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쉬비츠’에 도착해 먼저 점심을 먹었다. ‘쥬랙’이라 부르는 우리나라의 한식처럼 폴란드의 전통음식이라고 했다. 당시 수용소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언제쯤 집에 돌아가 쥬랙을 실컷 먹어볼까? 하고 그리워했던 음식이라고 한다.
삶은 계란과 쏘세지를 잘게 썰어 넣은 시큼한 맛의 스프, 껍질 벗겨 통 채로 삶은 감자와 생선까스, 야채와 토마토 셀러드가 바로 그 쥬랙이었다. 후식으로는 커피와 홍차가 있었는데, 홍차를 먹기 위해선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그놈의 커피와 티라는 발음이 영 헷갈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유쉬비츠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 점심을 먹어서 다행이었다. 그러지 않았음 아무 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1. 아유쉬비츠 수용소
ARBEIT MACHT FREI
수용소 입구 정문에 걸려있는 글자다
아르바이트 마이트 프리
노동은 자유를 만든다
참말로 징그럽게 더럽게 좋은 말이다
노동!
그 말만 들어도 움찔 떠는 자본가
그들에겐
노동자는 그저 기계처럼 일만해야 돼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해야 해
생각해봐라.
아유쉬비츠 소장이 정문에 내건
아르바이트 마이트 프리
노동이 자유를 만든다잖아?
얼마나 좋은 말이냐?
노동자도 사람이다는 말이
마냥 싫은 자본가에겐
참말로 징그럽게 더럽게 좋은 말이다.
야, 임마 네가 죽어야 내가 살지
수감자들을 감시하고 밀고하고 착취하며
자신의 생명줄을 늘린
같은 수용자이면서 독일군의 앞잡이가 된
사포라는 밀정들
뼈만 남은 동료 수용자들을 발로 차고
썩은 빵까지 뺏어 먹은
짐승이고자 하는 그들에게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ARBEIT MACHT FREI
그 후세에 남을 기가 막힌 말을
수용소 정문에 내건
아유쉬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헤세
장교들이 모여 술 마시고 춤추는 건물 바로 옆에
하루에 천 명을 가스로 죽일 수 있는 가스실을 만들고
목욕 시켜 준다며 60평 가스실에 200명씩
아이고 어른이고 노인이고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고 발가벗겨 밀어 넣은 뒤
살려 줘!
빨리 죽여 줘!
고통에 못 이겨 손톱으로 시멘트벽을 긁으며
부릅뜬 눈 채 감지 못하고 시신이 된 그들을
벽 하나 바로 옆 화장터로 옮겨
구멍 하나에 3구씩 쑤셔 넣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태우고 또 태웠다
결국은 자신이 세운 아유쉬비츠 수용소
그 화장터 옆 사형대에 매달린 수용소장 루돌프 헤세
그런 자에겐 총알도 아깝지
저 세상으로 보내는 선물로 너무 과분했지
내 머리카락을 돌려줘!
내 신발을 돌려줘!
내 옷과 가방을 돌려줘!
내 지갑과 내 칫솔 치약도 돌려줘!
가스실에서 죽은 이가
3백만명이냐, 6백만명이냐
그게 뭐 중요한 일인가?
수용소 방마다 가득 가득 채워져 있는
죽은 자들의 유품이 아우성을 친다.
절망과 분노, 고통과 원망
공포의 함성이 들린다
내 고추를 돌려줘! 내 불알도 돌려줘!
집시 소년들의 고추와 불알을 모두 잘라내고
그것도 부족해 사진기 앞에 세워
기념사진을 찍은 독일군 장교들
쾡한 두 눈이 살아있음을 말하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집시 소년들
사진기 앞에 소년들을 발가벗겨 세워놓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힘센 자들, 가진 자들
그래서 지금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아프카니스탄, 어느 마을에
결혼식을 올리는 어느 시골 마을에
아무렇지도 않게
불꽃놀이하라고 폭탄 하나 던져주는 거겠지.
노동이 자유를 만들어? 웃기지 마.
만들긴 뭘 만들어? 다 헛소리다.
살 수 있는 건 일하는 시간뿐이었다
이제 알았지?
가스실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뒷통수를 보며
살타는 냄새를 맡으며
루돌프 헤세는 어떻게 웃었을까?
사형대에 매달려서는 어떤 얼굴을 했을까?
하긴 그렇다.
자신의 권리를 넘어 인권과 자유
평화와 정의를 찾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과격하다, 쓸모없다,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자본가들이 있는 한
광주의 망월동 앞에서 파안대소로 기념사진을 찍는
위정자가 있는 한
아직도 이 땅에 아유쉬비츠는 남아있다.
<아유쉬비츠 수용소의 역사를 기록 전시해놓은 사무실의 포스터>
<죽은자들의 절규-고통스럽고 답답하고 섬뜩하다>
<이런 가죽신만도 3만 5천 컬레가 전시되어 있었다.>
<수용소 입구 정문-노동하는 시간은 자유다. 늬들이 알아서 자유를 만들어라.>
<아르바이트 마이트 프리-들어와서 보아도 힘센자들이 내건 음흉한 글자다>
<자, 음악이다. 행진곡에 맞춰 가스실로 가자. 하나, 둘, 셋, 넷!>
<여기서 저 끝을 돌면 살육의 가스실이다.>
<죽음의 벽 총살현장-왼쪽 가린 창은 수감자들의 방, 오른쪽 볼 수 있는 방은 사포들의 방이다.>
<탈주자들을 처형해서 본때기로 삼았던 공개사형대>
<곳곳에 감시초소다. 이제 가스실로 가고 있다.>
<가스실 입구-오른쪽 63평 가스방에 2백명씩 넣어 죽인 뒤, 왼쪽 60평 화장방에서 온 종일 천명씩 태웠다.>
<가스실 앞 건물은 독일군들이 춤추고 술 마시는 식당이란다. 사람 태우는 냄새로 안주를 했겠지?>
<수용소를 만든 수용소장 루돌프 헤세-그를 처형한 가스실 옆 사형대다. 총알도 아까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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