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여행기

바람 소리, 풍경 소리가 거기 있다.

운당 2007. 10. 18. 13:23

<답사기>

바람 소리, 풍경 소리가 거기 있다

-화순 춘양의 고인돌과 이양 쌍봉사, 그리고 쌍산 의소(義所)


세상사 쓸 것 없는 하루쯤 무료한 날, 또 별안간 갈 곳이 없는 날, 그곳에 다녀오시기 바란다. 가족끼리도 좋고, 맘 맞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좋겠다.

아무튼 호주머니 달린 작은 가방에 2홉들이 소주나, 잘 익은 매실주 있으면 한 병 넣고, 보온병에 끓는 물 담고, 기호에 따라 컵라면이나 오징어, 땅콩, 봉지커피 챙기고, 그리고 훌쩍 집을 나서면 된다.

<화순 고인돌 안내판-직접 가서 아는만큼 보시든, 보는만큼 아시든 상관없다. 무얼 보면서 머리 아파서야 되겠는가?>


춘양의 고인돌은 진월동에서 지하차도로 들어가 남평으로 가지 말고, 고가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려 광주대 쪽으로 빠진다. 광주학숙을 거쳐 도곡온천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갈림길이 나온다. 우회전은 나주호나 드들강 쪽이니까, 좌회전을 해서 춘양 쪽으로 잠깐 가면 고인돌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하면 조금 엉성하지만 북방식 고인돌 대문이 눈앞에 보인다.

고인돌이 널려 있는 산자락은 의외로 삭막하고 모르면 그냥 그저 그런 바위덩이가 엎디어 있는 산기슭일 뿐이다.

운 좋으면 입구의 안내소에서 상냥하고 예쁜 아가씨의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안다고 해도, 아무리 우리 조상이라곤 해도, 수 천 년 전의 돌무덤을 보는 일이 무슨 재미가 있으랴? 바보상자 티비를 켜기만 하면, 평소엔 만나볼 수 도 없는 고귀한 인물들이 온갖 재롱을 다 떨며 웃겨주고, 성질나게도 해서 살 맛 나게 하는데, 산기슭에 넙죽 엎드려 있는 돌무덤이 무슨 화려한 영화를 안겨 주겠는가?

그래서 평소에 이 세상사가 복잡하고 시끄럽고, 부질없다고 깨달은 사람이거나 무료한 날 에 한 번 가보시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다.

그래도 산기슭 주변은 제법 정리되고 꾸며져 있다. 석기시대 움막집도 있으니, 들어가서 ‘이야호!’ 하고 돌도끼 휘두르며 산짐승 �는 상상을 하고, 모닥불 피워놓고 온 가족 둘러 앉아 잡은 고기 구워 먹는 기분에 빠져 본다면 뭐, 손해 날 일 있으랴?

사후체험을 할 나무관도 있으니, 평상시 눈앞에 돈만 보이는 사람은 그 속에 들어가서 돈  안들이고 정신치료를 할 수도 있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 그런 빌어먹을 체험을 하겠는가? 부질없는 농담의 말, 실없는 말로 흘려들으시기 바란다.

참, 쉬어 갈 멋진 정자도 있고, 마실 물도 있다. 봄바람 불면 그 따뜻한 햇살 아래 진달래꽃도 피어날 터이니, 일단 꼭 한 번 다녀가시기 바란다.

그렇게 구불구불 정이 솔솔 넘치는 산길을 따라 주욱 나가면 다시 북방식 고인돌 대문이 나오고 춘양면 소재지로 나가게 된다.


가기서 화순읍에서 이양으로 가는 길로 나가야 한다. 초행인 분은 길이 좀 헷갈리기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렇게나 가도, 우측 장흥 쪽으로만 빠지지 않으면 좌측 이양, 보성 길로 나올 수 있다.

그렇게 가다가 잠시 송석정이나 불암사에 들려도 좋다.

춘양면 우봉리를 지나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보면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올라가 보면 더 멋진 용암산(544m)이다. 불암사 절집이 있고, 산성 흔적도 남아있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산이니, 봄 날 가볼 만한 산이다.

오른쪽으로 보면 악마바위라고도 한다는 커다란 바위가 불안하게 우뚝 보이는데 그 산이 임란의 유적이 깃든 예성산(320m)이다. 산 아래로는 절벽을 이루며 드들강(지석천)이 베틀바위를 안고 흐르는데 송석정은 그 상류 쪽이다.

그러나 오늘은 목적지가 그곳이 아니다. 곧바로 나아가면 과속단속카메라와 신호등이 있고, 좌측으로 보성 복내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좌회전, 한참을 가면 큰 저수지, 또 한참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계속가면 보성 복내요, 우회전 하면 금세 쌍봉사다. 물론 복내로 가지 않고 그냥 쭉 직진해서 이양면 소재지를 지나 좌회전해서 보성읍 쪽으로 길을 잡아 가다가, 다시 좌측 길로 들어서면 쌍봉사에 이를 수 있다.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다. 물론 화순에서 218번 시내버스도 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쌍봉사 대웅전의 풍경 소리가 맑다.

이제 사진으로 쌍봉사를 안내해 드리겠다.

그리고 쌍봉사 절 집 마당 연못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 서서 보성 복내 쪽으로 가는 길을 보면 백여m 지점 산기슭에 ‘쌍산의소’라는 표지판이 오른쪽에 있다. 쌍봉사 주차장에 차를 버려놓고, 그 길을 따라 4km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면 구한말 의병들의 본거지였고, 조선과 왜병의 합동토벌대에 의해 의병 모두가 장렬히 순국을 했다는 의소에 다다른다.

푯말 하나 달랑 있는 집터의 잔해만 남았지만, 말씀 드린 대로 화려함이나, 거짓말, 으스대기에 지친 분은 쉬엄쉬엄 걸어서, 그 의로운 장소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 이제 떠나 봅시다.

<절 집 솟을 대문을 터억 들어서면 대웅전이다. 평소에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 맘에 탁 드러분진다>

<쌍봉사와 대웅전에 대한 설명이다>

<절 집 대웅전 들어가실 땐 왼쪽 옆문으로 삐거덕 문소리 나지않게 들어가야 한다>

 

<호성전-역시 특이한 건축물이다. 문이 잠겨 있어서 어떤 덕 높은 부처님이 계시는지 알 수 없었다> 

<이 나한전의 탱화가 신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지장전 앞에서 오금이 저린다. 하물며 평소에 죄많은 인간은 어떠하랴?>

<아, 숨조차 막힌다. 무섭다 무서워! 중생을 개처럼 끌고 염라대왕에게 가는 이 그림은? 곧바로 거울 앞에서 심사를 받고 죄질에 따라 끓는 물에 바로 튀겨진다>

<이후 불지옥, 칼지옥, 톱날지옥, 뱀지옥, 혓바닥 빼놓고 대못으로 박는 지옥 등 벼라별 지옥을 다 거친다. 하지만 부처님이 누구시냐? 참회하면 구원을 받으리라>

<뉘우치고 선행을 쌓으면 극락이 거기다. 극락전의 문은 그래서 열려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갈 시기가 아니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 이 풍진 속세에 남아 있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절 뒤쪽 고즈넉한 돌길을 오른다>

<보물이라는 철감대사의 철감선사탑비가 반겨준다. 금세라도 거북이가 기어갈 듯 싶다>

<아무튼 어딜 가나, 남의 나라를 지배한 인간들은 도둑질 선수들인가 보다>

<철감선사님이 잠들어 계신 곳이다>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하니, 보고 또 한 번 더 보시라. 잘 생긴 아들, 아름다운 딸 낳을 수 있으니>

<디잉! 절집에서 뭐니뭐니해도 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가 그만이다. 뭘 몰라도 그 소리만은 가슴으로 들어온다. 절 집을 나오며 마지막으로 꼭 들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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