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꽃 섬 화화도
하화도!
‘아래 꽃 섬’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하화도(下花島)’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 화도(花島)를 화도(化盜), 화도(火刀)로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사명대사가 임란 뒤 포로구출을 위해 왜국에 갔을 때다. 왜왕은 대사를 큰 무쇠막에 넣고 숯불을 피워 데워 죽이려 했다. 이때 대사는 얼음 ‘빙(氷)’자를 천장에 써 붙였다. 숯불을 지핀지 하루 뒤, 왜왕이 방문을 열었을 때다.
“이놈들아! 너희 왜국은 따뜻하다더니, 왜 이리 춥느냐?”
그리 말하는 대사의 수염과 눈썹에 고드름이 얼어 있었다 한다.
김(金)을 중국어로는 진, 광둥어로는 감, 또는 김으로 발음한다고 한다. 또 박(朴)은 ‘피아오(piáo)’나 ‘푸(pǔ)’로 발음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다수 중국인들은 ‘피아오’는 표(嫖)자로 생각한다고 한다. 중국에는 박 씨가 없기에 ‘푸’라고 해야 박(朴)자를 떠올린다고 한단다. ‘피아오’라고 하는 표(嫖)는 음탕할 표자다.
얼마 전 중국 칭화대는 자신의 대학에서 강연한 연사를 ‘피아오 진후이’라 소개하였다.
‘음탕한 진후이’ 그리 부르며 실실 웃는 중국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우리가 ‘습근평(習近平)’이라 하지 않고 ‘시진핑’이라 불러주듯, 우리 이름도 우리 식으로 부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음탕한 진후이’도…. 에이, 냅두자. 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언어나 문자는 신통한 마술을, 이상한 상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니 하화도는 아래꽃섬, 상화도는 윗꽃섬으로 부르면 더 좋을 텐데…. 위섬에도, 아래섬에도, 마음섬에도 아름답게 꽃이 필 텐데….
아무튼 섬의 보고인 신안에는 1004개의 섬이, 여수에는 365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하화도는 그 여수의 섬 중 하나다. 상화도와 하화도가 서로 마주보며 남쪽바다의 꽃송이로 피어있다.
아래꽃섬인 하화도는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7)이나 백야도 선착장(061-686-6655)에서 갈 수 있다.
백야도 선착장에서 개도, 사도, 낭도를 오가는 정기객선이나, 아래꽃섬만 다니는 배를 탈 수 있다.
아래꽃섬은 임진왜란 당시 인동 장씨가 가족을 뗏목에 태우고 피난을 가다가 하화도에 이르러 동백꽃, 성모초, 만발한 진달래에 이끌려 정착함으로 마을이 이루어졌다 한다. 또 전선을 타고 못돌 바다를 항해하시던 이순신 장군이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이라 하여 꽃섬(화도花島)이라 하였다 한다.
11시에 백야도에서 배를 탔는데 아래꽃섬엔 20여분만에 도착하였다.
식당이 두 세 곳 있었는데,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있었다. 음식도 맛있고, 값도 쌌다. 물론 막걸리도 맛있었다.
서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 입안에서 살살 녹는 서대회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 키고 아래꽃섬 탐방에 나섰다.
시계방향, 반대방향, 12시 방향 등 여러 길이 있었는데, 시계방향으로 움직였다.
높진 않지만 곧바로 오르막길이어서 조금 숨이 가빴지만, 이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풍광에 아픈 다리까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오르락 내리락, 아기자기한 길에서 바다와 숲, 가을꽃과 함께 하면서 놀멍쉬멍 3시간 쯤 걸었다.
나오는 배표가 오후 4시배였는데, 3시 반 배가 있었다. 그래서 좀 일찍 나가려고 선착장으로 갔다.
멋들어진 범선 한척이 옆에 있었다. 돛을 활짝 펴고 파도를 가르며 나가면 얼마나 신날까?
부러워 쳐다보는데,
‘저런 배는 위험하지요. 얼마 전에도 요 앞 상화도에서 좌초했지요.’
‘여수배인데 어떤 동창회에서 2백50만원에 빌렸대요. 무허가로 온 듯하지요. 확인차 해경에 연락하니 휴일이라 담당자가 없대요. 선주가 무척 힘센 사람인가봐요.’
배표를 검수하는 사람이 그리 말한다.
‘선박회사에서 꼭 신고하세요. 나도 신고하려고 사진 찍었으니까요. 저런 자들 때문에 사고가 나면 우리가 낸 세금을 허비하지요.’
틈만 나면 섬을 돌아다닌다는 젊은 사람도 그리 거든다.
아무튼 30분 앞당겨 배를 타고 백야도로 나왔다.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 푸른 파도위로 햇살이 보석알갱이처럼 반짝였다.
(2015.10.17.)
<백야도 선착장에서, 저만큼 백야대교가 아름답다>
<백야대교를 지나 파도를 가른다>
<20여분만에 아래꽃섬에 이른다>
<마을 유래비>
<시계방향으로 탐방이 나선다>
<꽃천사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소>
<위꽃섬이 눈 앞이다>
<언덕 위에선 누가 기다릴까?>
<지붕없는 조각관>
<자연은 그대로일 때 더 아름답다>
<들고 나며 세월을 보았나니>
<아스라이 내 마음도 가져간다>
<바다와 산과 햇살과>
<구절초에도 눈 맞추고>
<한바퀴 휘돌아 추억을 남긴다>
<평화로운 꽃섬마을>
<한줄기 바람이 달큼하기까지 하다>
<저만큼 여수가 숨어있다>
<고흥의 거금도에도 마음이 가고>
<바다 건너 팔영산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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