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이스탄불을 향하여-1월 25일 오후
겔리보르 항구에서 점심을 먹고 이스탄불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형적인 여건 때문에 이스탄불 가는 길이 잠시 에게해를 왼쪽에 두더니, 어느덧 바다가 바뀌었다. 이제 풍선처럼 둥글게 부푼 모양의 말마라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고 버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지루한 여정이라, 이런 저런 터키에 대한 얘길 듣는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는 술이다. ‘데킬다으’라는 터키 소주는 알콜도수가 40도로 독하고, 화장품처럼 향기가 있으며, 물을 부으면 부우옇게 변한다 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고속도로다. 터키의 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었는데, 고속도로는 2개라고 했다. 어제 이용한 에페소에서 호머의 고향인 이즈미까지, 그리고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라고 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슬람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마호멧 이야기부터 시작해 이라크 전쟁, 수니파와 시야파의 구분 등에 관한 거였다. 호기심으로 한 번 들어볼 만해서,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여기에 기록해 본다.
570년에 태어나 632년에 사망, 63년의 생애를 살면서 세계 3대 종교라는 이슬람교를 창교한 마호멧의 일생에 대한 얘기는 너무 길어서 생략하겠다.
마호멧이 632년 3번째 성전에 승리하고 메카에 입성했으나, 좋은 일 끝에 궂긴 일 있기 마련이다. 마호멧이 갑자기 사망, 후계자 문제가 대두되었다. 마호멧에게는 6남 1녀가 있었으나, ‘칼리프’(종정 겸 지도자)는 친구인 아브바리크가 계승하였다. 이에 아들들은 수긍하였으나, 외동딸(파트마)의 남편인 사위(알리)가 반발하여 따로 시야파를 열었으니 그게 수니파와 시야파가 생긴 연유라고 했다.
수니파는 매카파라고도 하며 순하다를 생각하면 된다고 했는데, 코란만을 경전으로 여기고, 사납다를 생각하게 되는 시아파는 메디나파라고도 하는데 시야파의 종교지도자는 ‘이맘’이라고 부르며, 그도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슬람 여자들은 차도르를 두르고 눈만 내놓고 외출하는데, 여성들의 할례는 성감대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슬람 남자, 특히 골수 시야파의 소망은 자폭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도 했다. 그 이유로는 사후에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호라(동정녀)를 신이 40명이나 준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9. 11 테러 당시의 주도자는 미국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엘리트였는데, 이때는 그 호라를 덤으로 30명을 보태 70명을 준다고 해서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자신의 행위가 위대한 알라신을 대리한 성전이고, 자신의 순교 이후 가족의 삶까지 보장된다고 하니, 술과 여자, 재산 등 자폭의 용기에 대한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가이드가 호라(동정녀) 이야기를 하면서 터키인 기사와 현지 가이드를 의식하며, 우리 한국인들만 알아듣게 ‘호라’를 호빵의 ‘호’와 라면의 ‘라’라고 설명을 했다. 터키인들에게 그 ‘호라’라는 말은, 금기어에 가까운 용어인 듯 싶었다. 남의 종교에 대해 비하하거나 왈가왈부 할 일은 결코 아니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하니까.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에는 냉철한 비판과 비평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깨어 있는 지성으로 일부 집단의 독선과 독주를 막고, 쥐새끼처럼 간교하고 음흉한 일부 위정자들의 탐욕과 위장도 반드시 환한 햇살아래 드러내어야 한다.
요즈음 들불처럼 타오르는 촛불이 바로 그 생생한 현실 아니겠는가?
네 번째 이야기는 이슬람 종교의 6신 5주에 대한 것이다.
이슬람인들이 믿는 6가지는 첫째, 유일 신 알라, 둘째, 거룩한 책(코란), 셋째, 거룩한 천사, 넷째, 거룩한 선지자. 다섯째, 운명(인살라), 여섯째가 마지막 날 심판을 믿어라, 라고 했다. 그들은 매사에 인살라 의식, 정신이라고 했다. 모든 게 다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편리한 사고방식 아닌가 싶다. 핑계 댈 것이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 5주는 첫째, 1일 3번의 신앙고백, 둘째, 1일 5번 메카 기도, 셋째, 1년 수입 40분의 1 나눠주기, 넷째, 1년 1달 금식(라마단), 다섯째, 평생 1번 메카 순례(성지) 다녀오기 라고 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이슬람교도들의 복장을 통해서 그들의 신앙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별하는 법이다.
먼저 남자의 모습은 흰 모자(성지를 다녀옴. 검은 모자는 아직 안 다녀옴)에 코, 턱수염은 극렬 이슬람이고, 코는 없고 턱수염만 있으면 평범한 이슬람, 코와 턱수염 없으면 이슬람과 별 상관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여자는 차도르를 하고 있으면 극렬 이슬람이고, 스카프는 평범, 미니스카트는 역시 별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차도르를 쓰는 극 이슬람 여성은 대학을 갈 수 없다고 했다. 정문에서 경찰이 지키며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극 이슬람주의가 사회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이슬람교도들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이유를 물었더니, 상하기 쉬운 음식이고, 부정한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이 부정한 것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감 놓아라, 배놓아라 할 수 없는 일이고, 위의 일들도 그저 그러러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저런 얘기를 듣고 생각하는 데, 말마라 바닷가 언덕에 여기 저기 풍력 발전기가 보인다. 이스탄불에 가까이 왔다고 했다.
1453부터 5백여년 동안 터키의 주인이었던 오스만 터키 제국은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말년에 이르러 극심한 타락현상을 보였다. 그 제국의 타락현상에 저항한 시인 ‘나미 캐말’의 시비와 동상이 있다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가 공사 중이어서 아쉽게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조국과 민족, 핍박받고 억압받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시혼을 불태운 ‘나미 캐말’에게 영광 있으라.
그리 기원하며 마지막 여행지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종착지, 동서 문명의 교류지, 유럽발 아시아행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그 긴 숨을 멈추는 종착역, 2000년의 역사에 1200만의 인구가 사는 이스탄불에 도착하였다.
먼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예전에 비자를 받는 곳으로 외국인들에겐 악명이 높았다는 시커먼 건물에 온통 까마귀 떼가 깍깍 거리는 모습, 수로로 이동해온 물을 저장했다는 지하저장고, 오리엔탈 기차역인 실케지역, 그리고 내일 자세히 둘러본다는 성소피아 성당, 블루모스크를 지나 모처럼 한국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숙소로 가면서 보스프로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다시 건너는데 이스탄불의 야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석양녘에 멸치를 낚는 낚시꾼들이 마치 멸치 떼처럼 붙어있던 다리였다. 이곳 보스프로스 해협의 멸치는 맛이 있고, 이곳 이스탄불인들은 그 멸치 낚시를 무척이나 즐긴다고 했다. 한 낚싯줄에 줄레줄레 걸려 올라오며 파닥이는 하얀 멸치들을 보며 군침이 확 돈다. 초장에 깻잎, 마늘에 고추와 된장, 그냥 꿀꺽 침만 삼키고 이스탄불의 첫 밤을 맞이했다.
아차, 하마터면 빠뜨릴 뻔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 데킬다으와 비슷하다는 라크(Raki) 소주를 저녁을 먹던 식당 근처의 작은 점방(구멍가게)에서 함께 여행을 떠난 선배가 2만 원 정도에 구입 했다. 40도의 독주였고 물과 희석해보니 금세 부우옇게 변했다. 호기심으로 침을 꿀꺽 삼키면서 건네주는 술잔을 입에 대고 한 모금 삼키니, 화장품처럼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내 이마가 찡그려지고, 더 마시고 싶은 정이 뚝 떨어졌다.
하는 수 없이 잘 남겨놓은 잎새주를 꺼내어 대신 마셨는데, 이스탄불이라는 글자만으로도 나그네의 맘을 설레게 하는 이스탄불의 밤! 이역만리의 밤은 그렇게 깊었다.
<이스탄불을 향해 간다>
<길가의 벽돌공장>
<작은 도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부푼 풍선모양의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해협, 말마라 바다>
<말마라 바다>
<말마라 바닷가의 아름다운 도시>
<신축 중인 아파트형 건물, 이스탄불이 가까와 진다>
<마침내 이스탄불이다. 고속도로 게찰구>
<시가지로 들어선다>
<이스탄불의 주택지>
<까다로운 비자발급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건물에 까마귀떼가...>
<전차>
<지하저장고로 물을 이동해가는 수로의 유적>
<수로 유적. 마치 성벽과 같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 근처>
<다리를 건너가면 아시아다.>
<다리 근처에 유람선이 떠있다.>
<보스프로스 해협, 이스탄불의 유람선>
<다리에도, 길가에도 낚시꾼이 개미떼처럼 붙어서 멸치낚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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