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격포 적벽강 수성당 팽나무
동해는 침강하고 서해는 융기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라북도 김제의 원평천은 330년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의 수원이었다. 이 원평천은 금산사가 있는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김제시 죽산면 대창리에서 동진강을 만나 서해로 들어간다. 이곳 58.1m의 명량산에 해창 포구의 배 밧줄을 묶던 계류석이 있다.
누에를 닮아 누에산이라고도 하는 이 명량산의 전설이 있다. 명량산은 부안 계화도의 형제산이었다. 어느 해 홍수에 아우산이 이곳까지 왔다. 그 뒤 계화도의 형이 그리울 때면 엉엉 울었다. 그래서 울엉산인데 한자로 옮기며 울명, 어질량이 되었다.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도 바닷물이 우는 목인데 한자로 옮기며 울명, 들보량이니 하나는 산, 하나는 해협이름이다.
그런데 예전 조기 파시인 5~6월, 하늘에서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면 바다에서는 조기 떼들이 울었다. 어부들은 그 조기 우는 소리를 듣고 그물을 던졌다. 아무튼 산이 울던, 바다가 울던, 조기 떼가 울던 인간사가 순조로우면 그깟 울음이 무슨 대수랴 한다.
또 고려 말 왜구를 토벌하던 최영이 이 명량산에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이때 고려 함선의 밧줄을 묶던 계류석이 지금은 산 중턱이니, 이는 서해가 융기하고 바다가 뭍에서 멀어졌음이다. 그래서 지금은 포구 기능을 잃은 해창의 갑문이 바닷물과 강물을 관리한다.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명량에서 대첩을 거둔 뒤, 잠시 휴식을 취한 곳이 부안군 위도이다. 이 위도 배가 70년대에는 부안 줄포까지 나왔는데, 그 뒤 곰소, 지금은 격포가 되었다. 이 또한 갯벌이 높아져 육지 깊숙이 배가 들어올 수 없음이다.
여기 김제와 부안, 정읍의 지평선 들녘을 몸체라 하면, 거북 머리나 황소 머리로 보이는 땅이 변산반도이다. 이 변산의 항구 격포에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다. 이 두 곳의 바위층은 약 8천만 년 전에서 6천만 년 사이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된 조개나 산호 등의 퇴적암이다. 공룡이 살던 이때의 퇴적암이 융기하여 층층의 구부러진 절경의 바위 절벽이 된 것이다.
이 적벽강 절벽 위에 당집인 수성당이 있다. 탐라국 ‘설문대할망‘과 진도 ’영등할매‘, 부산 ’마고할미’와 더불어 수성당은 ‘개양할미’를 모신다.
이 게양할미가 딸 여덟을 낳아 일곱은 칠산바다 일곱 섬에 시집 보내고, 막내딸과 살았다. 나막신을 신고 서해를 살펴 깊은 곳을 메우고 풍랑을 다스려, 어부들의 안전을 살피고 고기를 잘 잡히게 했다.
또 여기 살던 두 형제가 고기잡이를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눈먼 어머니가 아들을 찾아 여울굴 절벽 위까지 갔다. 파도 소리를 두 아들의 소리로 알고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는 슬픈 이야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두 형제에게 황금부채를 준 노인 이야기도 있다. 또 여울굴에서 철마 한 마리가 나왔다. 두 형제는 철마를 타고 다니며 그 황금부채로 왜구를 물리치고, 풍랑을 만난 어부들을 구해주었다. 그 두 형제가 노인을 모셨으니 바로 수성당이다.
이 수성당을 지키는 2백여 살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신은 위대하고 두렵지만, 이 신보다 폭압과 학정의 권력자가 더 무섭다, 신의 위대함은 멀리 있고, 또 기꺼이 기도를 들어줄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주먹을 휘두르며 날뛰는 폭정의 권력자는 가까이 있고, 멀리 있는 신의 구원은 받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수성당 팽나무 앞에 고개 숙여 ‘게양 할미’건 ‘황금부채 노인’이건 제발 우리 민초에게 평화를 주십사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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