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아이 발륵으로 이동-1월 24일 오후
셀축성을 바라보며 아이(모과)발륵, 그러니까 모과가 있는 도시를 향했다. 오늘 숙박을 할 곳이다.
버스는 셀축 성을 따라 이어진 성벽을 바라보며 달리더니, 고속도로로 올라섰다. 양치는 목동과 양떼, 복숭아 과수원, 채소가 자라는 밭, 이따금 작은 마을과 소도시가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그러다 큰 도시가 나타난다. 일리아드, 오딧세이를 쓴 호머(호메르스)의 고향 ‘이즈미’라고 한다. 에게해 해변을 따라 삶터를 일군 아름다운 도시, 터키의 3대 도시라고 한다. 도심을 벗어나자, 군사주둔지와 헌병 초소가 나오고 버스는 다시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하루쯤 머물며 호머를 만나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가 자신을 추억해 주는 줄 알까 모를까?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집필하는 호머의 모습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는데, 제철소 건물이 보인다. 터키 최대의 제철소라고 했다.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에게해도 많이 오염이 되었다고 하니, 개발의 실과를 얻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한 귀결인가 보다.
무료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터키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깊은 눈과 기다란 눈썹이 주는 매력, 그 고혹적인 아름다운 여성이 터키 여성이라고 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처녀 때는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이 중년이 되면 뚱뚱해지고, 또 몸에 털이 많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폄하를 한다. 그 원인으로 첫째가 음식인데, 주로 닭, 소, 양고기를 많이 먹고 디저트 역시 너무 달다고 한다. 더하여 식습관도 문제인데 라마단 금식 기간이란 것도 해 있는 동안만의 일이어서, 해가 지면 먼저 단 음식으로 시작하여 닭다리 구이를 5~10개씩 폭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해뜨기 전에 2인 1조가 되어 곧 해뜨니 밥 먹어라 하며 알려주고 다닌다 한다. 더욱이 여성들의 의상이 통치마여서 몸매에 무슨 관심이 있겠느냐고 우스개 반 진담 반! 여성 얘기는 이만 마치는데 한 마디만 더 보태겠다. 이곳 터키인들은 비가와도 유리창 청소를 하며 항시 유리창을 말끔히 닦는데 그 물이 귀하고 비싸 목욕은 잘 안하고, 또 바람을 두려워하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 준다.
그런 얘길 듣는 가운데 마침내 모과가 있는 도시 아이발륵에 도착했다.
저녁은 낯익은 음식 아위슈비츠 수용소에서 아이들이 한 번만 먹었음 했다는 토속음식 쉰이채다. 도마도스프, 야채셀러드, 닭고기 구이에 밥은 보너스였다.
잠시 쉬면서 로비에 놓인 지구본을 보니 동해가 일본해로 되어있다. 이미 일본의 힘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인데, 우리가 방안퉁소로 한국에서 큰 소리만 땅땅 치면 뭐하나?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왜왕을 천황이라 칭하며 일국의 대표인 대통령이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 하는 것 하나만 보고도 뻔할 뻔 자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센다고 했다. 친일, 친미를 넘어 사대주의에 찌든 썩어빠진 쥐새끼 같은 인간의 행동에서 배울 게 뭐 있을까?
그래서 그 날 밤도 귀하게 모셔간 잎새주 한 병으로 울적함을 달래며 방안퉁소를 불었다.
<지난 날의 화려함과 영광은 역사에 묻고 폐허가 된 요한 교회와도 이별이다>
<통곡의 벽하고도 이별이다. 백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자들도 같은 인간이겠지? 제 자식 사랑은 유별나 군대도 안 보내고, 미국 시민 만들고, 남의 자식에게는 물대포 쏘고, 구둣발로 짓이기라 하고, 하고 하고 하고.....>
<호머의 고향 이즈미 도시다.>
<산등성이까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용감하고 청렴하다는 터키 군인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터키 최대의 제련소라고 했다. 에게해가 지척이다>
<에게해에 노을이 물든다>
<마침내 하룻 밤 묵어갈 아이발륵의 호텔에 도착했다.>
<풍속화 한 장이 눈에 띈다>
<지구본이 있어서 들여다 보니, Sea of Japan이다.>
<밥풀을 짓이겨 종이딱지를 붙였다. 하지만 새벽에 보니 종이쪽지는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 실용외교라는 게 힘센 놈에게는 무조건 굽신대고, 시키는 대로 하고, 한 핏줄 동족에게는 눈 부라리는 것인지? 답답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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