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이스탄불, 첫날-1월 26일 오후, 지하물 저장고
이어 히포드람 광장의 지척에 있는 물 지하저장고를 향해 가는데 첨성대 비슷한 구조물과 표지석이 있었다. 표지석은 이정표 돌이고, 첨성대 형태의 구조물은 물 지하저장고의 가스분출구라고 했다.
물 지하저장고는 70×140m로 8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시의 물 확보는 대단히 중요한 것인지라 대규모 물 지하저장고가 필요했겠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설물을 수개월만에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비밀이 엉뚱하게도 그리스의 이맘 신전의 기둥을 뽑아다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는 쓴 웃음이 나왔다.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지하저장고의 기둥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밋밋한 도리아식과 무늬가 있는 고린도식 등으로 다양했다. 말이 승리의 전리품이지 도둑질해온 돌기둥으로 비상시에 쓸 수 있는 거대한 저수조를 만든 셈이다.
물이 고여 있는 바닥을 내려다보니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식수의 오염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물고기들을 기르는 거라고 했다.
내일 들릴 불르모스크 앞의 성소피아 성당을 짓기 시작한 서기 532년에 완공했다고 하는데 볼만한 것으로는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뜻으로 만들었다는 눈물방울이 금세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의 기둥과 제일 깊숙한 곳에 놓여있는 머리를 거꾸로 처박은 섬뜩한 인상의 메두사 머리였다. 붉은 전등을 켜놓아 그 험상궂은 뱀머리 얼굴이 더욱 선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무섭지는 않았다. 거꾸로 처박혀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다.
아무개가 한 말, 마사지 걸을 고를 땐 못 생긴 여자가 좋다고 한 말이 왜 그 순간 생뚱맞게 생각났는지? 귀신처럼 집요하게 따라붙는 쥐새끼의 명언(?)이어서 그런가? 디져도 썩지 않을 징헌 놈!
<첨성대처럼 생긴 지하 물 저장고의 가스 분출구>
<지하 물 저장고>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지하 물 저장고의 모형>
<물고기 떼>
<유스티아누스 황제의 눈물의 기둥>
<눈물의 기둥>
<메두사>
<메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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