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08년 1월 25일 이른 아침,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는 시각에 동방의 나그네도 마침내 그 고대 도시 트로이로 들어섰다.
트로이 목마 모형과, 트로이의 발굴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전시해놓은 전시관에 잠시 들린 뒤, 좁은 돌벽 통로를 따라 트로이 성 안으로 마치 무사처럼 사방을 경계하며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트로이 성터는 지금도 발굴 중이고 여러 시대에 걸쳐, 그 시대의 유적들이 혼재되어 있는 탓에, 무지한 나그네로서는 무엇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어지럽기만 했다.
5천 년 이전의 그 날의 역사가 어찌 쉽게 실감될까? 이끼 하나라도 그날의 흔적일까? 두리번거리며 트로이군이 그리스 연합군의 목마를 끌고 들어갔다는 트로이 전쟁 시기의 성문과 입구 터를 가장 감명 깊게 살펴보았다.
바쁜 걸음 되돌아서려는데 큰 함성 소리가 들린다. 놀라 돌아보니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군대가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스 연합군의 영웅 아킬레우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가 일전을 겨룬다. 수만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두 영웅의 불꽃 튀는 대결을 지켜본다.
‘시간 없어요.’
누군가가 재촉을 한다. 깜짝 정신이 들어, 카메라, 수첩을 들고 잰걸음을 한다. 이제 코 높이로 솟아오른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실 뿐이다. 그리스 병사, 트로이 병사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두 영웅의 모습도 이미 안개처럼 스러지고 없다.
아쉽다. 진정한 영웅들과 이리도 쉽게 작별을 해야 하다니! 어찌 사람이 정직하고만 살 수 있을까? 하지만 가장 정직하지 못한 쥐새끼, 비겁하게 권력과 금력의 뒷전에 숨어서 사리사욕를 취하는 그런 쥐새끼형 인간이 자신의 가훈이 정직이고, 자신의 신조도 정직이고, 자신은 오직 정직 하나로만 살아왔다고 웃기지도 않는 말로 자신을 위장하는 시대에, 진정한 영웅의 이야기를 들은 것만도 행복이리라.
핵토르와 아킬레우스, 그리고 이름 없이 전장에서 스러진 수많은 병사들, 그 영웅들에게 영광있으라. 잠시 고개 숙여 축원을 했다.
그곳 히사를리크(궁전) 언덕 위에서 서쪽 방향으로 아스라이 피라밋형 봉분이 두 개 보였다. 히사클리크 언덕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봉분이 아킬레우스 무덤이고 왼쪽 봉분이 헥토르 무덤이라고 했다.
두 영웅의 무덤을 바라보며 앞서 간 일행을 뒤쫓느라 나그네의 급한 발걸음은 뒤뚱인다. 그래도 눈으로만 보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재빨리 두 영웅의 사진을 찍은 다음 역시 폐허로 남은 트로이의 제사 터, 음악당 터 등을 잰 발걸음으로 훑으며 아쉬운 맘만 가득 남겨놓은 채 트로이 성과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과도 작별을 고했다.
<트로이 성의 입구, 당당하게 걸어가는 트로이의 병사들, 영웅 핵토르의 모습도 보였다>
<트로이 성, 언덕 위에서 바라본 흰구름 떠있는 에게해. 그리스 연합군이 몰려왔던 해안이 보인다.>
<에게해에는 그날 그리스 연합군을 실은 배가 아니라, 상선이 유유히 떠가고 있었다. 초소 앞으로 하얗게 보이는 게 배다.>
<옹성터 흔적>
<당시 트로이 성의 모습>
<수세기에 걸쳐 형성된 트로이 성의 유적을 시대별로 구분해 발굴하고 있었다>
<트로이의 목마를 끌고 들어간 성문 입구>
<성문 입구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문득 헛 것이 보였다. 목마가 보였다>
<우물터 유적>
<이 빈터가 그 때는 그림과 같은 모습이었다>
<일반인들이 살던 곳에서 발굴 된 생활 유물들>
<아스라히 피라밋처럼 보이는 봉분이 영웅 핵토르를 이긴 아킬레우스의 무덤이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피라밋 봉분은 트로이 최고의 용사 핵토르의 무덤이다>
<음악당>
<돌들이 살아서 움직인다면?>
<이런 모습이 될 거다>
<얼마전 촛불 시위 때, 여학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도록 부추긴 권력챙긴 인간들이 엊그제 컨테이너 박스로 촛불을 막으며 국민을 멸망시킬 생각을 했을까? 트로이를 멸망 시킨 목마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컨테이너 박스들을 명박산성이라 했던가? 아무튼 참으로 생뚱맞다. 그 잘 돌아가는 머리로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면 얼마나 좋을꼬?>
'나라 밖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32 (0) | 2008.06.20 |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31 (0) | 2008.06.15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29 (0) | 2008.06.08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28 (0) | 2008.06.02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27 (0) | 2008.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