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동유럽 기행시 9

운당 2007. 10. 4. 22:24

9. 지구는 돈다

 

스탈린 동상이 체코를 노려보고 있었다

프라하의 봄! 식민의 시대는 가고

수염 꼬나문 스탈린이 섰던 자리에

체코는 메트로놈 상을 세웠다.

스탈린 대신 서서

노래의 박자를 세는 메트로놈

눈 부릅뜬 스탈린 대신

메트로놈 상이라니?

체코 사람들!

야, 정말 역사를 아는구나. 멋지구나.

 

멋진 체코인들 덕분에

절로 신이난다.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메트로놈의 박자에 맞추면서

옛 시청사가 있는 구시가 광장으로 나온다

천문학자이며 수학자인

야안 하누쉬가 1410년에 만든 천문시계

이 세상의 우주관, 철학관

인생관을 모두 담고 있는

야안 하누쉬의 시계가 있는

옛 시청사 건물 앞 사람들 틈새로 끼어든다.

 

정각 오후 2시

시계가 움직인다.

지구가 움직인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살피며 움직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황금닭은

세상의 여명이란다

해골은 죽음이요,

복주머니는 돈 잘 버는 유대인이라나, 뭐라나?

녹색은 허영과 자만이요

터번은 터어키인으로 권력과 쾌락을 나타낸다고 한다

천재의 멋진 해학에 감탄하며 눈길을 아래로 내린다.

4개의 인형이 있다.

역사가와 천사, 천문학자와 수학자란다.

시계라기보다 세상의 기억을 모아놓았다.

 

그렇게 멋들어진 시계를 만들었으나

야안 하누쉬, 당신 참 안 됐다

이 세상에 더 이상 같은 시계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같은 시계를 만들 수 없어야 한다

권력자들 중에는 탐욕스런 놈이 있기 마련이야.

욕심에 눈이 멀면 무슨 짓이든

어떤 짓이든 저지르는 놈들이라구.

그래서 말인데, 당신 야안 하누쉬!

그들이 당신의 두 눈을 뽑은 건

당연한 귀결인거야.

그렇다고 가만있으면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야안 하누쉬 정말 잘했어

사람이 그 정도 오기는 있어야 해.

어떤 놈이 감히 당신이 만든

그 위대한 시계를 고칠 수 있었겠어?

시계의 나사 한 개를 뽑아버린 건

정말 잘한 일이야.

천동설을 증명하느라 만들었지만

그 시계를 당신이 만들고 당신이 잠재웠지만

그래도 지구는 돌았으니 말이야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지구가 태양을 200번을 돈

200년 뒤

야안 따보르스키가 나타나

아무도 고칠 수 없었던

당신이 잠재운 시계를 깨웠으니 말이야.

야안 하누쉬!

시계가 다시 돈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마.

아하, 그렇구나. 당신, 야안 하누쉬.

야안 따보르스키가 바로,

그래, 바로 당신이지? 우릴 위해서

아니지, 당신의 천재적인 솜씨를

언제까지 그냥 썩혀둘 순 없잖아.

당신의 눈을 멀게 한 그 탐욕스런 인간들도

다 저 세상으로 간지 오래고

이제 뼈다귀마저도 사라졌으니 말야.

그래서 당신이 다시 환생해서

당신이 멈춘 시계를 스스로 고쳤지?

그러지? 맞지?

 

맞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어절시구, 시계가 움직이네.

그런데 저건 누구지?

시계 위 창문 안에 부지런히 오가는

인형들이 보인다.

그들도 20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예수의 열두 제자란다

참으로 신기한 시계다

야안 하누쉬 고맙다

야안 따보르스키도 고맙다

지구가 도는 것도 고맙다

 

지난 밤에 찾았던 까레 다리를 낮에 다시 찾는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나그네로 가득한 다리를 지나, 세계에서 제일 좁은 건널목과 오줌싸게 어른 상 앞에서 잠시 피로를 씻는다.

몰려오는 구름이 심상찮다. 소나기가 쏟아진다. 때맞춰 차에 오른다.

프라하의 봄이냐, 프라하의 연인이냐? 프라하를 떠나 체코의 제 2의 도시라는 ‘브르너’에 도착 여정을 푼다.

<구시가 광장은 건축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17,8세기의 바로크식 건물인 니콜라스 성당>

<14,5세기의 고딕(뾰족탑)건물인 틴아페 성당 왼쪽탑은 아담이고 오른쪽 탑은 이브란다.>

<19세기 로코코 양식의 건물-꽃병이나 화병을 올려놓는 게 특징이란다>

 <왼쪽이 20세기 아르노브 양식의 건물-유리세공과 발코니가 특징이란다.> 

<황금의 닭과 시계 옆의 4개  인형, 아래쪽 천문도 옆의 4개 조형물을 잘 보시라>

<마침내 2시가 되어 여명의 닭이 시간을 알리고 창문이 열리며 예수의 12제자가 부지런을 떤다.>

<구시가 광장의 기념품 상점>

<다시 까레 다리를 건넌다. 다리 위의 악사들>

<신호등이 있는 세상에서 제일 좁은 건널목>

<어른 오줌싸개상-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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