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동유럽 기행시 10

운당 2007. 10. 6. 14:55

2007년 8월 14일 화요일

브르너의 아침, 동창이 밝아온다. 카메라를 들고 창문을 연다. 체코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으니 기분이 좋다.

호텔 정원에 멋있게 잘 생긴 너도밤나무가 동그란 수류탄 모양의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8시 반 폴란드로 향한다.

‘폴’은 낮은, 평지의 뜻이고 ‘랜드’는 땅이니 ‘폴란드’는 평평한 땅이란 뜻이란다. 평범한 인터체인지 같은 국경 검문소를 지나 그 평평한 대평원으로 들어선다. 폴란드다.

 

10. 아유쉬비치 가는 길

 

평평한 빈 들판에

구부러진 길이 하얗다.

꽃님아! 노올자.

하얀 길을 따라 가면

발그레 익어가는 사과나무 정원에

농부의 2층 집이 평화롭다.

 

자작나무 숲이 조용하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흐른다

그 흰구름이 땅에서도 흐른다.

비슈라강이다.

 

그 때도 푸른 하늘은 평화롭고

흰구름이 흘렀지

노르웨이, 러시아,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유럽대륙의 40여 개 도시에서

일자리도 주고

가족과 함께 살게 해준다는 말에 따라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아유쉬비츠로 왔지

 

하지만 그 누구도 어쩌지 못했지

아유쉬비츠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

독일군 장교의 손가락 지시에 따라

삶과 죽음

간단하게 둘로 나뉘었지.

곧바로 가스실로 들어가는 죽음

노동하는 동안은 살아있는 시간이다

이를 악물고 버텨도

13일을 넘기지 못했다는 삶이었지만

독일군 장교의 손가락은

생과 사를 가르는 신의 손가락이었지

 

유럽의 40여개 도시와

아유쉬비츠 수용소를 잇는

아유쉬비츠 기차역

그 죽음의 기차를 타고 온

꽃님이네 가족, 가족, 가족들

300만명인지, 600만명인지

독일군 옷감으로 짜여 질 머리카락은 탈색되고

눈물도 말라비틀어지는 가스실로 향했지.

 

아유쉬비츠로 가는 길

독일군 장교의 손가락만 없고

오늘도 하늘에 흰구름 흐르고

자작나무 숲 사이로 비슈라강물도 흐른다.

<체코 제 2의 도시 브르너의 일출>

<폴란드를 향해 가고 있다>

<마침내 아유쉬비츠 기차역이다> 

<가스실에서 살육될 수백만명의 사람을 실어나른 기차가 달렸던 철길이다.>

<수용소 근처의 식당>

<수용소 근처의 성당과 묘지>

<아유쉬비츠 수용소의 조감도>

<수용소의 관리동>

 

<살육된 사람의 고뇌를 묘사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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