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34

운당 2008. 6. 27. 08:48

30. 이스탄불, 첫날-1월 26일 오전, 하렘, 종교관과 무기관

 

당시 터키의 궁중 서열은 슐탄이 물론 제 1이고 다음은 왕비가 아닌 모친(대비)이고 그 다음이 환관이라 부르는 내시인데, 이 내시는 고자에 귀머거리였다고 했다. 그 절대권력을 누린 슐탄의 접견실을 둘러보고 보석관으로 갔다. 다이야몬드로 장식한 순금 250Kg의 의자, 큐빅이 6666(코란 절수와 동일)개가 꽂힌 항아리, 86캐럿이라는 다이야몬드 등을 무심코 둘러보고 나오니 눈앞이 바다다. 유럽 쪽으로 공 차듯 골든혼을 차 넣고 있는 말마라 바다다. 갈매기 나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멋진 다리가 골든혼을 가로지르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고 있다.

가이드가 말마라 바다 쪽의 붉은 색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리미어 전쟁 때 나이팅게일이 근무했던 병원이라고 알려준다. 다이야는 무엇이며 그 다이야가 줄줄이 박힌 250Kg의 황금의자는 또 무엇이냐? 화무십일홍일 그 하찮은 영광은 다 잊어버리고 나이팅게일이 근무했다는 병원과 말마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 다음 보스프로스 해협이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눈앞에 보이는 항구가 위스크다르(등대라는 뜻)항구라고 했다.

‘Uskudar'a giderken aldi da bir yagmur’(위스크 다르 가는 길에 비가 내리네)

고려 개성에서 출발했던 실크로드 그 끝이 바로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시장이고 위스크 다르(Uskdar)역시 실크로드 종착지 항구 이름이다. 또 원래 이름이 ‘캬팁’이라는 이 ‘위스크다르’ 노래는 우리의 ‘아리랑’과 같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청년을 사랑하며 부른 노래라고 했다.

위스크 다르 가는 길에 손수건을 놓았네/우리 서로 사랑하는 데 누가 막으리

뭐, 그런 내용의 노래 가사가 빠르면 빠른 대로 흥겹고, 느리면 느린 대로 정겨운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노래! 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노래처럼 또 그렇게 아름다운 그 위스크달 항구, 황금만과 이스탄불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장소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바그다드 정자가 있었다.

바로 그곳이 슐탄의 여자들(왕비와 후궁들)이 사는 하렘이라고 했다. 그 하렘은 고추 달린 사람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고 하나, 이제 누구든 돈만 내면 들어가니,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슐탄이 이 현실을 보며 지하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 슐탄의 표정이 사뭇 궁금한데 순간 또 똥 씹는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냥 쫄랑거리다가 백성들의 촛불에 놀라 집 뒷산에 쥐새끼처럼 숨어 숨을 할딱였다는 어떤 인간의 표정이 순간 떠오른다. 쥐새끼! 참으로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제발 좀 뇌리에 안 나타나게 해달라고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듯싶다. 요즘 촛불 집회에 머리에 꽃을 단 소와 그 앞에서 촐싹거리는 쥐새끼가 나오던데, 그 쇠머리 사진이라도 놓고 쥐고기 안주에 소줏잔 기울이며 조앙님께 두 손 싹싹 빌어야 할까 보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그 하렘에 대해 좀 더 얘길 하자면, 궁궐에서 하렘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딱 한 군데였다. 그리고 그 하렘 안은 미로였다. 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다만 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슐탄의 어린 왕자들이 할례를 할 때, 그 모친이 나와서 왕자의 통증을 위로해주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하렘에 옥외 목욕탕이 있었는데, 그곳은 슐탄이 총애하는 여자들이 물장난을 치고 놀던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 대비가 나와 슐탄의 잠자리 여자를 점지하는데, 방법은 겨드랑이의 체온을 재는 거라고 했다. 임신 가능성을 보는 거라고 했다.

또 바로 그 목욕탕 앞 황금색 지붕의 바그다드 정자에서는 슐탄과 하렘의 여자들이 악기 연주를 들으며 휴식을 즐기고, 라마단이 끝나면 첫 식사를 했던 장소라고 했다.

아름다운 위스크다르 항구, 황금만과 보스프로스 해협의 푸른 물결과 갈매기, 오가는 상선과 고기잡이 배, 이 세상 천국이 바로 이곳이었을 게다. 하나 둘, 항구에 불빛이 켜지고, 땅위의 불빛만큼 하늘의 별이 바다에 내려앉는 밤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하니, 그저 그 풍광을 상상만 할 따름이다.

그 속에서 행복했는지, 어땠는지 모를 아리따운 하렘의 여자들, 그들과 함께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산 슐탄과도 작별을 하고 이번에 들린 곳은 종교관이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고 했다. 진품이라고 했다. 그곳에 홍해를 가른 모세의 지팡이, 아브라함의 밥그릇과 터번, 다윗왕의 칼, 무하마드의 수염, 세례 요한의 한손 뼈와 두개골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불랙스톤이란 신비의 돌과, 금으로 만든 커다란 전등, 슐탄의 초상화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모든 게 진품이라면 비싼 돈 아깝지 않은 여행길이 바로 터키가 아닌가 싶었다. 꼭 다음에 시간을 내어 다시 와서 자세히 둘러봐야지 그럼 맘이 들었다.

이어 슐탄이 사망하면 그 시체를 닦았다는 파란 뚜껑의 우물을 보고 오스만 트룩의 무시무시한 전투무기까지 둘러보고서야 아, 배고프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왕의 접견실 입구, 오른쪽 수도꼭지는 슐탄의 대화 중에는 물을 틀어 요즈음 도청방지 구실을 하게 했다고 한다>

 <제국 휘하의 왕, 귀족, 사신을 맞는 슐탄의 접견실도> 

 <말마라 바다와 나이킹게일이 근무한 병원, 사진 오른쪽 부근 해안의 건물이다> 

 <이 사진에선 한 가운데 쯤의 기다란 건물이다.>

 <오른쪽은 말마라 바다, 앞은 보스프로스 해협, 왼쪽은 황금만 들머리>

 <바로 앞쪽의 오른쪽 마을이 실크로드의 종착지 위스크다라다.>

 <왼쪽의 건물이 하렘이고 앞의 푹 파인곳은 목욕탕, 그리고 황금 지붕의 바그다드 정자>

 <목욕탕 바닥이 파인 것은 미끄럼 방지라고 했다. 귀한 몸이 너머지면 안되지>

 <하렘 입구문, 딱 하나다>

 <바그다드 정자에서 바라 본 황금만과 이스탄불 시가지>

 <하렘으로 가는 딱 하나 쪽문>

 <긍궐 안의 해시계>

 <해 시계 내부>

 <초등학생들, 밝고 명랑했다>

 <무시무시한 오스만 제국의 무기들>

 <제일 무섭다는 끝이 갈라진 칼, 돌려버린단다>

 <세계 최강 무적의 용사들>

 <하지만 오스만 제국도 역사의 뒤안길로>

 <총칼로 흥한 자 총칼로 망한다>

 <국민을 향해 협박하는 위정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