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金生員傳 14
Cloud W K
“할아버지!”
“오냐! 어서 오너라. 수고했다.”
신김생원의 손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배고프지? 이 김치전 먹어라. 할아버지가 만든 거다.”
신김생원은 따뜻하게 데워 논 김치전을 온장고에서 꺼냈다.
“할아버지가 오가피, 복분자, 산수유, 울금 가루를 우리 밀에 섞어 반죽한 뒤, 아삭아삭 익은 김치를 넣어 지진 거다. 그러니까 우리 조선 토종 전이다.”
“냠냠! 예! 맛있어요. 피자보다요. 할아버지도 드셔요.”
“오냐. 나는 많이 먹었다. 네가 맛있다니 할아버지는 그저 배부르다.”
“근데 할아버지!”
김치전을 맛있게 먹던 손녀의 얼굴이 샐쭉해진다.
“왜?”
“아파아트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반인반신이라고 해요. 절반은 사람 절반은 귀신이래요.”
“그럴 만도 하지. 죽었다 백년 만에 살아났으니. 하지만 할아버지는 반인반신은 아니다. 그냥 인간신선이다.”
“인간신선이요?”
“그렇다. 인간신선은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 노력하며 선량하게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반인반신은 무서운 괴물이거나 괴수다.”
“맞아요. 신화에도 그런 못생기고 무서운 괴물, 괴수들이 인간을 괴롭혀요.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해줘요.”
“그러자. 괴수 얘기 해줄까?”
“와! 무섭지만 재미있겠다.”
“에! 또, 그러니까 말이다. 백 년 전 ‘닭까지 마시오’란 반인반신 괴수가 살았다. 이 괴수가 유신알을 낳더니, 새벽종을 탕탕 치면서 집집마다 마을마다 새벽닭을 가져오라고 들볶았다. 그러더니 급기야 ‘채홍사’란 부하를 시켜 여자들을 궁정동 동굴로 잡아와 산채로 뜯어먹었다. 그렇게 2백 5십 명의 여자들이 잡혀갔을 때다. 마침내 ‘규재김’이란 용사가 그 반인반신 괴수를 총으로 탕탕 쏴 죽이고 평화를 찾으려 할 때였다.”
“할아버지! 그만요. 무서워요.”
갑자기 신김생원의 손녀가 온 몸을 벌벌 떨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이고! 미안하다! 무서운 괴수 얘기 그만 하마.”
“할아버지 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녀요.”
“그럼 뭐냐?”
“우리 학교에도 반인반신의 후손인 전교학생회장이 있어요. 그 아이도 반인반신 괴수처럼 굴까봐 그래요.”
“반인반신의 후손 학생회장?”
“예! 이번에 당선이 됐어요.”
“어떻게 당선이 됐는데?”
“그 애 이름부터 말할게요. 그 애는 ‘바꾸네’여요.”
“바퀴벌레?”
“예 그 바퀴벌레처럼 징그러운 아이예요. 그리고 뭘 바꾸는지 모르지만 자꾸만 ‘바꾸네, 바꾸네’ 라는 말밖에 몰라요.”
“응! 알았다. 그런데 왜 그 바꾸네가 반인반신 후손이냐?”
“예! 그 애 어머니, 아버지가 반인반신이었대요. 왜냐하면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 때 그 애 어머니가 몸을 날려 그 날아오는 총알에 몸을 맞추어 죽었대요. 그런 기술은 올림픽에 나가는 반인반신급 달인이 할 수 있는 묘기 중의 묘기래요. 그래서 그 애 어머니의 죽음 앞에 바퀴벌레며 쥐며느리까지 눈물을 흘렸대요. 또 그 뒤로 그 애 아버지도 날아오는 총알을 두 개나 꿀꺽 삼키며 ‘아! 내 딸 귀태도터를 시켜 복수 하겠다. 각오하라. 48.4%의 백성을 들들 볶아 산송장 만들겠다.’ 그렇게 저주하며 죽었대요. 그래서 일부 개독 사이비 강시목사들과 원한의 피를 빠는 구미호 놈시장이 그 신기묘기를 기념하고 칭송하며, 그 애 부모를 ‘반인반신 어바이 댓똥령 가카!’ 울부짖어 기도하며 헐래? 할래? 새벽동상을 지킨대요.”
“그러니까 그 두 반인반신이 낳은 아이가 바꾸네란 말이지?”
“예! 성은 ‘바꾸’고 이름이 ‘네’래요.”
“그렇구나.”
“그 바꾸네가 프랑스 유학을 했대요. 그래서 프랑스말, 러시아말, 중국말, 일본말을 잘한대요. 그런데 한국말은 잘못해요. ‘부지런한 꿀벌’이라 하잖아요. 그런데 ‘부지런한 벌꿀’이라고 해요. 또 ‘이산화탄소, 산소’를 ‘이산화가스 산소가스’라고 해요. ‘후훗!’ 그래서 그걸 선생님이 지적하니까 ‘지금 나하고 싸우잔 거예욧?’하고 달려들었대요. 선생님이 ‘아니다, 틀린 거 바로잡아주려 한 거다’ 하니까, 또 ‘병걸레셌셔욧?’하면서 닭 눈을 흘겼대요.”
“정말, ‘똘아이’구나.”
“예! 맞아요. 모두들 수군수군 ‘칠푼이’라고 해요. 그리고요. 회장 선거 때 학교의 4대악을 척결하겠다고 공약했어요. ‘남녀 쳐다보기 척결, 남녀합반척결, 가족끼리도 남녀 같은 방 쓰기 척결, 불량 군것질 척결’이 바로 그 4대악이래요.”
“야! 정말 반인반신의 후손답게 대단한 공약을 했구나.”
“또요. 6세 이상 모든 학생에게 월 20만원을 주어서 창조공부를 시킨다고 부르짖었어요.”
“20만원? 창조공부? 창의가 아닌 창조? 역시 반인반신의 자식이라 스케일이 다르구나. 돈도 주고 창조까지 한다니 말이다. 가히 반인반신의 경지로다.”
“예! 그래요. 그리고 그 창조공부는 ‘싸이의 말춤 추며 공부하기, 반인반신 동상 세우기, 한복 입고 세계 여행하기’ 등이라고 해요.”
“할아버지도 ‘병 걸린 닭춤 추며 공부하기, 닭 잡아먹고 오리발 동상 세우기, 각설이 옷 입고 닭전머리 시장돌기’ 등은 잘 한다만….”
“할아버지! 그건 21세기 창조지요, 지금은 22세기라니까요.”
“알았다. 하지만 아쉽다. 그 21세기에 월 20만원과 창조공부를 알았다면 ‘병 걸린 닭춤 추며 공부하기’ 만으로도 학생회장은 껌값, 댓똥령까지도 닭상이었을 텐데 말이다.”
“할아버지! ‘오염된 물이 흘러가 버리면 깨끗하게 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나서라’ 라는 말이 있어요.”
“암 그렇지. 그래서 백 년 전 2013년에도 군산 수송동 성당 신부님들이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 성경(루카 8,14-15)말씀을 실천하며 민초들의 심정을 달래주었다. 더러운 물이 흘러가기 전에 깨끗하게 하겠다고 앞장을 섰다. 그리하여 마침내 들불처럼 민주의 촛불을 타오르자 새벽닭이 죽고 초저녁 쥐도 박멸, 4대강까지 원상회복 되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호호호!”
“왜 웃느냐? 할아버지 얼굴에 뭐 묻었냐?”
“아니요. 그 바꾸네가요. 정견발표를 할 때요. 원고를 몰래 감추고 읽었는데요. 웃겼어요. 원고에 ‘창조공부를(이때에 소리는 점점 크게. 오른손을 30센티 들어 앞자리의 남학생을 가리키며) 부르짖으며(눈에 핏대를 세우며)’ 등으로 지문이 달려있었어요. 그런데 그 지문까지 읽은 거예요. ‘창조공부를, 가로 열고, 이때에 소리는 점점 크게. 오른손을 30센티 들어 앞자리의…’그렇게 큰 소리로 외쳤어요.”
“웃음바다가 됐겠구나?”
“아니오. 웃지 못했어요. 왜냐하면요. ‘손해, 최불랄, 전언쥐, 이순대, 정미횡, 이미자네’ 등 이런 강시딴따라들이 와서 ‘바꾸네는 에비에미 없는 불쌍한 귀태도터다. 4개국어에 능통하니 한국말 쬐금 못한 거와 바꾸네다. 또 웃음은 창조공부를 망친다. 그러면 6세 이상 모든 학생 20만원을 10만원으로 바꾸네가 되고, 부칸이 1번 어뢰와 전산망교란을 보낸다. 너희가 웃지 마라. 바로 부칸에 협조하는 것이니라.’ 그렇게 윽박지르며 우유와 양말 한짝씩을 나눠줬어요. 그래서 우리는 혀를 깨물며 웃음을 참았지요. 아참, 이게 그 우유와 양말짝이예요.”
“그랬구나. 혹시 네 스마트폰에 댓글이나 트윗은 안 왔느냐?”
“왜 안 와요? 하루에 백 개씩 왔지요. 어떤 친구는 이백 개나 왔고, 바꾸네 반 아이들은 3백 개씩 왔대요. 부모 친척, 친척의 사촌까지 왔대요. 모두 합하면 120만개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댓글과 트윗 쿠테타로 당선된 부정 당선 댓글회장이구나.”
“예! 맞아요. 그리고 그 댓글과 트윗은 학교 경비대 직원들이 골방에 숨어서 보냈대요. 학교 경비대가 학교를 안 지키고 그런 일을 하는 동안 도둑이 들었대요. 그 도둑이 ‘나 도둑이요.’ 하고 문을 노크하자, ‘가져갈 것 있으면 빨리 가져가고 문 닫아. 지금 이 댓글 보내는 거 바꾸면 인권침해로 고발이야.’ 했대요. 그래서 모두들 무서워서 모른 척 해요. 댓글과 트윗말 하면 부칸으로 가야 한대요. 할아버지! 부칸이 어디 있어요?”
“응! 부칸은?”
신김생원은 무어라 대답할까? 망설이며 벽 위에 조그맣게 뚫어진 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흰구름이 몇 조각 보였다.
“응! 부칸은 흘러가는 흰구름이란다. 흘러가버린 물을 정화하지 못하나, 흘러가는 구름이 용변을 보면 우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그래, 나도 어렵다. 그럼 쉬운 말하마.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한다.”
“예! 그래요. 할아버지! 저도 사랑해요. 호호호!”
신김생원이 평화롭게 웃는 손녀를 보며 다시 창을 올려다보니 이제 흰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경향신문에서 빌려온 사진>
숨통이 좀 트인다.
11월 22일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촉구 시국미사’를 열고 사제와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땅의 양심, 정의의 사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