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작은꽃님에게
1. 백두산 천지
작은꽃님! 나는 그 날 당신이 살고 있는 천국을 보았답니다. 북녘 방문 이틀째 날인 7월 30일, 이른 아침을 먹고 평양 순안 공항에서 1시간 남짓 비행하여 삼지연 공항에 이르렀을 때 꿈에서나 그리던 백두산은 유난히도 파아란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난 듯 눈 앞에 펼쳐진 백두산은 끝없이 광활한 수해 위로, 당당하고 의젓하게 어깨를 펼치고 금방이라도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날아오를 듯 했습니다.
모두들 넋을 잃고 감탄사를 연발하였지요. 나 역시 벅찬 가슴에 허리에 두 손을 짚고 백두산 영봉을 바라보다 사진을 몇 장 찍었지요. 잠시 뒤, 우리는 작은 버스에 나눠 타고 천지를 향해 길을 재촉했지요. 차는 이깔나무라는 키 큰 나무 떼의 장막으로 앞을 알 수 없는 바다 속을 달려가는 듯 했지요. 그렇게 우거진 숲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호랑이나 곰이 나올 것 같기도 했지만, 잘 다듬어진 길가의 아름다운 들꽃은 무심코 피어난 듯 평화로웠지요. 그 숲길을 쉼 없이 이리 돌고 저리 돌아 2시간여가 지났지요. 그리고 나무들의 키가 작아진다 싶더니, 우리 눈앞에는 불쑥, 우뚝 솟은 천지의 봉우리들이 있었지요.
우린 긴장감을 감추기라도 하듯 잠시 천지 아래 광장에서 휴식을 취했지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도 드물다는데, 우린 참 복이 많아. 중국 쪽에서 세 번이나 백두산을 찾고도 천지의 얼굴을 못 본 사람도 있다던데.’
그런 말에 더욱 맘 설레면서 인민군 병사가 지키고 있는 천지 입구로 들어섰지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내 발로 내 땅을 밟지 않고는 가지 않겠다고 했던 백두산 천지를 보는구나.’
가을 날씨이고 바람이 세다고 하더니, 이따금 천지의 산등성이를 덮은 기다란 풀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물결을 이뤄 눈길을 끌었지요. 그렇게 주변의 풍광에 마음을 뺏기기도 잠시 우린 1967년까지 화산활동을 했고, 2770미터 높이라고 하는 장군봉 아래에 도착했지요. 부석이라고 하는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돌, 화산재라고 여겨지는 돌들에게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도, 마음 바쁘게 부지런히 천지를 향해 걸었지요.
그리곤 할 말을 잃었지요. 우리 선조가 말 타고 달렸다는 드넓은 만주벌판은 어디일까? 눈 둘 데 없이 광활한 백두고원을 지나온 세찬 바람이 온몸을 뒤흔들었지만, 처음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 하면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답니다. 우람한 백두의 봉우리들을 그림자처럼 보듬고 칼날같이 서슬 푸른 모습으로 천지는 천년만년을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 말이 없었지요.
다만 회한에 젖은 우리들만 일이 많아졌습니다. 만세를 부르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 주변을 살펴보니 모두들 천지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그들도 나처럼 넋을 잃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바로 천국에 살고 있는 작은꽃님! 당신을 만난 거랍니다.
<아스라히 보이는 산이 바로 우리의 영산 백두산이랍니다. 여기 삼지연 비행장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 걸린답니다.>
<백두산, 꿈에 그리던 산입니다. 내 나라 땅을 밟아가니 가슴 벅차고 눈물이 났습니다.>
<하늘을 덮은 숲의 바다를 지났습니다. 호랑이와 곰이 살고 있었겠지요.>
<이제 다 왔나 봅니다. 나무는 작아지고 풀밭에서도 예쁘고 작은 꽃들이 반겨줍니다.>
<우리가 타고 가는 작은 버스입니다. 이제 풀밭만 있습니다. 키 큰 풀들은 이따금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마침내 천지입니다. 쪽빛 보석이었습니다.>
<여군 복장의 안내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우리의 백두산에 대해 알려줍니다.>
<우리도 먼저 하늘과 땅,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며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외쳤습니다.>
<여군 병사들도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리내어, 소리 없이!>
<모두들 누구든 서로 붙잡고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마음을 풀길이 그것 밖에 없었나 봅니다.>
<백두산 천지! 꼭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함께 갔던 우리 일행입니다.>
<민족 단일기를 그곳에 세웠습니다.>
<왼쪽으로 우리가 올라왔던 길이 보입니다.>
<남쪽을 바라봤습니다. 한라산이 저 남쪽에 있겠지요.>
<이제 내려오는 길입니다. 들꽃밭입니다.>
<여기서 작은꽃님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천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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