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5일 수요일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며 즐긴 현세의 지옥 아유쉬비츠를 보아서일까? 별로 개운치 않은 꿈에 시달린 탓에 머리가 무거운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크라쿠프시를 출발 40분 거리에 있는 소금광산으로 갔다.
13. 크라쿠프 소금광산
스스로들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했다
신의 영광을!
만나면 모자 벗고 인사 나누며
살아서 다시 볼 수 있기를 염원했다.
작은 망아지를 데리고 들어와
말로 키우며 소금광산에서 살았던
운명을 신과 요정에게 맡기고 살았던 광부들
지하 64m까지는 수직갱이다.
나선형 계단을 꼬불꼬불 어지럽게 돌아 내려간 뒤
거기서부터 140m를 더 내려가며
여기 저기 소금광맥 따라 굴을 팠다.
피아스트 왕조 시대
아버지 베라 4세 왕에게
지참금 대신 소금을 주세요 했다는
지혜로운 킹가 공주의 소금상이 아름답다
공주의 이름을 딴
킹가 성당은 2만 2천톤의 소금을
캐내고 만들었는데
성모상, 요하 바오르 2세상도 소금이고
십자가도, 최후의 만찬 그림도
소금을 캐는 광부들 자신의 모습도
성당안의 집기며 그림, 조각 등
모든 걸 다 소금으로 만들었는데
천정을 덮은 화려한 샹들리에들도 소금이란다.
소금 캐는 광부들이 소금으로 만들었단다.
횃불을 치켜든 광부의 상이 있는 소금 연못에선
쇼팽의 이별의 곡이 흐르고
독일의 시인 볼프강 괴테도 소금상으로 서 있으니
괴테가 마리호바 지역의 소금광산 장관을 지낼 때
이곳을 방문한 기념상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귀족들도 놀러와
짭짤한 소금연못에서 뱃놀이 하다가
죽었다 한다
그 덕분에 체코의 까레 다리에서 만난 분을
폴란드에서도 만났다.
이 세상 못 이룬 사랑 이루어주는
소원을 듣는 일만도 바쁠 터인데
물에 빠져 죽은 이들을 위한 성인까지 겹치기
체코의 성인 얀 넵버묵 주교가
크라쿠프까지 오셔서 소금상이 되었다.
광산 온도 섭씨 14~5도 선선하지만
구경할랴, 기록할랴
따라가는 발걸음에 땀이 난다.
아무튼 반갑다
소금광산이니 광부를 만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요정도 만나고, 왕도 만나고
공주도 만나고 장군도 만나고
성모님 예수님도 만나고
요한 바오르 2세도 만나고
쇼팽과 괴테도 만나고
얀 넵버묵 주교도 만났으니
평평한 땅 폴란드의 땅속에서
지하에서 지상과 천상의 소원까지
모두 이룬 셈이다.
무슨 소원을 빈들
이제 없는 혀를 또 뽑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못 이룬 사랑을
빌고 가겠지.
뒤늦게 얀 넵버묵 주교에게
소원을 빌까 하다가
인연이 닿아야 이뤄지는 게
사람 사이의 일인게지
깨달음이 뭐 별건가?
그냥 손 흔들어 바쁘신 주교님과
작별을 한다
신께 영광을 빌었던
광부들이 탔던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204m 수직 상승
어지럽다
그만큼 환한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싱그럽다.
<소금광산 들머리에 있는 기념품 가게-소금광석으로 만든 전등을 비롯 소금광석의 상품이 많다.>
<소금광석으로 조각한 킹가 공주상>
<소금 캐는 광부들의 일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았다.>
<지하 소금 광산의 갱도>
<소금 괴테-그가 소금광산의 장관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폴란드의 민족영웅 유체스필스드스키 상-국민들이 존경하며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한다.>
<쇼팽의 이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지하 소금 호수>
<샹데리아까지 모두가 소금으로 조각되고 만들어진 킹가 성당>
<킹가 성당의 최후의 만찬도-12cm의 부조로 조각 되었다.>
<지하 카페-광주의 번화가였던 충장로 거리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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