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고구려 몽둥이-2

운당 2014. 7. 1. 07:46

2. 대련

 

우리가 요동반도라 하던 요녕성(랴오닝성), 그리고 고구려 유적이 산재한 길림성(지린성)과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이 있는 흑룡강성(헤이룽장성) 등을 중국은 동북 3성이라 한다.

현 한반도의 3.8배에 이르는 이 지역은 고구려의 성터, 광개토태왕, 장수왕의 능 등이 있는 우리 북방 기마민족의 삶터로 각종 유적유물이 산재해있다.

그런데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부르는 화하족(華夏族)의 후손 중국은 신농, 치우천황 등 동이족의 조상까지도 자기 조상으로 모시며, 고구려를 자기네 변방국가의 하나로 끌어들이는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남쪽 정부가 한반도의 반쪽에 갇힌 것도 모자라 천박한 자본주의와 지역주의, 종북몰이,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아첨아부하며, 조작과 사기로 정권을 유지하는 걸 즐기면서 말이다. 북쪽 정부가 좌충우돌하는 것도 은근슬쩍 조장하며 장기판의 졸 운영하듯 남쪽과 북쪽을 적당히 이간질 시켜가며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인천에서 대련까지 비행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비행기가 기수를 올렸는가 하면 다시 고도를 낮춰야 하는 짧은 이웃이다.

대련 공항에 내리니, 여기가 외국이라는 실감이 안 난다. 그저 한국의 어느 곳과 별반 다를 거 없는 풍광이고 정취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옛 고조선의 영토고 고구려 서쪽 국경을 총괄하는 곳이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친밀감이 든다.

이곳에 고구려 연개소문 장군의 투혼이 서린 천혜의 산성 비사성이 있다. 그리고 고구려는 이 비사성을 잃음으로 드넓은 대륙을 넘겨주고 패망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은 한반도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과거는 한낱 허망한 꿈일 뿐인 것이다. 현실의 대련은 중국 동북관문으로 러시아, 중국, 한국의 3국을 아우르는 삼각형의 기점이며 정점이다. 그러기에 과거나 현재나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남북아시아대륙의 주인이 되는 게 자명한 일이다.

 

대련 공항에 내려 첫 걸음으로 아시아 최대라는 성해광장으로 간다. 이곳 성해광장은 큰 볼거리는 없지만 무엇이든 큰 것을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대륙적 기질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련의 백주년을 기념하는 1세부터 100세까지의 발 모양이 새겨진 발자국 조형물을 지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공사가 한창인 발해만 쪽으로 눈길을 옮긴다. 그리고 물결치는 푸른 파다를 보며 물밀 듯 밀려오던 수, 당군, 그 적군을 막아냈던 옛 선열들의 투혼과 기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은 빼앗긴 남의 땅 아닌가? 그저 지나간 옛 꿈이니 생각만 씁쓸 발길을 돌린다.

아무튼 남서쪽으로 중국, 동쪽으로 한국과 일본, 북쪽에 러시아를 두고, 세상을 품고 있는 이곳 대련은 사통팔달 팔 벌린, 말 그대로 아시아의 허브임에 분명하다.

 

또 이토오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와 단제 신채호 선생이 옥사한 여순(뤼순) 감옥은 이곳 대련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라 한다. 하지만 매인 일정이라, 그 비사성과 여순을 찾아보지 못하고 나그네는 단동을 향한다.






<대련의 성해광장, 대륙을 향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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