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뜨락>
그곳은 센프라시스코였다
김 목(남도문학 발행인)
누군들 여행을 싫어하랴? 그곳이 어디든, 기간이 얼마든, 훌훌 일상에서 벗어나 다녀오는 그곳을 누군들 마다하랴?
온 나라가 촛불열기로 가득한 시기여서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오랜 전부터 기다렸던 여행이어서 얼마 전 미 서부를 다녀왔다. 9시간여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첫 여행지인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어린 시절 뜻 없이 흥얼거렸던 ‘샌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도시다. 그렇게 우리가 흥겨운 노래로 추억하는 도시인데, 미국인들에게도 기념비적인 ‘올드팝’의 고향이라 한다. ‘만약에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머리에 꽃을 꽂는 걸 잊지 마세요.’라는 ‘스콧 매켄지’의 ‘샌프란시스코’라는 대히트곡의 탄생지여서다.
1960년대 미국은 월남전을 계기로 반전운동과 히피의 평화주의 운동이 들불처럼 일었다 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그 평화주의자들과 히피들의 중심지였다 한다. 1967년 6월 캘리포니아 주의 해변도시 ‘몬트레이’에서 평화와 반전 페스티벌이 열렸고, 스콧 매켄지는 ‘머리에 꽃을 꽂고 평화롭게 음악을 즐기자’는 노래로 경찰들을 안심시켰다 한다. 청중들의 꽃이 경찰들의 총구와 헬멧에 꽂혔다 한다. 그렇게 자유와 평화, 음악과 사랑이 공존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늦가을인데도 ‘붓꽃, 송엽국, 부겐빌레아’ 같은 낯익은 꽃들이 나그네를 맞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자유와 평화, 음악과 사랑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원 주인은 인디언이다. 그런데 인디언들은 자신들을 인디언으로 부르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원주민, 그렇게 이 땅의 원주인으로 불러 달라 한다고 한다.
아무튼 1769년 스페인함대가 ‘오흘린’ 부족이 살던 이곳 해안 지역에 상륙하여 현재의 드레이크만을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불렀고 스페인령으로 통치하였다. 이후 멕시코에 귀속되었다가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의 영토가 되었으며 1847년 정식으로 샌프란시스코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1906년의 대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함께 도시가 크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세계 대전 때는 이곳이 전선으로 떠나는 전초기지였다고 한다.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이곳 항구에서 전함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 전선으로 갔던 것이다. 따라서 이곳 ‘프레시디오’ 공원에는 샌프란시스코 국립묘지가 있다.
‘평화와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이 문득 가슴을 친다. 짙푸른 태평양을 건너 한국전에 참전했다 숨진 채 돌아와, 다시 그 태평양을 바라보며 서있는 수천 참전용사들의 하얀 묘비를 바라보니 뭉클 치솟는 고마움이 눈시울을 붉힌다.
이후 미국은 다시 월남전에 개입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자연스레 반전평화운동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노래는 반전평화의 다른 말이며,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인 셈이다.
몽환적 안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는 일 년 내내 오렌지 빛 페인트칠이 계속된다고 한다. 그 아름다운 금문교를 보러 유람선을 탔다.
그때다. 바닷새 한 무리가 열을 지어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한 바퀴 비잉 돌고 있다. 펠리컨이라고 한다. 맨 앞은 정찰병, 그 뒤는 대장, 맨 뒤는 호위병일까? 그렇게 십 수 마리의 펠리컨이 질서 있게 선회하는 샌프란시스코 항구에 저녁노을이 진다. 하나 둘 불이 켜지니 온 맘을 가져가는 항구의 야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평화이고 사랑이다. 누가 부르는 걸까? 귓가에 ‘샌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의 흥얼거림,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노래 소리가 들린다.
센프란시스코 시청사
센프란시스코만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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