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방문기

4박 5일의 북한 방문기 9

운당 2007. 11. 6. 21:10

8월 1일

‘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6.25 직후 미군의 전쟁보고서는 평양의 모습을 그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그 폐허의 터에 우뚝 세운 평양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사흘째의 아침이다. 눈 뜨면 대동강이요, 새벽안개를 걷어내는 평양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니 꿈만 같고 너무 호사를 부리는 듯도 싶다.

호텔을 나오니 비가 내린다. 교통정리를 하는 여자 경찰의 우의가 얼굴 부분이 동그랗게 파여 있어 인상적이었다. 한 손은 우산을 들고 한 손은 자전거를 잡고 줄줄이 출근하는 모습이 교예처럼 보였다. 시가지를 벗어나니 두 부부가 다정스레 쟁기질을 하고 있다. 남쪽에선 잊혀진 모습이어서 더 정답게 보였다. 굴뚝 2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른다. 보통강 화력발전소라고 했다.

이윽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 도착하여 남북 교직원 상봉 모임이 있었다. 단상에 올라 남쪽 교원을 대표하여 13분 동안 발언을 할 기회가 있었다.

‘한반도의 남쪽 땅. 남쪽에서도 가장 먼저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곳이 전라남도입니다.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장 김목입니다. 그 따뜻한 봄이 우리 민족에게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 줄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영광이요, 감격으로 지금도 그 첫 머리말 인사가 기억난다.

이어 남북교직원 친선오락행사를 가졌고 학생소년궁전을 둘러보며 소조활동 참관 및 환영문예공연을 관람하였다. 큰 손님에게만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호강이요, 어떤 미사여구를 붙일까? 감탄했던 학생들의 빼어난 공연이었다.

점심은 청류관에서 녹두지짐(빈대떡)과 녹두묵, 그리고 평양냉면으로 먹었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보통강변을 잠시 거닌 것도 오랜 추억거리다.

다시 시내로 나와 시민들과 손을 마주 잡으며 평양지하철을 탑승하였다.

높이가 60m라는 개선문을 관람하고 횃불 높이가 20m인 170m 높이의 주체사상탑을 관람하였다. 엘리베이터로 사상탑에 올라 내려다보니 대동강 건너 바로 앞 쪽에 김일성 광장과 인민대학습당의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사상탑 아래 대동강변에서 어떤 여자 안내원에게 ‘여기서도 남녀가 손잡고 데이트하냐’고 물으니까, 잠시 생각하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차린 듯 ‘서로 사랑하는 데 못할게 뭡네까?’ 그러면서 남녀가 산보를 한다고 했다. 우리들은 산보라는 말을 잊었는데, 그들은 산보라는 말을 잊지 않고 쓰고 있었다.

주체탑을 나오면서 상점에서 작은 신랑각시 인형을 샀다.

저녁은 우리 남측에서 답례만찬을 했다.

이제 내일이면 평양을 떠난다. 10시 30분. 깊어가는 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양각도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갔다. 2시간 만에 한 번씩 스카이라운지 전체가 한 바퀴 회전을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대동강맥주를 마셨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에 젖는 평양의 밤을 바라보며 또 언제 이곳에 와서 대동강맥주를 마실 수 있을지? 술이 올라도 모두들 말이 없었다.

<평양 시내의 상품점이다. 물질만능만이 행복은 아니다.>

<단언하건데 북쪽에서는 무인상점이나 다름없었다. 백두산에서도, 묘향산에서도, 평양에서도.>

<통일이 천천히 되어야 겠다고 우스게 말을 했다. 왜냐하면 남쪽의 사기꾼들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 확신이 되어서다>

<김일성 광장에서 바라본 주체탑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민족의 눈물이었으리라.>

<소뿔 두개 모양이라는 양각도 호텔에서 본 대동강이다>

<대동강의 아침이다. 피라밋처럼 생긴 호텔이 보인다>

<역시 대동강이다.>

<저 멀리 주체탑이 보이는 대동강이다.>

<대동강! 누군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으리>

<사진 한 장에 추억과 소망이 담겨있다. 주체탑이 보인다.>

<평양의 아파트 중 가장 세련된 모습이었다.>

<한 번 타봅시다. 지하철을 타보자고 우겨서 타봤다.>

<지하철이 미술관 같았다.>

<우리 남쪽에서 왔다. 그렇게 간절히 말하며 인사 나누었다. 통일되어 다시 만나자고.>

<평양 학생소년궁전에서 행사가 있었다. 13분동안 말할 기회가 있었다. 잊지못할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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