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안해와 왕
북녘에서 만난 말 중에서 참 듣기 좋은 말이 안해입니다. 우리 남쪽도 예전엔 안해라고 했을 겁니다. 이미 50년대에 남녀평등이 이루어졌고, 무엇에서건 남녀의 차별이 없다는 말을 했지만, 여자가 집안의 해라는 말이 참으로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작은꽃님! 그리고 또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어린이가 왕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미국의 전쟁보고서에 따르면, 육이오 때 전폭기에 의해 무차별 폭격을 당한 평양엔 서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파괴되었다지요. 그 평양을 새로 건설하면서 가장 힘을 기울인 곳이 바로 교육시설이었다지요. 8월 1일 아침에 찾아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은 아름드리 대리석 기둥으로 높은 천정이 말 그대로 궁전이었습니다.
“저 륜학륭 학생궁전 총장은 공훈교원이지요.”
북쪽에선 그냥 교원이 있고, 존경받는 인민교원이 있고, 더 존경받는 공훈교원이 있다고 했지요. 륜 총장은 그 가장 존경받는 공훈 교원이라고 했습니다.
“강계의 장자강 제 1중학교에 다닐 때 소아마비 친구를 5년간 업고 다녔답니다. 그 선행이 60년대에 가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한 유명한 분이지요.”
옆 자리에 앉은 교육직업총동맹 위원장의 칭찬에
‘아, 그거야 선생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했지요. 처음엔 힘들고 싫었는데, 그리 하다 보니 친구에 대한 우정도 생기고, 동물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라에 대한 충성심도 생겼지요.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겁네다.’
계면쩍은 표정을 짓는 륜 총장은 금방 논에서 모내기하고 올라온 농부처럼 털털하고 소박한 모습이었지요. 그런 사람하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 금세 어깨동무하고 노래가 나오는 거랍니다. 실제로 환송 만찬날 보니까, 좌석에서 그 분이 가장 인기가 높았지요. 그 분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제일 많더라니까요.
작은꽃님! 아무튼 그 분이 하신 말씀을 여기 그대로 옮겨볼께요.
“여기 이 집은 건물 모양이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안는 모습이랍니다. 198개 소조에서 5천여 명의 학생이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지요. (중략) 김 주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여긴 궁전이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왕이다. 너희들은 하인이다.’ 정말 5천명의 임금 모시고 하인 노릇하기 힘듭네다. 또 주석님께서 책걸상을 파손했을 때 임금님에게 변상하라는 말이 어디 있느냐며 변상조항을 없애라 하셨지요. 어디서나 어린이는 어린이입니다. 싸우고 장난치는 아이들로 인해 일과가 끝나면 책걸상이 많이 부서집니다. 우리는 날을 세워서라도 그걸 고쳐서 다음 날을 대비하지요. 어린이는 어른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를 왕으로 모시고 삽네다.”
우리는 4쌍둥이 소녀가 가야금을 배우는 교실을 비롯하여 붓글씨, 수예 등을 배우는 소조교실을 둘러봤지요. 그리고 1시간 20분 남짓 평양소년학생예술단의 공연을 보며 교육을 통한 인간의 무한한 능력개발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며 무대 위의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었지요.
‘다시 만나요. 그래 통일의 그 날 우리 다시 만나자.’
그런 감동적인 공연관람은 처음이었답니다. 오전에 있었던 북쪽 교원대표들과의 만남,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체육관으로 옮겼지요. 반세기를 훌쩍 넘겼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처음엔 쑥스러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던 남북교원들이 이내 백년지기처럼 함께 어울려서 웃고 노래하며 경기도 하고 강강술레를 했던 일은 꿈결 같은 일이기만 했지요.
그 날 나는 본부석에서 우리 작은꽃님들에게 상품을 나눠주는 일을 맡았는데, 슬그머니 화가 났지요.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다니, 이게 무슨 꼴이냐? 나는 벌떡 일어나 작은꽃님들이 계시는, 천지 기슭의 들꽃들처럼 아름다운 꽃무리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갔지요.
작은꽃님! 그 날 그 순간, 당신과 같은 우리 작은꽃들은 손에 손을 잡고, 피가 통하는 따스한 손을 잡고, 땀에 젖어 축축한 그 손을 잡고 그처럼 행복할 수가 없었답니다.
<대동강에서 바라본 주체탑과 능라도 경기장>
<거리를 지나며 찍은 풍경>
<비가 와서 대동강물이 조금 탁하다>
<피라밋 같은 호텔>
<평양 교예단의 공연이 있었던 공연장>
<공연장에서 만난 저녁 노을>
<우리식대로. 차 안에서 찍었다>
<무슨 건물인지 잘 모르겠다>
<평양 교외의 들판>
<보통강 화력발전소>
<평양 교외의 들판>
<지나치면서 찰칵>
<수양버들이 능청스럽다>
<차 타고 가면서 역시 찰칵>
<역시 차 안에서 찍었다>
<무슨 문이라고 했는데?>
<차 안에서 본 것이다>
<무슨 상점인듯 싶었다>
<우리네 풍경과 똑 같은 모습이다. 그게 정상이겠지.>
<인민대학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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