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

콩이 1

운당 2015. 9. 4. 06:59

<동화>

콩이 1


콩이가 처음 파도초등학교 1학년 꽃게 반 교실에 올 때는 크기가 주먹만 했다.

야아옹!”

울음소리도 마치 아기가 우는 것 같았다. 들릴락 말락 콩알만 했다.

애들아! 이 아기 고양이 이름을 콩이라 하자.”

그래, 좋아.”

아이들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름이 단박에 콩이가 되었다.

! 아기 고양이구나. 참 예쁘다.”

꽃게 반 담임인 꽃님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머리를 맞댄 아이들 틈새로 고개를 들이밀고 아기 고양이를 보았다.

선생님! 이 애 이름이 콩이에요.”

콩이?”

, 콩알만하잖아요? 히히!”

히히히! 그래요. 콩알!”

아이들이 모두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에이! 콩알보다 크다. 하지만 콩이! 이름이 참 예쁘다. 콩이! 호호호!”

꽃님 선생님도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콩이를 누가 데려왔지?”

제가 주워왔어요. 마을 앞 화단에 웅크리고 있었어요.”

엄마 잃은 길양이래요.”

며칠 전부터 그곳에 혼자 있었대요.”

맞아요. 외톨이 아기 고양이여요.”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어댔다.

그래도 고양이 주인과, 엄마 고양이를 찾아줘야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른다고 했대요. 진짜 엄마 잃은 외톨이 고양이여요.”

그래? 그렇더라도 아기 고양이 엄마를 찾아주도록 하자.”

어떻게요?”

먼저 고양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다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쓴 다음 마을 곳곳에 붙이자. 어때?”

좋아요.”

선생님의 제안에 아이들은 모두 찬성을 했다.

그래서 먼저 스마트폰으로 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그런 다음 그 사진을 넣은 광고를 만들었다.

파도마을 앞 화단에 있던 아기고양이입니다. 파도초등학교 1학년 꽃게 반에서 보호 중입니다. 아기 고양이를 잃어버린 분은 연락주세요.’

그렇게 글을 쓰고 학교 전화번호와 꽃님 선생님 전화번호까지 적었다.

이 광고를 각자 자기 마을 앞 회관에 붙이도록 하렴.”

!”

꽃님 선생님이 아기고양이를 찾는 광고를 복사해왔다. 그리고 마을을 대표하는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선생님! 면사무소와 농협, 경로당, 보건소에도 붙여요.”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 그럼 누가 그 일을 할 거냐?”

저요! 저요!”

이번에도 아이들이 손을 쑥쑥 들었다.

그렇게 일단 아기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마쳤다.

선생님! 우리 콩이 집을 만들어줘요.”

맞다. 그래야지. 그런데 어떻게 집을 만들지?”

선생님! 저희들이 만들게요.”

그래. 그러렴.”

이번에도 아이들은 우르르 나서서 아기고양이 콩이가 당분간 살아갈 집을 만들었다.

복사용지 상자 뚜껑을 집으로 하고 헝겊을 깔아 잠자리로 만들었다. 가장자리에는 물 컵을 놓아 밥그릇으로 삼았다. 교실 귀퉁이를 치우고 그곳에 콩이 집을 놓았다.

오늘 우리 꽃게 반 식구가 한 명 더 늘었구나. 콩이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알았지?”

!”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며칠 뒤다.

선생님! 콩이 좀 봐요.”

처음엔 풀이 죽어 웅크리고만 있던 콩이였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개구쟁이가 되었다. 공부 시간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교실을 휘젓고 다녔다. 아이들 틈새로 끼어 다니거나, 달랑 칠판 위로 올라가고, 창가의 화분을 넘어뜨려 교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자꾸만 아이들 공부에 방해가 되어 꽃님 선생님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콩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단 말이지?”

! 마을에서도 모두들 모른다고 했어요.”

들 고양이 새끼라고 했어요.”

그렇게 한 달 여가 지나도 콩이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애들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 아기고양이 콩이를 선생님이 집으로 데려가 키우며 어떨까?”

! 좋아요. 이제 교실에서 키우기 힘드니 그렇게 해요.”

이번에도 꽃님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두 말없이 찬성을 했다.

가자. 콩아!”

꽃님 선생님의 집은 광주였다. 일주일에 한 번 광주에 있는 집에 다녀오셨다. 콩이는 그렇게 그 주 금요일 오후에 꽃님 선생님을 따라 광주로 갔다.

집도 복사용지 뚜껑집에서 진짜 고양이 집으로 바뀌었다. 밥그릇, 물그릇도 따로 생기고, 용변을 보는 모래 터까지 생겼다.

그렇게 광주의 꽃님 선생님 아파트로 옮겨 온 콩이는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장난치고 놀 아이들이 없어서 심심했다.

하지만 차츰 아파트 생활에 적응이 되었다. 새로 친구도 생겼다. 대학생인 꽃님 선생님의 딸이 콩이를 끔찍이도 아껴주었다. 밖에 나가거나 들어올 때 꼬옥 안아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콩이는 베란다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심심하면 아파트 구석구석 헤집고 다녀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런데 평화와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닌가 보았다. 꽃님 선생님의 딸이 대학을 마치고 취직이 되었다. 그것도 광주가 아닌 서울이었다.

콩이 어째요?”

어쩌긴? 네가 서울로 데리고 갈 거냐?”

그러고 싶지만.”

이제 콩이는 내게 맡기고, 넌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생각만 하렴.”

그럼 콩이는 다시 엄마 학교로 가야겠네.”

그래야지. 콩이를 일주일동안 이곳에 혼자 둘 수는 없지 않느냐?”

알았어요. 그럼 콩이가 다시 고향마을로 가는 거네. 고향에 가서 엄마도 만나고 형제들도 만나면 좋을 텐데. 아무튼 우리 콩이! 행복하렴.”

꽃님 선생님의 딸이 콩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렇게 콩이와 헤어졌다.

콩이야! 이제 다시 네 엄마가 살고 있을 파도초등학교로 가자.”

그 다음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다. 콩이는 꽃님 선생님의 차에 이삿짐을 싣고 다시 파도초등학교로 왔다.

하지만 꽃게 반 교실로 가지는 않았다.

당분간은 심심하더라도 이곳에 있어야겠다.”

콩이는 꽃님 선생님 숙소에 혼자 남겨졌다.

광주 아파트에서도 콩이는 곧잘 혼자 있었다. 하지만 저녁이면 어김없이 꽃님 선생님의 딸이 콩이를 안아주었다. 외로울 때가 있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그게 행복이었다.

콩아!”

콩이는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꽃님 선생님의 딸이 오는 걸 알았다. 꽃님 선생님 딸의 냄새였다. 아니 향기였다. 콩이만 아는 그 향기가 나면 콩이는 쪼르르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러면 틀림없이 저만큼 꽃님 선생님의 딸이 보였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고 그리고 현관문을 따면 콩이는 풀쩍 꽃님 선생님 딸의 품이 안겼다.

콩이에게 이제 그 행복이 없어졌다. 꽃님 선생님이 밥은 잘 챙겨주셨지만,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콩이가 꽃님 선생님 두 발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그르렁, 그르렁정겨운 인사를 해도 그냥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게 끝이었다.

콩아! 오늘은 피곤하다

그런 말만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콩아! 콩아!”

퇴근하고 숙소로 돌아온 꽃님 선생님은 콩이를 찾아 온 방안을 다 뒤졌다. 구석구석 찾았지만 콩이가 없었다.

이번엔 방을 나와 숙소 부근을 뒤졌다. 학교 교실, 체육관, 화단, 운동장 등도 다 살폈다. 하지만 콩이를 찾을 수 없었다.

콩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숙소 문 앞에 놓아두었지만, 그래도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와 형제들을 만난 걸까? 그래, 그랬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오죽 좋을까?”

이곳은 콩이 어릴 적 고향이다. 그래서 밖으로 놀러 나갔다가 엄마와 형제들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꽃님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밀물인가 보았다. 푸른 파도가 넘실넘실 눈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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