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막의 아침-1월 18일 새벽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 5시 룩소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당일치기 관광객을 위해 룩소행 비행기가 그렇게 새벽에 뜨고, 심야에 다시 카이로 공항으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여기 이집트 사람들은 집을 지어도 느긋하게 짓는다고 했다. 시가지를 벗어나 일반인들의 집을 보니 지붕 위로 철근이 삐죽삐죽 나와 있다. 금년에 못 지으면 다음 해에 짓고, 또 그 다음해에 더 증축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건축을 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했다. 비가 오지 않고 춥지 않으니, 철근이 녹슬지도 않고 바람만 막으면 잘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농사도 사람을 위해서만 짓는 게 아니라, 짐승이 함께 먹을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밭을 사이좋게 둘로 나누어 한쪽은 사람이 먹을 농사, 다른 한 쪽은 짐승이 먹을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사람 식량인 밀과 짐승 먹이인 건초를 함께 재배한다는 것이다. 나귀와 말을 농사짓기와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생활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여기 물은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시면 담석증에 걸리고 치아가 나빠진다고 했다. 그래서 홍차를 많이 마신다고 했다.
비행기 이륙 후 한 숨 자고 눈을 뜨니 끝없는 사막을 날고 있다. 그런데 평소에 생각했던 그런 사막이 아니었다. 산은 아니지만 높고 낮은 구릉, 울퉁불퉁한 들판이 어느 평야지대의 들녘처럼 보였는데, 단지 녹색이 없는 회색일 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편편한 모래벌판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막의 형태도 가지가지라고 했다.
이윽고 강줄기가 보이고 들녘에 푸른색이 입혀진다. 룩소에 도착한 것이다.
룩소(Luxor)는 옛날 이집트 고왕국의 수도인 테베(Thebae)다. 테베는 앙테프 왕이 기원전 2,133년에 도읍으로 정한 뒤 약 천년에 걸쳐서 이집트를 지배한 정치 중심지였고 전성기의 인구가 백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때의 유적이 지금도 많아서 룩소는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기 강수량이 2mm지요. 어떤 목사님이 여기 오셔서 ‘주님! 오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주셔서 감사 합니다’ 라고 기도를 했지요. 그래서 제가 ‘목사님! 여긴 일년 내내 하늘이 푸릅니다’ 했지요”
가이드의 웃기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났다. 나일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밭이다. 그 사탕수수밭가에는 망고나무, 바나나, 파인애플이 울타리 대신 서있다. 종이꽃처럼 예쁜 부겐베리아 꽃울타리가 또 고혹적이다.
우리는 관광버스에 올라 나일강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강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뿐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가이드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나일강을 가리킨다. 바라보니 나일강에 카지노와 수영장을 갖춘 커다란 크루즈선들이 즐비하게 떠있다.
“유럽인, 러시아인들이 저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지중해를 거쳐 나일강을 오르내리지요.”
그들 크루즈선 때문에 다리를 놓지 않는 거라고 했다.
아름다운 나일강을 오르내리는 그림 같은 유람선들! 문득 한반도 대운하 어쩌구 저쩌구 헛소리하는 자들이 생각났다. 배의 스쿠류가 돌아서 강물을 깨끗하게 정화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엄청난 관광수입까지 올린다면서 입에 침을 튀기는 그들! ‘자연을 자연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그것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다도해가 있고. 뭐? 산은 배를 엘리베이터로 끌어올려서 넘기면 되고. 속도가 느리면 하루 먼저 물건을 실어 보내면 되고. 쓰레기만도 못한 미친놈들….’ 또 문득 욕이 튀어나왔다. ‘그래. 돈이 아깝지. 여기까지 오느라 들어간 돈이 얼만데, 그 쓰레기 같은 자들에게 정력 낭비하냐…’ 욕을 다시 집어넣어 삼켰지만 한참이나 맘이 씁쓰레했다.
우린 한참만에야 다리를 건너 오늘 첫 방문지인 멤논의 거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이집트의 사막, 모습이 여러가지라고 했다.>
<나일강이 보이자 주변이 녹색을 띈다. 고대 왕국의 수도 룩소(테베)에 왔다>
<룩소의 비행장>
<비행장을 나오니 금세 들녘이다>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등의 나무가 가로수처럼 서있다>
<사탕수수밭>
<들녘 풍경>
<이집트 대통령이 어서 오시오 한다. 이제 곧 하나뿐인 다리다>
<이제 하나뿐인 다리를 건넌다>
<하나 뿐인 다리에서 본 나일강의 유람선들>
<다리를 건너 부겐베리아꽃이 아름다운 길을 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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