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7

이솝이 살아있다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 설령 신이더라도 무덤에 묻힌 자를 살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사람들은 역사의 가정을 꿈꾼다. 왜냐하면, 99개 가진 자가 100개를 채우려 하고, 이것은 1개나 1도 없는 자의 것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소망이자 기쁨이 되고, 누구에게는 낙망이고 절망이 되는 세상이 지난 세월의 역사고, 앞으로도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초는 역사의 가정을 바라며 세상이 바뀌길 바라지만, 이는 깊은 물에 빠져 썩어가는 지푸라기를 잡고 있음과 같다. 지난 2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 내용인즉 이렇다. 화천대유는 대리직급..

칼럼 2023.02.1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난해 연말 무렵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복당 불허 조치에 발끈하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치 보복’이며 민주당의 ‘뒤끝 작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양향자 의원에게 ‘가구향리폐’라며 성을 바꿔 ‘전향자’라고 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구향리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집 안쪽을 향해 짖는다 이니, 은혜를 원수로 갚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김남국 의원이 옛 동료였던 양향자 의원을 개에 빗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옛집에 개처럼 짖는 꼴이 우습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 삶을 걱정하고, 과학방역이라는 데도 꺾이지 않는 코로나 19에 전전긍긍이며, 거리의 축제에서 159명이 비명에 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세상이 무섭기만 하다. 그런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자는 ..

칼럼 2023.01.30

인생 한번 가면

민요 ‘성주풀이’의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라는 노래 가사 속 무덤은 중국 허난성 뤄양시의 망산이다. 이 망산은 중국 고대 9개 왕조의 수도인 뤄양시 북쪽 10여 리의 해발 300여m, 동서로 100여㎞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이곳에 후당 이전의 황제릉 24기를 비롯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십 만기의 무덤이 있다. ‘성주풀이’가 귀에 익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노래 속 북망산은 낯설지 않다. 백제 의자왕과 아들 부여융, 흑치상지와 아들 흑치준, 고구려 연개소문의 둘째와 셋째 아들인 남생과 남산, 남생의 둘째 아들 헌성, 연개소문의 고손자 비 등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무덤 유적과 유물이 중국에 있는 것이 참으로 비통하지만, 어찌 보면 다 자업자..

칼럼 2022.12.26

잃을 신뢰나 있는지

영화 ‘그레이트 월’은 미국과 중국이 2016년에 만든 판타지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이다. 60년마다 나타나는 괴물을 처치하는 주인공 윌리엄은 양손에 도끼와 활을 쥔 전사이다, 어릴 때부터 전장을 누빈 용병 윌리엄은 명예보다 생존과 돈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그레이트 월을 지키는 무영금군의 용맹과 희생정신이 ‘신뢰’임을 깨닫고 자신도 그 신뢰로 거듭난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영화에 흐르는 담론은 그렇게 ‘신뢰’이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지인끼리는 이 신뢰 하나로 금전을 거래했다. 또 그 채무는 일종의 은혜였다. 작은 채무는 명절 전에 갚으려 했고, 큰 채무는 죽어서라도 갚겠다는 마음이었다. 바로 문서가 필요 없는 상호 무한 신뢰였다. 죽어서도 은혜를 갚..

칼럼 2022.11.23

척도와 잣대

척도는 자로 재는 길이의 표준을 말한다. 이 척도는 보통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남자냐 여자냐 등의 간단한 구분 같은 명목척도이다. 둘째, 1등, 2등의 순서나 차례 같은 서열척도이다. 셋째, 어제 10시부터 12시의 온도와 오늘 10시부터 12시의 온도 변화를 비교하여 그 간격을 살펴보는 것 같은 등간척도다. 그러니까 어제는 6도였고 오늘은 10도이면 오늘의 온도 변화 등간이 더 크다. 넷째, 절대적인 기준을 정해서 비교하는 비율척도이다. 그러니까 일정한 기준으로 따지며 사칙연산, 분류가 가능하고, 차이를 비교하며 순위를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명목, 서열, 등간, 비율 등 4 척도는 단순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척도의 과정이다. 잣대는 자로 쓰는 대막대기나 나무막대기 따위를 가리킨다. 하지만 일상..

칼럼 2022.10.20

최소양분율의 법칙

학생들에게 학교와 공부가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면, 그 이유는 여럿일 것이다. 그중 공통점을 하나 찾는다면 바로 평가일 것이다.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도 여론조사라는 평가로 명군과 혼군으로 나뉘고, 심지어 탄핵에 내몰리기까지 하잖은가? 학생에게도 이 평가는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관건이며 일생을 좌우하는 시험대이다. 달달 외웠건, 어쨌건 평가의 좋은 결과는 미래를 보장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남한의 교육을 담당한 미군정청 학무국은 ‘교수요목 제정위원회’에서 새 교육과정과 교과서 대신 교수요목을 제정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 뒤 문교부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미 군정의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하여 ‘교육과정 시간배당 기준령’을 제정하고, 이듬해 새 교육과정을 공포하였으니, 제1차 교..

칼럼 2022.10.05

국군의 날 부대 열중 쉬어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그 인격을 우리는 조금 높여서 품격이라 한다. 목욕탕이 아니면 아무리 더워도 발가 벗고 다니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이불 둘러 쓰고 외출하지 않는다. 외출시에는 내의도 갈아 입고 냄새 나는 노인이 되면 하루에 두번은 샤워도 하고 값싼 화장품이라도 조금 발라서 악취를 없애는 게 예의이다. 나를 위하고 너를 위하고 자식들, 식구들 욕 먹지 않게 하는 게 바로 그 품격이다. 인간의 정치적 동물이다를 사회적 동물이다로 번역했다지만 이천4백여년 전 아리스토 텔레스의 말은 진리이다. 이를 대니얼 디포가 인용하여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청소년에게 알리고자 로빈손크루스의 모험을 썼다. 하지만 주인공 로빈손을 돕는 프리이데이는 흑인이다. 그리고 로빈손은 그를 노예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이데이..

칼럼 2022.10.02

과학 도주방역

‘전염병 따위를 퍼지지 않도록 예방함’은 방역에 대한 사전풀이다. ‘인체의 구조나 기능, 질병, 치료, 예방, 건강 유지의 방법이나 기술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은 의학에 대한 사전풀이다. 그런데 과학에 대한 사전풀이는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이다. 이 사전풀이대로라면 과학방역이란 말은 흉측한 야심을 품은 자가 해괴한 언어조합으로 방역의 본질을 호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때 배의 스크루가 강물을 정화 시킨다는 해괴한 말도 있어 처음은 아니지만, 이 과학방역은 국민의 생명을 놓고 말장난을 친 사기죄이자,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으로 방역은 방역 그 자체로 논리가 성립된다. 만약 이 방역이란..

칼럼 2022.08.08

총체적 난국에서 나라 살림 일으킬 후보는?

윷놀이에서 위에서 보는 도는 밑에서 보면 걸이다. 이는 역사건 사물이건 보는 사람의 견해에 때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의 관점에는 좀 더 객관적, 실증적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이 되었다. 그 무렵 태어난 사람이 80대 중반을 넘어섰고, 한국전쟁 뒤 태어난 사람도 70대를 넘어섰다. 이때부터의 지도자를 간략히 살펴보며 대통령 칭호는 생략한다. 이승만은 멸공 북진통일에다 친일파 척결을 안 하고 다시 끌어안아 토착 왜구의 씨를 뿌리고 무능 독재의 길을 열었다. 박정희는 반공과 안보를 정권 유지에 이용하고 토착 왜구의 득세를 도와 개발성장을 꾀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군부독재의 주범이기도 하다. 결국, 일가족의 불행한 역사로 민족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인..

칼럼 2022.02.09

주술, 무속으로 나라를 또 잃을 건가?

한 번 넘어진 돌부리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또 세 번째 넘어지면 되겠는가? 그것도 개인이 아닌 나라가 그렇다면 이게 어디 21세기 문명, 세계 7대강국을 넘어 5대강국으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럼 첫 번째 돌부리인 진령군부터 얘길 해보겠다. 진령군(眞靈君)은 충주 태생으로 과부무녀 이씨였다. 하지만 본명이 박창렬이라고도 하니 출신지, 출졸년도, 이름 등에 근거가 불분명하다. 조선의 마지막 명성황후(민비)는 점술을 좋아하여 거의 일상을 무속인에게 의지했다. 또 진령군을 언니라고 불렀고, 궁궐을 제집처럼 드나들게 했다. 따라서 고종황제도 무당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무당은 고종에게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쌀 백섬과 돈 만냥을 바치면 나라가 편안해집니다’라고 하였고, 고종은 5년여 ..

칼럼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