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파라오의 집-1월 17일 오후
나일강의 선상 식당 창가에 자리 잡으니 출렁출렁 흘러가는 검은 빛 강물이 바로 눈앞이다. 잔뜩 기대했던 양고기 구이였다. 그런데 잔뜩 군침을 돌게 해놓고, 세상에 이따위로밖에 굽지 못했을까? 듣는 양고기는 섭섭했겠지만, 기대했던 만큼 맛이 없는지 갈비를 뜯는 사람들의 표정이 별로였다.
오후 일정은 기자의 피라밋이다.
가는 길에 화덕을 뜨겁게 달구어 거기에 밀가루 반죽을 붙여 익혀내는 너부죽한 빵 이름을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이집트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식으로 야웨이시(한국 사람들 혼잣말로 불평하는 ‘에이씨’처럼 들렸다)라고 하는 데 맛도 구수하다고 했다.
이어서 카이로에 있는 한국학교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학교의 시설도 좋고, 교육 내용이나 방침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요. 2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오셨을 때지요.”
아들이 그 한국인 학교 6학년인데, 당시 노 대통령이 학교방문을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권 여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꽃다발 증정 학생이 처음엔 여학생이었는데, 권 여사로 바뀌면서 제 아들이 학생들을 대표해 권 여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게 됐지요.”
“아, 그거 가문에 영광이었겠소”
사람들의 칭송에 가이드가 빙그레 웃더니, ‘그런데 이 말은 우리 아들이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하고 말꼬리를 흐린다.
그러더니 ‘사실은 6학년 남학생은 우리 아들 한 명 뿐이었거든요’ 했다.
“하하하! 아따, 그래도 그거 가문의 큰 영광 맞소.”
계속 되는 강행군에 눈을 감은 채 피곤을 달래던 사람들까지 맘 편히 웃으며 기쁨을 나눈다.
그 때 저만큼 삼각형의 뾰족탑이 보인다.
영생불멸! 파라오의 꿈이 허망하게 돌무더기로 남아있는 피라밋이다. 교과서에서 그럴사하게 배우고 거기에 신비주의가 덧칠 된 불가사의의 건축물이다.
당시의 노예들이 지배자의 채찍질을 견디며,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것에 고마워하면서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처절했는지, 장엄했는지 당시의 상황을 짐작만 하지만, 피라밋과 같은 대규모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국력, 그만한 설계와 시공을 할 수 있었던 당시의 토목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성을 뛰어 넘은 그들의 발자취가 오늘 그들이 남겨놓은 후손들에게 짭짤한 관광수입원이 되기도 한 것이다.
역사 시간에 배웠지만 이제는 억지로 끄집어내야 생각나는 한 구절, 우리 한국의 운명과도 관련이 깊은 카이로 회담 장소를 마악 지나쳐 언덕을 오르니 낙타를 탄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동으로는 황량한 사막, 서로는 나일강을 바라보며 수천 년의 역사를 묵묵히 안고 있는 피라밋! 금속탐지를 하는 장치를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그 피리밋들의 사이에 선다.
한 마디로 감개무량할 뿐이다. 8천Km를 날아와 말로만 듣던 피라밋 앞에 선 것이다.
그렇게 시공을 뛰어 넘어 파라오의 허망을 만나고, 그 맘을 사진 몇 장으로 남긴 뒤, 낙타를 타본다. 낙타 타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래도 만주 벌판 달리던 기마민족, 단군의 후예답게 기죽지 않으려고 낙타위에서 허리를 곧추세운다. 곧장 가면 리비아가 나온다고 한다. 그 끝없는 사막을 모래 바람을 뚫고 달려본다.
*기자의 피라밋?
이집트의 알지자(기자) 근처 나일강 서안(西岸)의 바위고원에 세워진 제4왕조(BC 2575~2465)의 3기가 세워져 있는데 피라미드고대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이다. 이중 북쪽에 있는 제일 큰 피라미드의 주인은 제4왕조 8명의 왕 중 2번째 왕 쿠푸(그리스어로는 케오프스)다. 대(大)피라미드라고도 하며, 밑변 평균길이 230.4m, 원래 높이 147m이다. 가운데 피라미드는 역시 제4왕조의 4번째 왕 카프레(그리스어로 케프렌)가 세웠고 각 밑변길이 216m, 원래 높이 143m다. 남쪽 끝의 마지막으로 세워진 피라미드는 제4왕조 6번째 왕 멘카우레(그리스어로 미케리노스)의 피라미드로 밑변길이 109m, 완공 때 높이 66m였다. 3개의 피라미드는 내부·외부가 모두 고대에 이미 도굴당해 시체안치실에 있던 껴묻거리(副葬品) 대부분이 사라졌다. 무른 흰색 석회석의 외벽도 거의 모두 벗겨져버렸기 때문에 피라미드들의 높이가 원래보다 낮아져 대피라미드도 지금은 138m 높이다.
쿠푸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단일 건축물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옆면 경사가 51°52’이며 밑변은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향해 있다. 대피라미드의 중심부는 황색 석회암 벽돌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 바깥벽과 내부통로는 그보다 고운 입자의 옅은 색조의 석회암으로 되어 있으며, 내부의 시체안치실은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로 만들었다. 이 거대한 건축물에는 1개당 평균 2.5t 무게의 돌 230만 개가 사용되었다
<카이로 회담이 열린 장소가 바로 아랫쪽 왼쪽 건물이다>
<카이로 회담이 열린 건물에서 좌회전 하면 기자의 피라밋이다>
<낙타를 타고 순찰하는 낙타경찰이다>
<맨 처음 만나는 아버지 왕의 피라밋이다>
<아들도 믿을 수 없다. 오른쪽 아들 파라오의 피라밋이 왼쪽 아버지 피라밋보다 더 컸다. 오른쪽 아들 피라밋은 내부까지 직접 들어갈 수 있었다. 필자는 숨이 막혀서 도중에 나와 버렸다.>
<작은 피라밋은 왕비들의 피라밋이라고 했는데.>
<피라밋 사이로 카이로 시가지가 보인다.>
<피라밋 앞의 스핑크스. 스핑크스는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길을 잃으면 스핑크스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가면 나일강이 나온다>
<이집트 인들은 나일강의 동쪽에는 궁궐, 서쪽에는 무덤을 썼다고 한다.>
<관광객을 태우고 피라밋을 돌아주는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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