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문화뜨락

운당 2017. 7. 16. 06:39

<문화뜨락>

새 해,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김 목(남도문학 발행인)

 

일 년 중 가장 긴 밤이 언제일까? 우문에 가까운 이 물음에 동짓날 밤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현답일 게다. 하지만 썰렁한 답도 제격이다. 그래서 정답은 섣달 그믐밤이다. 한 밤 자고나면 1년이 지나가니 연중 가장 긴 밤이 아니겠는가?

2017년 새 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회고하며 새 해에는 오직 좋은 일만 겹쳐지고 켜켜이 쌓이길 바랄 뿐이다. 그런 뜻에 축원의 글로 소망을 담는다.

다음은 10여 년 전인 2006예술광주 39에 썼던 글의 일부다.

광주천을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 본다. 첫 번째 장은 무등산 증심사 계곡을 내려와 전설이 깃든 배고픈 다리와 배부른 다리를 지나 원지교에서 화순쪽 본류와 만나는 곳이다. 두 번째 장은 원지교에서 옛 남광주 철교를 지나 구동 다리와 양동시장에 이르는 곳이다. 세 번째 장은 발산다리에서 광천교를 지나 상무지구를 돌아 장암다리에 이르는 곳이다. 네 번째 장은 장암다리에서 서창 앞들을 지나 황룡강과 합류하는 지역이다.’

첫 번째 장은 우리 빛고을의 의로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충장사, 송강 정철의 식영정, 환벽당 등과 가사문학, 허백련 화백과 춘설원, 원효사와 증심사 등의 역사유적, 그러한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두 번째 장인 원지교에서 양동시장에 이르는 곳은 남도음식과 풍류 등을 살리는 미향, 예향의 공간이었으면 한다. 남도의 전통 음식, 전통예술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졌으면 한다.’

세 번째 장인 발산 다리에서 상무지구를 지나 장암다리에 이르는 지역은 광주의 미래산업을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산학협동으로 산업발달의 부가가치를 높이며, 빛 산업 등, 광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이미지를 살리는 산업의 공간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네 번째 장은 장암 다리에서 서창 앞들을 지나 황룡강과 합류하는 지역으로 생태환경의 장이었으면 한다. 죽어가는 광주천이 살아나는 길은 광주천 하류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곳의 퇴적지를 이용하여 다양한 생태공원을 조성했으면 한다.’

이제 훌쩍 10년이 지난 새 해 아침에 또 생각한다. 광주천을 다시 4개의 장으로 나누어 본다.

첫 번째 장은 무등산 원효와 증심사계곡이다. 이곳 일대는 문화체험과 답사 공간이다. 증심사와 원효사를 오가는 버스 노선을 신설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한복을 입고 전통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면 한다.

두 번째 장은 용산동에서 양동에 이르는 곳이다. 동복댐 물을 가져온 용산동 물놀이장이 큰 인기를 얻듯, 가능한대로 물놀이장을 더 만들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도 탈 수 있으면 좋겠다. 여가와 휴식을 위한 시민친화공간이었으면 한다.

세 번째 장은 극락강 일대다. 이곳은 건강체육과 행사공간이다. 크고 작은 운동장과, 문화예술 동호인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행사용 시설물도 있었으면 한다.

네 번째 장은 황룡강과 합쳐지는 일대다. 이곳은 역시 생태환경의 장이다. 물고기가 펄떡이고, 나비가 날며, 메뚜기가 뛰어다니는 곳이었으면 한다. 겨울철에는 온 시민 연날리기 대회를 열면 어떨까? 한 십만 명쯤 모여서 연을 날렸으면 한다. 수수만년 흘러온 영산강 벌에 형형색색 온갖 연들이 바람을 타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신이난다. 연뿐이랴? 널뛰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등 각종 민속놀이도 함께 즐긴다. 그렇다. 또 그런 날에 막걸리, 돼지고기, 홍어, 떡 등 먹을 것이 어찌 빠지랴?

2017년 새 해 아침, 개인적 소망이지만 꿈꾸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