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15
Cloud W K
‘오늘은 대교(대중교통)를 직접 이용해보는 실습을 해봐야겠다.’
사실 죽었다 백년 만에 깨어나니 모든 게 생소했다. 가게에 가서 ‘으흠!’ 기침만 해도 주인이 나와 ‘뭐 사려우?’ 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게 앞에만 가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어떻게 해야 물건을 사는 건지 아득했다.
특히 차가 저만큼 달려오면 무슨 험상궂은 반신반인이 총칼을 들고 오는 것 같았다. 간이 덜덜, 다리는 후덜덜 떨렸다.
‘그냥 차에 오르기만 하면 체크카드가 알아서 해요. 할아버지! 알았지요?’
손녀의 말을 귀에 못으로 박고, 대교 이용법을 익히려 신김생원이 외출 준비를 할 때였다.
“디리리릭! 디리리릭!”
신김생원의 스마트 폰에 신박생원 이름이 떴다.
“잉! 신박생원! 아니 저승 댓똥령 가카구나?”
“잉! 나다. 써글! 댓똥령 짓거리 하느라, 프랑스말, 일본말, 러시아말, 중국말도 슬쩍슬쩍 훔쳐보며 혓바닥 굴려 고상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연설까지 사기 치려니 비위가 상해 날마다 토가 나온다. 신김생원! 너하고 툭 터놓고 얘길 하면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잠시라도 빌어먹을 종자들 낯바닥도 안보니 살 것 같다.”
“그러냐? 나도 그런다. 마침 속이 편할라 하면 그 종박 구더기 새끼들이 썩은 폐곈가, 늙닭구리 노곈가 파먹으며 종북 나발 불면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통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신박생원, 너하고 ‘야, 이 문딩아! 달구새끼 잘 있냐? 밥 잘 퍼먹고 똥은 잘 싸냐?’ 욕 잔소리 섞어가며 얘기하니, 이게 바로 극락이고 천국이며 낙원이다.”
“맞다. 그래서 친구 좋은 거 아니냐? 근데 거기도 종북, 종박이 문제냐?”
“그렇다. 어제 손녀가 종북, 종박이 뭐예요? 하고 묻더라. 그래서 ‘새벽종을 북북 찢고, 남의 말에 생트집을 잡아 고발하는 간나구가 바로 종북이다.’ 그렇게 알려줬다. 또 종박은 ‘새벽종을 박박 찢고 역시 남의 흠집을 만들어 고발하며 푼돈 얻어 쓰는 간자나 사기꾼이다’ 그리 알려줬다.”
“어쩜 저승이나 이승이나 똑 같냐? 내 이승을 떠나와 뜻한바가 있어 저승 댓똥령이 됐다만 여기도 그놈의 종북, 종박 때문에 골치다.”
“아따, 너야 니가 댓똥령이니 종북, 종박을 슬슬 놀잇감 삼아 즐기지 그러냐?”
“야! 신김생원! 너 날 뭘로 보냐? 그래, 넌 내가 일성이만도 못하냐? 그러니까 종북척결을 부르짖는 이노마들이 내 동상을 구미호에 세웠는데, 꼭 비루먹은 망아지 새끼처럼 쬐깐하게 세웠단 말이다. 적어도 일성이보다는 5.16배 크게 세워야 할 거 아니냐?”
“맞다. 어디 일성이를 너한테 비교하겠냐? 니 동상을 거지발싸개로 취급하면 안 되지. 그 종북 타령하는 노마들이 널 능멸한 거 맞다. 당장 더 크게, 아놀드 슈왈츠 제너가처럼 울퉁불퉁 근육질로 멋지게 다시 세우라 하렴.”
“그래서 지금 긴급조치냐? 저승걱가 비상계엄령이냐? 아니면 저승걱민 총동원 종북척결 궐기대회 516만회 개최냐? 아니면 이 종북 종간나 새끼들을 걱정원과 국뻥부, 법 무시부를 시켜 귀신도 모르게 프랑스 닭사료공장 분쇄기로 보내느냐? 등 네 카드를 놓고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 카드 중 하나를 뽑아들고 이제 루비콘 강만 건너면 된다.”
“한바탕 피바람 불고 피비린내 진동하겠구나?”
“잉! 피야? 그거 별거 아니다. 아따, 그 백 년 전 이승의 부마항쟁 때 탱크로 한 2만 명만 죽이면 깨끗하게 정리된다고 했잖냐? 그러니 아침 마수거리로 생각할란다. 이곳 저승에 넘쳐나는 게 귀신들이다. 2만 아니라, 2천만을 죽여도 눈썹 한 가닥 껌벅거릴 일 없다.”
“하긴 종박들이 할래? 헐래? 새벽종을 북북박박 찢어 발기며, 종북종박! 종북종박!을 만세 삼창으로 외칠테니 무슨 걱정이겠냐? 걱가가 걱가 같아야 걱민으로서 걱정을 안 하는 데 말이다.”
“쥐새끼 이밍뷕이가 관변떨거지들을 수도 없이 키워놔서 일하기가 참 좋다. 그 왜종자가 삽질, 시멘트질로 사회를 20세기 산업사회로 ‘빠꾸, 오라이!’ 시킨 덕에 관변 떨거지들은 삽 한 자루, 시멘트 한 포대만 주면 환장된장이다. 그런 떨거지 저승 관변 단체가 이곳에 수억 개다. 또 그 머시냐? 닭까지 마시오 놈 귀태가 만들고 귀태도터가 완성한 유신알 자동 생산기 덕분에 ‘총칼 쿠데타와 좌빨, 빨갱이, 종북 타령만이 지상과 천상의 유일법이다’는 정치철학이 완전 뿌리를 내렸다. 우리 저승 헌법 1조가 이렇다. ‘우리 저승은 총칼과 댓글 쿠데타로 완성한 반신반인 귀태 제국주의다. 모든 권력은 반신반인 귀태로부터 나오고 반신반인 귀태가 계승한다.’ 다시 말해 다른 건 몰라도 경제, 정치, 철학은 20세기로 되돌려 완전히 장악했다. 삽으로 퍼서 시멘트 굳혀 공구리하고 총칼 댓글로 지키며 이어간다, 이 말이다.”
“장하다. ‘저승과 이승이 하나 되어 귀태걱가 계승하자.’ ‘종북 종박 완성하니 쥐와 닭이 유일신이다.’ 이런 표어를 선물로 주고 싶구나.”
“고맙다. 신김생원! 역시 너는 내 친구다. 거기에 표어 둘만 더 보태야겠다.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말이다. 내 동상 말이다. ‘댓글 부정당선 댓똥령 동상도 크게 세워 종북종박세력 척결하자.’ ‘가짜 사기 댓똥령도 댓똥령이다. 댓똥령 동상 크게 세우지 않으면 종북종박이다.’ 어떠냐? 이 표어들도 좋지?”
“야! 신박생원! 아니 저승걱가 댓똥령아! 거기서 종박은 빼라. 종박은 너 신박생원을 지지하는 떨거지들 아니냐?”
“잉! 근데 말이다. 거 머시냐?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 하지 않더냐?”
“맞다. 역사를 보면, 멀리 갈 것 없이 닭까지 마시오도 어리버리한 놈들로만 총리 세워놓고 똑똑한 놈은 다 잡아서 뜯어 먹었다. 그 말 맞다. 종박도 올라탈라고 하는 놈은 토사구팽이 답이다.”
“그러지? 맞지? 그래서 그냥 이 기회에 종북종박을 함께 싸잡아 토사구팽하고 아첨아부에 능한 버러지들을 새로 사육할란다. 아! 초터민이 그립다. 그 인간이 있어야 힘이 나는데?”
“야! 이노마야! 너 혹여 동성애자냐? 딸랑이 긴기췬이로는 부족하냐?”
“아니다. 내가 필요한 게 아니고 그 초터민을 못 잊어 ‘어쩌다, 날마다, 밤마다, 생각이 나겠지?’ 하고 팬티킴의 이별 노래를 부르는 늙은 달구가 있어서 그런다.”
“하긴, 암튼 신박생원아! 딴 생각 말고 나 저승 갈 때까지 댓똥령 잘 하고 있어라. 내 자리 하나 잘 만들어 둬라.”
“잉! 걱정 마라. 너 오면 새머리똥누리떨거지들이 받드는 유일신 종북종박, 이밍뷕의 못생긴 마사지걸, 긴용쉭의 허리 날씬 쓸만한 달구 등 다 한데 엮어서 니 종으로 만들어 주마. 볶아 먹든, 삶아 먹든 너 알아서 하라마.”
“알았다. 고맙다. 이제 나 대교 이용법 실습 나가야하니 또 전화하자. 니가 먼저 걸어라.”
“잉! 내 스마트폰은 무제한이니 걱정 붙들어 매라.”
“그럼, 동상 일성이 거 보다 5. 16배 크게, 울퉁불퉁 근육질로 다시 잘 세워라.”
“잉! 떨거지 노마들이 알아서 길 거다. 가서 오만상 찌푸리고 있다가 아, 똥상! 일성이거 보다 큰 똥상! 이 말 한 마디면 해결 된다마.”
저승 댓똥령 신박생원의 전화가 끊기고 신김생원은 대교 이용을 익히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창신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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