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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옥포 조선소 용접공 소나무

운당 2024. 4. 13. 06:43

거제 옥포 조선소 용접공 소나무

 

청해, 압해, 진해는 앞글자는 다르지만, 그 뜻은 같음이다. 장보고는 남북국 말기의 청해진 대사이다. 청해는 맑은 바다이니, 안심하고 항해함이다. 후삼국 시기의 능창은 장보고의 위업을 압해도에서 이었다. 별명이 수달인 능창의 바다 압해는 바다를 누름이다. 왜구 등의 해적을 누름이니, 어부는 물때 맞춰 고기 잡고, 상인의 장삿배는 풍랑을 피해 가고 오면 됐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군항은 한국 해군의 모항이다. 1912년 일본이 한국을 병탄하고 곧 군항을 만들었으나, ‘바다를 제압한다는 진해의 역사는 고려부터이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에 진주에 속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진해현의 시작은 고려 초기로 여겨진다.

여기에 일제가 해군기지를 만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임진 정유재란에 수만 명의 왜군이 몰살을 당한 남해를 이름으로라도 제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해만은 육지에 붙어 있는 항구이다. 그저 바다로 나가기 위한 교두보일 뿐이다.

진정한 진해는 청해이며 압해인 이순신이 지킨 바다이다. 더하여 한반도의 뭍 섬이다. 남해의 제주도와 거제도, 완도 그리고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서해의 진도에서 가거도를 품고 연평도, 백령도에 이른다. 더하여 북녘땅의 뭍 섬까지 모두 청해이자, 압해이며 진해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섬의 중심은 이순신의 제승당이 있는 한산도이다. 이곳이 바로 진해, 청해, 압해의 제왕이 사는 황궁이다. 생김새도 웅비하는 해룡인 거제도는 이 한산도를 지키는 수문장이다. 또 통영의 미륵섬은 미륵산을 망루로 세워 황궁을 지키는 거점성이다.

한반도가 한 발을 대륙에 딛고 대항해에 나서는 함선이면 한산도는 선장실이다. 임진왜란에 이순신이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세웠으니 제승당이다. 승리를 만드는 곳이니, 직접 무과를 치러 장수를 뽑고, 활이 바다를 건너 날아가 과녁을 맞히는 사대를 세워 하늘과 땅과 바다를 제압했다. 그렇게 이순신은 천기를 알고 뭍 섬의 신을 거느리며 이를 능히 운용했다.

황궁 한산도를 수호하는 해룡인 거제도의 항만 옥포는 해룡의 입이다. 임란 초에 왜장 도도 다카도라의 왜병 2천여 명, 호리우치 우지요시의 왜병 85십여 명이 왜선 세키부네와 작은 전투선 고바야부네 등 50여 척에 나눠타고 이 옥포항 해룡의 입안에 있었다. 참으로 죽을 자리를 찾아든 셈이다. 그렇게 이들이 스스로 해룡의 입에 들어온 것, 해전 첫 승리 터가 된 것, 이로써 승기의 흐름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등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때 이순신의 해룡이 불벼락을 내렸다. 입안의 왜선 26척을 단숨에 불살라 버렸다.

임란 때 명의 장수 이여송(李如松)의 이름을 풀어 소나무 아래이면 목숨을 건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는 그저 헛소리이다. 임금이 도망친 나라에서 오죽 답답하면 그런 헛말이 돌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순신의 자인 여해(汝諧)를 풀이하면 물가에서 기도하는 신관의 조화이다. 그렇게 이순신이 조선을 앞날을 바꾼 것은 마땅함이고 당연함이며 하늘의 뜻이었다.

아무튼, 해룡의 입인 여기 옥포는 옥구슬 항구라는 이름처럼 바다의 진주인 선박을 건조하는 곳이다. 왜선이 한 줌 재로 사라지던 그 자리에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들어섰다. 400의 부지, 세계 최대 1백만 톤급 뱃도랑, 9백 톤 골리앗 크레인, 그리고 해룡의 입에서 뿜는 불길로 각종 선박, 해양플랜트,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을 만든다.

여기 경차 1천 대쯤 거뜬히 든다는 9백 톤 골리앗 크레인 눈앞에 소나무 한 그루가 양옆에 닻과 스크루를 끼고 우뚝 서 있다. 한겨울에도 구슬땀 흘리는 용접공을 그 늘푸른 소나무에 그리며 저 멀리 동해와 더 멀리 태평양을 바라본다. 부풀어 오르는 마음의 가슴을 활짝 편다.

거제 옥포 조선소 용접공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