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쓰기 참 쉽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는 전쟁범죄자를 과감하게 처단하였다고 한다. 특히 교수, 문인, 언론인 등에게 엄격한 잣대의 칼날을 들이댔다고 한다. 지성인들의 위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그들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물은 것이리라.
이완용은 말할 것도 없지만 친일행각을 한 독재자 박정희(교사출신), 서정주(문인), 김성수(언론인) 등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화려한 생활을 이으며 대통령, 문협회장, 신문발행인 등으로 우리 사회의 소위 지도층으로 군림하였다. 프랑스의 잣대에 비교해보면 우리 민족에게는 두고두고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1억 도둑질하나, 100원 도둑질하나 도둑질은 마찬가지라면, 지금도 여기 저기 이익을 찾아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기웃대는 인물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겸손하고, 겸허하게 반성을 했으면 한다. 잣대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게 있다. 세상사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손바닥 뒤집기 식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사이코패스거나 치매에 걸린 불행인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온 나라가 총체적 부정부패에 빠졌다고 개탄하겠는가? 나는 잘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꾸짖겠는가?
여기서 사회적 지식인층이라 할 수 있는 문인들의 책무도 커진다.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써야 한다. 다시 말하여 글과 행동이 일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쉽게 쓰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시를 쓴다고 하자.
1. 구름은 구름은 요술쟁이/토끼도 되고, 자동차도 되고
2. 거울은 거울은 요술쟁이/내가 찡그리면 찡그리고 웃으면 웃고
3. 시냇물은 시냇물은 요술쟁이/여름엔 콸콸 겨울에 꽝꽝
이렇게 일정한 틀을 정하고 쓰면 하루에도 백편 쯤 쓰는 건 문제가 아니다.
소설은 또 어떤가?
먼저 주인공을 정한다.
1. 모르는 게 없는 형 - 내가 해봐서 아는 데를 남발하는 인물로 무엇이든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이다. 모르는 게 없다. 어떤 어려운 일도 결과적으로는 척척 해결하는 만능 엔터테인먼트다. 혹시 모르는 일이 있으면 남의 탓으로 돌려 버리면 된다. 대표 인물로는 누구라고 말을 못하겠다.
2. 아는 게 없는 것 형 – 무엇이든 눈치를 살살 보다가 조력자를 구해 의지한다. 역경에 처할 때면 신이나, 그의 능력과 비슷한 조력자가 나타나 해결해준다. 대표 인물로는 그네를 잘 타는 여성과 같다고만 밝히겠다.
3. 못하는 게 없는 것 형 – 그 어떤 어려운 일도 척척 해결해버리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에 부딪쳐도 그 해결 능력은 신비롭기만 하다. 대표적 사례로 천안함이나 농협전상망 사고를 떠올리면 된다.
이 3가지 유형의 인물을 설정한 다음, 그들을 갖은 역경으로 몰아넣으면 된다.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 기억상실, 불치병, 실연, 배신, 모략, 질투, 폭행, 전쟁, 파산, 화재, 절도, 삼각, 사각관계 등 얼마든지 남발해도 좋다. 쓰다가 막히면 티비 연속극에 대부분의 해답이 있다.
요즈음, ‘데우스 엑스 부카나’ 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고 한다.
희랍, 로마시대 때 연극 속 주인공이 어려움에 부딪치면 신이 기중기를 타고 무대로 내려와 해결해주었다고 한다. 그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장치를 타고 나타난 신)’라고 하는 데 소설 쉽게 쓰기의 2번째 유형이다.
그런데 그 마키나(기계) 자리에 부카나(북한)가 들어간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쉽게 쓰는 걸 경계하는 말이 정치인들을 비꼬는 말로 바뀐 것이다.
글을 쉽게 쓰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나 시인이 갖는 이 사회에서의 위치에 상관없이 문인들은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였음 한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앞 뒤 좌우를 살피는 지혜와 균형감각, 비판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글은 기교로도 쓰지만, 그 속에는 감동과 감격이 담겨있어야 한다. 잘 짜였지만 감흥이 일지 않으면, 생명력이 짧다.
글을 쓰는 기법, 작법을 공부하는 것도 일차적이지만, 작가라면 먼저 인간 본성의 소중함을 공부해야 한다. 이중인격자가 어디 한둘일까만, 그리고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가 그런 본성이 있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라면 자신의 언행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끝으로 글을 많이 쓰고 적게 쓰고는 차치하고라도, 끊임없이 다듬고 추고를 거듭해서 글 한 편에서 온 몸을 흔드는 전율이 느껴지도록 노력을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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