. 지리멸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거지요. 진실과 정의의 열망을 무시한 벌을 반드시 받을 겁니다. 지금까지 자기들을 지지해준 우리에게 보답이 고작 이런 실망을 주는 거란 말입니까?”

“그러니까 정말 이해 안 돼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요즈음 한국 7대 불가사의라는 게 있다고 하대요. 첫째, 위장전입, 둘째 위장채용, 셋째, 세금탈루, 넷째, 마사지걸, 다섯째, 관기수청, 여섯째 명품가방, 일곱째 비비케이랍니다. 그런 일들이 대통령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불가사의라는 거지요.”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더라고. 어떤 나라가 있었어. 그 나라 백성들이 왕을 모시기로 했어. 그래 물색 끝에 부지런하고 정직한 농부를 왕으로 모셨어. 그런데 그 왕이 똥쟁이였어. 하는 일이라고는 여기 저기 들판에 똥만 싸고 다니는 거여. 모두들 더럽다고, 냄새 난다고 코를 막고, 이맛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질을 했어. 그때 저만큼 좋은 향기를 솔솔 풍기는 한 사업가가 나타났어. 가만 보니 좋은 모자와 옷, 신발, 향기로운 향수로 온 몸에 자르르르 기름끼가 줄줄 흘렀어. 똥 냄새에 질린 사람들은 그 번지르르 향기 나는 사람에게 몰려갔지. 우리들의 새로운 왕이 되어주라고 간청을 했지. 그랬는데 어떻게 된 줄 아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기름끼 자르르 흐르는 인간이 사기꾼에다 도둑놈이었던 거야.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조금 냄새가 나지만 부지런 하고 정직한 농부를 다시 찾아갔어.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똥 냄새가 나던 들판에 곡식이 잘 자라 풍년이었어. 사람들은 비로소 깨달았지. 번지르르한 사기꾼 거짓말쟁이보다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더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말야.”

“아따, 이제 신 선배님도 작가가 다 되었네요. 이제 큰 일 났네요. 대한민국 작가들 밥 벌어 먹기 틀렸네요?”

“정말이지. 멋진 구성이네요. 돈과 권력가진 놈, 친일, 친미의 아부허는 글이나 쓰는 쓰레기같은 글쟁이들보다 짱이네요. 짱!”

“암, 노벨상도 바라볼 만 혀! 그러니까 이대로 쭉!”

우거지상을 하고 있던 관원들이 쬐금 낯을 펴고 히히덕 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관장이 밖으로 나왔다.

“노벨상이라고? 노벨상은 커녕 이제 모두들 감옥가게 생겼구먼.”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다요?”

“아, 박영선 의원 동영상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등에 해당한다며 UCC 원본의 저작권자인 ‘불똥닷컴’과 이를 게시한 포털, 동영상과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해 기사화한 언론사, 영상을 내려 받은 네티즌까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동시에 선관위에 해당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대여. 그 동영상을 본 사람이 70만명이 넘든다는데. 이제 당신들도 큰 일 났어. 모두들 감옥에 가게 생겼어.”

“맞어. 그 인간 눈을 좀 봐. 가늘게 찢어진 실눈이 독사뱀 눈이여. 꼭 왜놈 순사같잖아. 이제 우린 죽어버렸구먼.”

“신용불량자 750만명에게 5백만원씩 빚을 갚아준다고 허더니, 동영상 본 사람들에게 벌금 받아서 주려고 하는 가보네.”

“이제 다시 박정희 유신시대로 돌아가나보요. 긴급조치시대 말여. 긴급조치 9호가 뭔지 알어요? 긴급조치라는 말도 하지 말라는 거였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구먼.”

“맞아요. 난 박영선 동영상을 본 사실이 없구먼. 그런데 왜 이렇게 날 죽이려고 온 세상이 미쳐 날뛰는지 몰라. 그 비비케이 사무실에서 박영선 의원이 이명박 사장을 인터뷰하는 영상은 봤지만 동영상은 절대 안 봤어.”

“흥, 그런 말이 통할 줄 알어? 각오들 하고 있어요. 선거법 위반으로 감옥에 간다고요. 감옥에”

“정말 그럴까요?”

모두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무슨 저작권법에 걸려 벌금을 물게 된 중학생이 자살을 한 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다. 문득 그 사건을 떠올리며 모두들 기가 팍 죽었다.

“이러면 어떨까? 우리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리는 거여. 그러면 이명박이가 5백만원씩 줄 거 아녀? 그렇게라도 해서 박영선 동영상 본 거에 대해 대비를 해야 허는 거 아녀?”

“그려. 그 방법 밖에는 없어. 그런데 어떻게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지?”

“그게 뭐가 어려워? 위장! 위장하면 되잖아? 신용불량자로 위장을 허자고.”

“그래 위장! 위장! 아이고 위장이야. 어째 이렇게 위장이 더부룩하냐? 소화제 먹어야겠네. 사무실에 까스명수 있소?”

“그려. 위장이 더부룩하면 까스명수제. 까스명수가 위장에는 그만이여.”

오늘도 눈이 내릴 생각은 없는지 하늘은 우중충하기만 했다.

 

*  박영선 동영상 : ‘박영선 동영상’은 대통합신당 박영선 의원이 MBC 기자였던 당시 2000년 11월 BBK 설립과 관련 이명박 후보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UCC이다. 국내 포털사이트 뿐 아니라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돼 조회수 70만(12일 오후) 돌파, 주간 조회순위 2위, 링크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화제의 동영상이다.


* 박영선 동영상 선거법 위반 아니다. 체육관 식구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데일리서프’의 기사를 옮겨 싣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권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박영선 동영상’에 대해 13일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이날 한나라당의 ‘박영선 동영상’, ‘김경준 모친 동영상’ 삭제 요청에 대해 ‘검찰의 수사 발표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방과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반 아니다’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거법 93조의 비현실적 적용, 과도한 규제 등에 대한 그간 누적된 누리꾼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영선 동영상’의 경우 국내 사이트가 아닌 해외 사이트에 게재돼 현실적으로 삭제가 불가능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12일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다룬 ‘박영선 동영상’, ‘김경준 모친 동영상’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이를 만들어 유포한 제작자와 게재한 언론사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수사 의뢰했다. 또한 ‘인터넷에 확산시킨다면 이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중앙선관위에 삭제를 요청했다.

‘김경준 모친 동영상’은 김경준씨의 모친 김명애씨가 정동영 후보 지지 사이트인 ‘불똥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UCC로 누리꾼 사이에 급속히 퍼지며 입길에 올랐다.

한편 선관위는 판단 결과를 늦어도 오는 14일까지 한나라당에 통보할 방침이다.)


* 위와 같으니 체육관 식구들 걱정 말아요. 그래도 걱정이라고요? 기사가 가짜라고 우길지 모른다고요? 하이고,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됐을꼬? 암튼 ‘박영선 동영상’ 하고 인터넷 검색란에 치기만 하면 볼 수 있으니, 한 번들 보세요. 슈퍼 울트라급 액션보다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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