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왜 죽었을까?

운당 2007. 12. 8. 10:43

<이 세상엔 아름다운 것도 많다. 마음을 열어 아름다움을 보려고 노력하련다>

<짧은 이야기>

왜 죽었을까?

 

“아따! 동영이 말 한번 시원하게 하대. 명박이하고 한 자리에 앉아 있기도 창피하다고 하대. 남자가 그래야 돼. 누구든 맞장 뜰 배짱이 있어야 혀!”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신 선배님의 첫 마디도 시원시원했다. 17대 대통령 후보들이 첫 티비 토론을 한 뒷날이라, 그 이야기를 어찌 안할 수가 있으랴? 그런 평도 못하게 입에 재갈을 물린다면 그게 바로 독재국가 아니겠는가?

“아따, 남자만 시원해야 헌다요? 여자인 박영선이도 당당하고 시원하대요. 토론 끝나고 나오는 명박이 보고 ‘내 눈 똑바로 못 쳐다보시겠죠?’ 합디다. 아따! 다음 대통령은 박영선입디다. 박영선 짱!”

“그래요. 무슨 네가티브니 뭐니 하며 정책토론만 하자고 하는 인간들 들여다보면 뒷구멍 구린 놈 많지요. 입으로만 사탕발림 하는 놈들이 지 구린내 덮으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지요.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위장과 위선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 거지요.”

오랜만에 나온 방 사장이 젊잖게 대화를 거들었다.

“맞아요. 외교 문제. 헌법 문제에 대해서도 정동영이가 전문가답게 말 잘합디다. 시간이 짧아서 그러지 상호 존중외교, 가족 행복시대, 통일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게 우리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장에 동감하구만요. 그 반대로 이명박이는 한 마디로 무식합디다. ‘6자회담이 1994년부터 시작됐다’고 했는데, 6자회담은 북한이 NPT를 탈퇴한 2003년에 시작됐거든요. 또 국민 보호를 위해 ‘위험지역 여행을 막아야 하고, 특수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올해 초 이미 여권법개정을 했고 시행되고 있는 조치지요. 또 정동영 후보가 ‘부총리를 지냈다’고 했는데, 이 또한 통일부의 위상변화를 모르고 한 소리지요. 통일부가 부총리급이었던 것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였지요. 정말이지 이명박은 1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어디서 살았을까요? 혹시 마사지걸하고 태국에서? 또 한,중,일의 역사와 영토 분쟁을 대비하는 기구를 ‘아시아역사재단’이라 불렀는데 그건 ‘동북아역사재단’이지요. 그런 ‘무지’와 ‘준비 없음’, ‘뻔뻔한 거짓말의 선전선동’ 밖에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한 마디로 웃기는 짜장이고 코메디지요.”

“맞아. 이명박의 성공시대? 위장에, 탈세에, 무조건 아니라고 헛소리 하면서 성공시대를 열자고 하는 건, 국민을 모두 사기꾼으로 만들자고 하는 말이지만, 이제 이 나라는 위장전입은 죄가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오늘 뉴스에도 어떤 삼성 사장놈이 위장전입으로 별장을 사고, 땅을 어쩌고 하데만, 이제 그게 무슨 죄가 되겠어? 못하는 놈이 병신이지. 암, 그리 되어버렸어. 그리고 괜히 짜장과 이명박을 비교하지 말게. 듣는 짜장 기분 나쁠 거야. 내가 왜 이명박만 못하냐고 말야.”

“예! 그러네요. 꼭 이 입이 방정이라니까요. 암튼 짜장님! 죄송합니다. 짜장님! 사랑합니다.”

“아따! 여기가 전라도 땅이니까 정동영이 편만 든다고 할 거니께 이제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나 합시다.”

“그래 그러세. 근데 너는 전라도, 나는 경상도니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라도 개땅쇠라는 말, 갯땅, 그러니까 갯벌을 메운 간척지에 산다고 해서 생긴 개땅쇠는 사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사람들이여. 왜놈들이 김제 만경 갯벌을 농토로 만들 당시 강원도와 경북 사람들이 대거로 와서 간척사업에 투입되었어. 그 사람들이 그대로 눌러 살았으니 그 뿌리가 어디겠어? 그리고 백제가 망한 뒤, 백제 땅을 지배하기 위해 신라와 가야 주민들이 대거 백제 땅으로 이주해왔으니, 이 좁은 땅에서 너는 전라도, 나는 경상도가 어디 있겠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이 우리를 분단 시켜놓고 자기들 이득을 취하듯이, 빌어먹을 정치인들이 영호남을 갈라놓고 수구기득권을 누리는 것인데, 우리 불쌍한 호영남 주민들이 그 손안에 놀아나고 있는 거여.”

“그래요. 그 말 맞아요.”

“그러니까 그 원흉 중의 하나가 바로 박정희지. 아참, 박정희가 왜 죽었는지 아나?”

“아따, 왜 죽긴 왜 죽어요? 유신인가 지랄인가로 대대손손 권력 누리려다가 탕탕! 그리 된 거지요.”

“그건 맞는데. 다 그게 그 인간의 이름 때문이야.”

“이름 때문이라니요? 그건 또 무슨 소리다요?”

“그러니까 말이세. 박(朴)자를 보면 열십자(十)와 여덟팔자(八), 그리고 점 복(卜)자가 모여서 된 거그든. 다시 말해서 십팔년만 해 먹으라고 점괘가 나왔는데, 다음으로 정(正)자를 보면 한일(一)에 그칠지(止)거든. 다시 말해서 18년은 너무 짧아요. 한 번 더 해먹고 그만 둘라요 했거든. 그런 이유로 이번엔 희(熙)자를 보세. 신하신(臣)에 자기기(己), 그리고 총알 두 방 탕탕(,,,,)이거든. 풀이 하자면 자기(己) 신하(臣)에게 탕탕일세. 바로 이름에 그 박정희의 운명이 있었던 거야.”

“근데 탕탕했는데 왜 점을 네 번(,,,,)찍었을까요?”

“그건 들어간 총알구멍하고 나온 구멍이 합쳐지니 네 개야.”

“오메, 오메! 정말 그런 오묘한 이치가 숨겨져 있었구만요.”

“그래서 그런가보네요. 대중이란 이름가진 사람은 다 잘 되더라고요. 그 죄인인가 죄선인가 아무튼 죄선일보 출신 김대중이만 빼고 다 자기 이름값하고 살더만요. 정말이어요. 내 친구 최대중이는 별것도 아닌 것이 어느 날 딱 사장님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또 다른 친구 박대중이는 로또에 당첨 되었고요. 또 장대중이는 장가를 세 번이나, 흐흐흐! 아차, 장대중이는 그냥 뺄께요.”

젊잖은 방 사장의 말이니 한 점 의혹도, 틀린 말도 아닐 거라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믿었다. 하지만 대중이라는 이름을 칭찬하는 것도 지역 편중적인 칭찬이라고 할까봐서 우린 지식인답게 조금 자제를 하자고 했다.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기로 했다.

“아무튼 그 박정희의 개 노릇을 하던 김종필이가 선거 때가 되니 다시 나와서 이명박이 개 노릇을 하겠다고 하던데, 신 선배님! 그 김종필 이름풀이는 어찌 못해요?”

“아따 오늘은 거그까지만 하세. 많이 알면 다친단 말이세. 그리고 남의 험담을 자제하자고 해놓고 말하면 쓰겄는가?”

“아참, 또 이놈의 입주댕이가 꼭 말썽이네요.. 그나저나 마누라도 총 맞아 죽고, 인간적으로 봐서 박정희가 참 안 됐어요. 그 박정희가 케네디 대통령을 첨 만나러 가면서 썬글라스를 끼고 만났대요. 케네디와 눈이 부딪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지 모른다. 아, 그러니까 해수욕장 가서도 색안경 쓰면 슬금슬금 비키니 훔쳐보기 좋잖아요? 거기서 흰트를 얻어 선글라스를 끼고 케네디를 만났으니, 나름대로 영리한 사람이기도 했는데.”

“그래도 등소평같은 배짱이 있어야 해. 등소평이는 닉슨을 만나 악수를 하면서 이렇게 주먹을 불쑥 닉슨 앞으로 초속 100Km의 속도로 내밀었다네. 키 작은 등소평이 내민 주먹이 닉슨의 거 머시냐? 그러니까 바로 그 지점.”

“아따 그냥 불알쪽이라고 해버리시요.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생각하고 고르고 하시요?”

“그래도 우리가 앞으로는 되도록이면 표준말, 고운말을 쓰자고 했잖어. 아무튼 그 급소를 향해 등소평의 주먹이 날라오자, 닉슨이 자기 귀중한 불알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렇게 허리를 푹 굽혔고, 그 순간 중국의 사진기자들 플레시가 팍팍 터졌지. 닉슨이 허리 굽혀 등소평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꼴이 되고 만 거야. 그런 배짱이 있어야 해.”

“그래도 국민에게 첫 인사하는 자린데 명박이처럼 기침이나 해대고, 코나 풀고, 삐딱하게 앉아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실실 웃는 건 안 돼지요.”

“그럼 그렇지. 그건 배짱이 아니라, 국민을 머시냐? 그 거시기로 보면서 무시하는 거고 무식폭로지. 그래, 그냥 쉽게 말해서 싸가지가 바가지지. 빌어먹을 쫌팽이에 호로새끼지. 아따 말 시원하게 하니 어이, 시원하다. 시원해!”

“맞아요. 우릴 단체로 거시기 만들어 버린 거지요. 그리고 땅나라당 김학송이라는 놈이 정동영 후보에게 후래자식이라고 말했다는데 그 후래자식이란 말이 호로자식에서 나온 말이지요.”

“아따, 그 말 들으니 또 성질이 날라고 하네. 그러니까 호로(胡虜)라는 말은 중국놈들이 북방의 이민족을 얏잡아 부르던 말이었지.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다 호로자식들이지. 호로자식이 아니면 그놈은 중국종자지. 다시 말해서 그 김학송이 놈은 자기 할애비가 중국놈이다 뭐 그런 말이지. 아무튼 그 놈 학송이 할미가 중국놈하고 무슨 짓을 혔든 우린 더 이상 상관말세. 우린 그냥 지금까지 쓰던대로 싸가지 없는 놈을 부르는 욕으로 호로새끼라는 말을 쓰면 된단 그 말일세. 자, 하든 이야기나 계속할라네. 그러니까 이것도 숨겨진 비화인데 그 등소평이 가래침을 정확하게 뱉는 기술이 있었나보대. 닉슨하고 정상회담을 하면서 말문이 막히면 ‘으으, 커어’ 하며 가래를 끓어올려 ‘엣퇴’ 하면서 타구를 향해 가래를 뱉었다는 거여. 그 타구가 1미터 쯤 떨어져 있었는데, 정확하게 가래침이 그 타구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갔다는 거야.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다가 말문이 ‘콱’ 막히면, 등소평이 가래침을 ‘탁’ 뱉으면, 그 가래침이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타구를 향해 ‘휘익’ 날아가면, 그 모습이 신통하고 더럽기도 해서 닉슨도 그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줄을 잊어버렸지. 당연히 회담의 주도권을 등소평이 쥐게 되었지. 한 마디로 등소평이 닉슨을 가래침 속에 넣고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만들어버린 거지.”

“그러고 보면 명박이의 그 자발없이 촐딱거리는 행동도 다 작전상의 일일지도 모르겠네요.그래서 명박이가 그렇게 기침을 하고, 코를 풀고 삐닥하게 했을까요? 등소평의 그 비화를 김종필이가 알고 코치를 해줬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이명박의 쫄싹거리는 행동도 너그럽게 봐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아따 그것이 아니여. 등소평하고 명박이허고는 격이 다르고, 자리도 다르지. 정상회담은 국익에 관계된 거지만, 티비토론은 국민에게 인사하는 자리인데. 그러면 안 돼지.”

“그러니까 결론은 김종필이가 코치를 해도 디질코치, 아니지 표준말 써야지. 그러니까 자기들 쌩 무덤 파는 코치를 해준 거네요?”

“아따, 그래도 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알 수 없는 일 아니던가? 여론조사를 보면 내려가지 않는 것, 그 온갖 추접스런 정확한 증거가 있어도, 모두들 핼랠래, 아차 내가 또 그러네. 표준말로 해야지. 모두들 뿅 가가지고는 그 인간을 좋아만 하니. 그러니 우리들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도 희망을 가집시다. 그 빌어먹을 인간이 국밥의 인상을 완전 망가뜨려 버렸지만, 가서 국밥에 쇠주 한 잔 합시다.”

“그래, 그래. 지금 이 망국적 지역 편가르기를 자초한 박정희도 지금은 뼈까지 썩어 흙으로 돌아갔을 거네. 삼성 이건희도 죽어선 빈손일테고, 아무개도 마사지걸을 묘똥까지 데리고 들어가진 못할 걸세.”

“야, 눈이다. 눈. 첫눈이 내리네요!”

“어디, 어디?”

체육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다. 그 하얀 눈이 좋아서 모두들 아이들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첫눈 내리는 걸 보고 좋아하듯 이런 좋은 일 어디 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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