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각희 시집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 집 번데기다
누에는 뽕잎만 먹어야 한다는데
남몰래 단풍잎을 먹었다
넉잠 잘 때까지
단풍잎을 훔쳐 먹었다
뜨거운 여름
두 번이나 구토하고
네 번의 허물을 벗고
섶에 오르지도 못하고
미끄러지기 수차례
겨우
섶에 올라
누에고치가 되었다
번데기 주름 사이
곰팡이 달라붙고
지어 놓은 집은 누렇게 변했다
나는 지금 버려진 누에고치 섶에서
주름잡는 번데기다
시인의 말
쇠똥구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아시나요?
쇠똥구리를 볼 때마다 쇠똥구리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까지 살아온 뒤안길을 되돌아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쇠똥구리도 살기 위해 저렇게 큰 쇠똥을 굴리는 재주가 있다니 신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백 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근심 걱정하는 시간 다 빼면, 단 사십쯤 살다 가는 것이 아닐까?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사철가 중)
어느 날 마당 가 퇴비 더미 속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떤 생명력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을 보고 가지도 아니하면서 뒷발질로 물체를 움직이며 목적지를 향해 큰 지구를 움직이는 모습으로 보였다.
나는 깨달았다. 부질없이 살아온 많은 일을 생각하면서 쇠똥구리도 해충을 잡아먹고 살면서 인류를 위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나는 쇠똥구리보다 못한 인생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남은 인생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인생은 나그네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본 책을 읽으시는 모든 분의 앞날에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하며 혜량으로 아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1년 6월 사) 한국문인협회 나주지부장 홍각희
• 동신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경영학 석사)
• 동산문학 작가회 회장 역임(고문)
홍각희
추천의 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홍각희 시인이 태어난 나주시 노안면 금안동은 호남 3대 명촌이다. 나주시 영산(靈山) 금성산 북쪽 자락에 위치한 금안동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쌍계정을 비롯한 설제서원, 월정서원, 경현서원과 크고 작은 정자 10여 곳이 있다.
원나라 칭기즈칸 손자 쿠빌라이를 교육시키고 백마와 금안장을 하사받고 금의환향하신 설제 정가신 선생이 쌍계정을 건립하고 3현당(정가신, 김주정, 윤보)의 노력으로 많은 과거 급제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또 쌍계정을 사성강당이라 불리는 것은 4성씨 (나주정씨, 풍산홍씨, 하동정씨, 서흥김씨)가 현재까지도 유지·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시인은 2013년 시로 등단하여 2014년 첫 시집 ‘동지섣달 꽃 본 듯이’를 펴내고 광주·전남에서 왕성하게 문학 활동을 해왔다. 이번에 다시 자신의 고향 마을을 생각하며 두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데, 이는 문학은 물론 향토를 빛내는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 김 목(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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