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무대뽀! 식사했쓰?
김 목
“저 왔습니다.”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 선배님은 헛둘, 헛둘, 준비체조를 하고 있었다.
“좀 늦었네?”
“아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요.”
“먼 일인데 그려? 와이티엔 돌발영상 식사했쓰? 보고 그런가?”
“아, 그 무대뽀 얘기요? 홍준폐가 말하길 땅박이는 건설통이고 경준이는 금융통이니까 한달 만에 무대뽀로 비비케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돌발영상 말이지요?”
“그려. 그려. 그 준폐와 승떡이, 갱원이 그 세 인물이 낯짝을 나란히 펼치고 앉아 땅박이 똥구녘 �는 소릴 허는 와이티엔 영상 말야. 아따 말하다 궁색헌께 홍준폐 허는 말이 ‘기자들 식사했쓰?’ 안 허던가?”
“아이고, 그런께 제가 오늘 꼭 그 꼴 당했습니다.”
“근께 먼 일인데 그려?”
“먼 일이 아니라 그 땅박이 똘마니들이 허는 짓거리와 가까운 일이구만요. 아, 여기 오다가 신호등이 바뀌어서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지요. 근데 차가 덜컹 움직이는 거예요.”
“어떤 놈이 뒤에서 받어버렸구먼.”
“놈인가, 년인가는 이제 밖으로 나가봐야 알건께 제 기막힌 사연부터 들어보세요. 그래서 밖으로 나갔지요. 그랬더니 내 차를 받은 그 인간 창문을 스르르 내리더니 말하길 왈, ‘어째서 차를 갑자기 후진한다요?’ 하고 날 뻔히 쳐다보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갑자기 말문이 콱 막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자기가 내 차를 뒤에서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차를 후진해서 자기 차를 받아버렸다는 주장이다.
“나참, 기가 막혀서. 이보시오. 그러니까 내가 후진해서 당신 차를 받았다 그 말이요?”
“예! 당신이 받았잖아요?”
눈 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그 사기꾼 명박이가 온갖 거짓말을 해대고 다니니까, 이제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 되고 말았구먼.”
“여보시오. 당신 방금 사기꾼 명박이라고 말했소?”
“그렇소. 당신이 꼭 그 사기꾼 명박이 같아서 기가 막히오.”
“응, 그러고본께 지금 당신 선거법 위반을 하고 있어. 대통령 후보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기꾼이라고 말했어, 잉. 분명히.”
“아니, 이보시오. 지금 무슨 얘기요. 당신이 내 차를 뒤에서 받았느냐? 내가 후진했느냐? 따지는 판에 선거법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요?”
“근께 당신이 후진해서 내 차를 받은 것은 별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건 지금 근거없는 비방, 훌륭하신 이명박 후보를 사기꾼이라고 한 말, 그게 중요해요. 당신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소.”
“아따 워매, 자네 참말로 잘 못 걸려버렸구먼. 그런 무지막지한 무대뽀에게 걸렸으니 말여.”
“아, 그렇다니께요. 제가 그 선거법에는 좀 약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이 탄핵 때 탄핵 반대했다고 벌금을 구십만원이나 물었지 않아요? 워매, 지금도 그 생각만하면 치가 떨리요. 취조검사가 실실 웃으며 ‘당신이 뭐 잘났다고 탄핵반대를 해? 좋게 밥이나 먹고 살제.’ 그 비웃을 날리던 검사의 얼굴이 떠오르면 지금도 쌩 오줌이 다 나올라고 헌단께요. 또 그 황식인가 횡식인가 허는 대법원 판사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직장에서도 모가지를 띠어버려야 한다고 눈깔을 부라리던 생각을 허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당께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헛소리까지 한당께요. ‘아이고, 판사 나으리! 지발 살려만 주시오. 닷새는 안 그럴께라우 하고요.’ 그렇게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과거가 있는디, 아, 나보고 선거법 위반했다고 추궁을 허는 디, 기가 팍 죽어버렸지라.”
“그래서 어찌 했는가?”
“어찌 하긴 어찌해요. 개꼬랑지 내리듯 두 손 모아 공손히 인사하며 ‘사모님! 곧 저녁 식사 시각인디, 작지만 요걸로 식사나 하슈’ 하고 돈 5만원 주고 그냥 멋 떨어지게 도망을 쳤지요. 하마터면 그 놈의 선거법 때문에 오늘도 디질뻔 했당게요.”
“어허, 자네 과거전력을 볼 때 이해는 허는디, 자넨 말이시, 다 좋은디, 그놈의 선거법을 무서워하는 게 병이여 병. 워메 그런께 그 사모님, 아니 그 여자 차번호라도 알고오지 그랬는가? 내가 가서 대못으로 박박 5만원어치 긁어줘버릴것인디.”
“아따 선배님도. 오늘따라 무슨 그런 무대뽀같은 소릴 다허요. 선거법에 안 걸린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이요, 운수대통인디. 우쨋거나 대통이나, 대통령이나 비슷한 낱말인게 이자 다 잊어뿔고, 얼른 운동허고 우리도 식사나 했쓰.”
“그려, 좋아. 식사했쓰? 했쓰? 우, 하하하하하! 거 홍준폐말 참 재밌네 그려. 웃기네 웃겨.”
“아 그런께 요즈음 그 사기꾼 땅박이 똘마니들 하는 짓거리가 개콘보다 야동보다 더 재밌다고 날리다요, 날리. 날리블르스에 탱고, 지루박이다요.”
“워매, 시방 자네 뭐라고 했는가? 그 말허면 선거법 위반이랑께. 땅박이 들먹이지 말란께.”
“…….”
그렇게 선거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땅박이 숭을 보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운동하는 동안 땅박이가 진짜 사기꾼이라던지, 우리도 홍준폐, 나갱원, 고승떡이 같은 똥구녘 �아주는 인간들 한 명만 키우고 있어도 좋겠다는 등의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설령 우리가 그런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 거짓말이 탄로가 나더라도 그것은 우리를 모함하기 위해 이 사회가 총체적으로 꾸며대는 거라고 강력히 주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절대로 우리는 서로가 모르는 사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서는 기억에 없다고 말하자고 입을 맞추었다. 아, 입을 맞춘다는 표현은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우리는 금세 말을 맞추었다고, ‘입’을 ‘말’로 정정하고 하던 운동을 계속했다.
“아따따. 참 생쑈들을 하고 있소? 이 양반들이 함께 운동만 하면 웃느라고 운동을 다 못한다니까. 2시간 운동하면 웃니라고 1시간은 가버린다니까.”
그 때 관장실에서 김 관장이 나오면서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한 마디 거든다.
“이 세상은 무대뽀가 젤이요. 무조건 자기 말을 우기는 거 그게 최고다 그말이지요.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끝까지 오리발, 아니죠. 요즈음은 타조발 정도를 내미는 거죠. 그래도 정 안 되면 ‘아니면 말고’ 하고 하면 되죠. 근께 내가 말이요.”
그러면서 관장이 지난 이야길 꺼낸다.
“내가 말이요. 주유소를 경영할 때였지요.”
심심풀이로 토끼를 한 번 키워볼까 하고 사과 괘짝을 뜯어 토기장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차들이 들이닥치면 주유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시작한 토기장이 어두컴컴해져서야 거의 다 되었다. 마지막 못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인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 인간이 바지 지퍼를 착 내리더니 물건을 꺼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얼른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며 외쳤지요. 아니, 이 양반아! 지금 당신 뭐하고 있소? 여기는 사무실이요. 화장실 아니란 말이요.”
“뭐시 어쩌고 어째? 여그가 화장실 이구만. 나 오줌 좀 쌀란디 먼 잔소리가 그리 많아? 으 크윽!”
보니 술이 잔뜩 취해 있었다. 급기야 크윽! 트림까지 하더니 마침내 그 인간의 물건이 물줄기를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워따, 오메메메메!”
다급해진 김 관장은 그 술주정뱅이를 재빨리 사무실 밖으로 밀어내었다.
“나 참, 더러워서. 너 말야. 주유소 하려면 똑똑히 해. 내가 누군지 알어? 내가 말야. 이래뵈도 이 지역 유지야. 경찰서장, 시장, 다 내 앞에서 쩔쩔 맨단 말야. 알아? 이제 너 죽었어. 여기서 주유소 해먹을 줄 알아?”
아무튼 성질 좋은 우리 김관장은 그 술주정뱅이를 밖으로 몰아내고, 이번엔 진짜 물호스를 끌어와 바닥청소를 해야 했다.
어떤 술취한 놈이 자기 집 냉장고 문을 열고 쉬를 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주유소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와 오줌을 쌀지는 생각도 못한 일이다.
“뭐, 그 정도 실수야 할 수도 있겄소. 나도 대구 팔공산에 있는 노태우 생가에 가서 전경 눈치 살피며 쉬 하고 왔는데. 아차, 이 말 취소요. 취소. 관장님! 얼른 뒤 이야기를 해보시오. 그래서 그 경찰서장도, 시장도 쩔쩔 맨다는 그 훌륭한 인간 때문에 주유소 문 닫고 체육관 차린 거요?”
“머,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리 된 거지요. 그러니까 그 다음 날이지요. 주유소 동업을 하는 집안 형님이 찾아오셨지요. 그리곤 하시는 말씀이.”
“뭐라 하셨는데요?”
“어야, 너 어저께 밤에 망치로 내 친구를 때려버렸냐? 너 왜 그러냐? 망치를 들고 사람을 때리면 살인미수가 되는 거 모르냐? 근께 니가 손님하고 말다틈하다가 맨손으로 이빨 두 대 빼버리고 돈 5백만원 물어준 게 바로 엊그제 일 아니냐? 근디 이자 망치까지 들고 설쳐야? 내 친구가 널 살인미수로 고발한다고 버럭버럭 우기는 걸 내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겨우 말렸다. 너 지금 빨리 가서 내 친구에게 빌어라.”
“오메메메. 근께 토끼장 만드는 중이라 망치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걸로 자기를 쳤다, 그 말인가요. 시방?”
“그런단께요. 아, 그만 기가 탁 막힙디다. 분명 내가 손에 망치를 들고, 이 양반아! 지금 뭐하고 있소? 하고 삿대질을 하긴 했지만, 그 망치로 때리기까지 했다고 우기는 것에는 할 말이 없었지요.”
“그래서 어찌 되었소?”
“당장 달려가서 그냥 망치로 골통을 부셔버렸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머 두환이요? 태우요? 죽어도 사과를 못하겠다고 하고는 주유소를 그만 뒀지요.”
“근디 진짜로 손님하고 말다틈하다가 이빨 두 대 뺀거는 맞소?”
“아이고, 그것도 참 재수 없었지요. 아, 어떤 인간이 주유를 하더니, 이 집 휘발유 가짜지요?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가짜 휘발유니까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생떼를 쓰는 거예요. 그러다 악까지 바락바락 지르며 소리소리 지르길래 그냥 가만히 아구통을 쥐어박었는디, 그 다음날 이빨 두 대가 나갔다고 찾아왔지요. 에라이, 잣것! 두 대나 열 대나 똑같다, 모두 뽑아주마 했더니, 그 길로 달려가 고소를 했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5백을 줬지요.”
“어매, 난 5만원에 끝냈는디, 5백만원을 줘요?”
“아따 이빨하고 차 범퍼하고 같단가? 그려서 오늘 우리의 토론은 결론이 확실해졌네.”
“뭐가라우? 어떤 결론이다요?”
“아따, 무조건 무대뽀로 우기기. 생떼 부리기. 닭 잡아먹고 오리발 아니, 타조발 내놓기, 그래도 안 되면 홍준폐식으로 식사했쓰? 하기.”
“난 나갱원이가 더 맘에 든디라우. 근께 그게 왜냐면 못 생겨서. 으히히히”
“아따, 이 사람아! 시방 또 선거법 위반할텐가? 우린 사기꾼 땅박이란 말, 홍준폐, 고승떡, 나갱원이는 땅나라당 사기꾼이다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중요하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안했다고 하는 것이며. 근디 지금 내가 뭐시라고 하고 있는가?”
“모르것는 디요. 그래요. 우린 암 것도 몰라요.”
마침내 두 시간이 흘렀다. 운동 두 시간에 잡담 한 시간이었다.(07.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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