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술, 무속으로 나라를 또 잃을 건가?

운당 2022. 2. 7. 10:23

티비 화면 캡쳐

한 번 넘어진 돌부리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또 세 번째 넘어지면 되겠는가? 그것도 개인이 아닌 나라가 그렇다면 이게 어디 21세기 문명, 세계 7대강국을 넘어 5대강국으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럼 첫 번째 돌부리인 진령군부터 얘길 해보겠다.

진령군(眞靈君)은 충주 태생으로 과부무녀 이씨였다. 하지만 본명이 박창렬이라고도 하니 출신지, 출졸년도, 이름 등에 근거가 불분명하다.

조선의 마지막 명성황후(민비)는 점술을 좋아하여 거의 일상을 무속인에게 의지했다. 또 진령군을 언니라고 불렀고, 궁궐을 제집처럼 드나들게 했다.

따라서 고종황제도 무당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무당은 고종에게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쌀 백섬과 돈 만냥을 바치면 나라가 편안해집니다라고 하였고, 고종은 5년여 관료들의 급여가 밀렸는데도 즉시 그 돈을 마련해주고 국정업무까지도 상의하는 등 주술무속국가가 되었다.

명성황후가 무녀 진령군을 만난 것은 1882년 임오군란 때이다. 쌀 속에 모래를 섞어 받은 군사들의 군란에 충주 장호원까지 도망갔던 명성황후가 50여 일만에 환궁했다. 그리고 한 여인을 데리고 와 진령군이란 작호를 주었다. 당시 7종 천민인 무녀기 당호(堂號)도 아닌 군호(君號)를 받은 것은 조선 역사상 유일무이한 일이었다.

이같은 일은 명성황후가 죽음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숨어 지낼 때 점을 쳐 주었기 때문이다. 이때 *민응식이 관우의 딸이라는 무녀를 데려왔다. 그 이씨 무녀는 명성황후가 자신과 만난 날로부터 50일 이내에 환궁할 것이라 예언했고, 그 날짜에 환궁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궁궐에서는 산천기도, 굿판과 제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진령군이 된 무녀 이씨는 매관매직의 권세를 휘둘렀다. 이씨 무녀의 아들 김창렬도 당상관의 관복을 입고 실세 노릇을 했다. 이를 본 조정의 고위 관료들도 진령군에게 아첨하며 의남매나 의자(義子)가 되기도 했다.

그러기를 어언 11년 사간원 정언 안효제가 목숨을 건 상소를 올렸다. 고종은 대로하여 그를 유배형에 처했고, 추자도에서 3년을 보낸 안효제는 귀양 후 낙향하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앞다투어 선비들이 무녀 이씨를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도승지가 감히 고종에게 올리지 못했다. 이때 조선 최초로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도 재물을 축내고 국정을 문란시키는 요사스러운 계집무당은 세상 사람들이 살집을 씹어 먹으려고 합니다. 왕께서는 죄인을 주륙하고 머리를 도성문에 달아매도록 명한다면 민심이 비로소 상쾌하게 여길 것입니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하지만 어떤 상소에도 끄떡없던 무녀 진령군에게도 파멸의 날이 왔다.

고종 31(1894) 청일전쟁의 승리로 들어선 친일 내각은 진령군을 옥에 가두었다가 재산 억만금을 몰수하고 풀어 주었으나, 기세를 부리던 북묘 관우 사당에서도 쫓겨났다. 이듬해 10월 왜의 낭인에게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의 행적은 알 수 없다.

 

두 번째는 박근혜 정부 때의 최순실이다. 박근혜 취임식 때다.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던 중 광화문 광장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직접 거대한 오방낭 주머니를 열고 희망이 열리는 나무앞에서 소원을 골라 읽었다.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졌다는 오색의 전통주머니 오방낭은.(중략)

위의 두 번째 이야기는 근자의 일이라, 더 길게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다.

바로 스스로 영이 강하고 법사들과 대화를 좋아한다는 김건희와 주술사가 써준 손바닥의 왕()자를 자랑하며 대통령 꿈을 꾸는 윤석열의 이야기이다. 이들이 신봉하는 건진 법사는 살아있는 소를 마취하여 껍질을 벗겨 제물로 쓴 주술사이다.

이 또한 최근의 일이라 자세히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결론은 이렇다.

주술 무속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선이 망할 때 그 진령군이라는 주술무녀 점쟁이 이씨가 있었고, 박근혜 정권의 멸망은 최순실 오방 우주기운이었다. 이번에도 자칫 선택을 잘못하면, 살아있는 소의 껍질을 벗기는 그들이 사람 껍질인들 못 벗길 것인가?

나아가 G7, G5를 눈앞에 둔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노인들이여! 젊은이들이여! 피 끓는 젊음의 정의와 노년의 혜안과 지혜는 어디 있는가?

두 번이나 넘어진 돌부리가 눈앞에 있는데, 또 넘어지잔 말인가?

 

*민응식/ 명성황후 민씨의 외척으로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의 피신을 도와 명성황후의 신임을 얻었다. 그 후 요직에 기용되며 개화파를 탄압하고 갑신정변 후에는 이들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다.

1894년 갑오경장 뒤 민씨정권이 무너지자 전라남도 고금도에 유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