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양각도 호텔 32층 15호실이 숙소였다. 안개 속에서 깨어나는 대동강과 평양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방이었다. 티비를 보면서 산행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일정을 하루 앞당겨 백두산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평양거리는 느긋하고 여유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학생들, 군가를 부르며 가는 남녀혼성의 군인들, 교통 정리하는 여자 경찰, 출근 길 시민들 모두 다 평화롭게 보였다.
오전 8시 순안공항에서 북측 비행기인 고려민항기로 1시간 비행하여 삼지연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시 버스로 2시간을 이동하여 마침내 천지 아래에 도착하였다. ‘백두산’이라 쓰여진 비석돌 앞에서 천지를 올려다보니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 1992. 2. 15일이라는 글귀가 장군봉이라는 바위에 새겨져있었다.
평상시에는 천지에 오를 때 에스컬레이터 같은 삭도를 이용하는데. 마침 그 날은 수리중이어서 다시 버스를 이용 천지의 턱밑에 이르렀다.
슬패랭이와 구절초, 개양귀비와 물매화 등 작은꽃들의 천국.
이따금 휘몰아쳐가는 바람으로 파도처럼 출렁이는 풀밭.
파아란 하늘에 눈부신 햇살, 백두고원에 엎드려 자신을 우러르는 영봉들을 거느리고, 이 세상 가장 짙은 쪽빛 호수, 물이라기보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그곳에 있었다. 이름 하니 우리는 그 빛나는 보석을 천지라고 부른다.
이어 김일성이 독립군을 거느리고 일제와 싸우고,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밀영에 들렸다. 밀영은 비밀군영이란 뜻이라고 했다. ‘모두다 공부하자, 지식은 황금보다 유리하다.’ 등의 구호를 써붙이고 공부하고 싸웠던 선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10초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박샘’이란 약수가 있었다. 당시 독립군들이 식수로 마셨다고 해서, 마셔보니 차고 시원하며 약간 달큼했다. 김정일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기념관 귀틀집 마당에는 백두산의 약초인 수리취, 삼벼죽, 참취, 곰취, 닥지싹 , 우정금, 새치 등이 꽃처럼 심어져 있었다.
밀영을 나와 삼지연 대사적지로 이동하였다. 삼지연은 연못이 3개여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삼지연 못가의 진달래는 5월초부터 하순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무척 아름답다는 말에 잠시 눈을 감고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김일성이 만주에서 독립군을 이끌고 들어와 맨 처음 삼지연 전투에서 승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벗나무(자작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대기념비 및 삼지연을 관람하였다. 우등불에 책을 읽는 병사의 기념상이 인상적이었고, 안내원이 기념비 앞에서 ‘사향가’란 독립군들의 노래를 불러주는데, 일제강점기의 선열들이 느꼈을 그런 울분과 독립정신이 노래 속에서 뜨겁게 다가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여 9천미터에서 4천미터로 급강하하는 사고가 있었다. 친절하고 예쁜 안내원이 ‘도수가 높으니 관리하시면서 드시기 바랍네다’ 생긋 웃으며 가져다 준 40도짜리 인삼주를 느긋하게 마시고 있다가 그냥 붕 떠올라 비행기 천정에 붙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벗어둔 구두며, 집어먹던 땅콩이 코앞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꼭 꿈 속 같았다.
아무튼 무사히 순안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풀밭에서 토끼풀 뜯으며 노는 아이들, 브라스 밴드의 연주에 열중인 학생들, 강경 생맥주집 앞에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 청춘거리에서 집단체조를 하기 위해 줄지어 걸어가는 학생들. 서로 삿대질 하며 싸우는 사람들.
비행기 안에서 언제 그런 아슬아슬함이 있었냐 싶게 평양거리는 변함없이 평화스러웠다. 양각도 호텔에 도착하여 이틀째의 밤을 맞았다.
<백두산 가는 고려민항기를 탔다.>
<평양에서 1시간 거리였다. 백두산이 바라보이는 삼지연 공항이다>
<저만큼 백두산이 보인다>
<내 나라 내 땅을 밟아 가는 백두산 길이다>
<삼지연 비행장 공항이다.>
<마침내 천지에서 여 병사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손에 든건 부석돌이다>
<만주벌판을 거느린 천지의 모습이다.>
<천지 물이 키우는 백두산의 들꽃밭이다>
<우등불 조각상이다. 우등불 피우고 바느질하는 여성 독립군, 책 읽고 피리불며 백두산을 누비던 독립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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