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충일 아침에
불그레한 초나흘 달이 미칠 듯 아름다운 어제 저녁이다. 오래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하신 존경하는 선배와 모처럼 만나 술 한 잔 마셨다.
겉으로는 군자인척, 밑으로는 호박씨 까는 인생사를 술안주로 삼기도 하고, 35년이 넘은 지난날들의 추억을 어제 일처럼 아름답게 주고받았다.
그러다 무등산 봉황대의 무명용사 목비 이야기가 나왔다. 세월과 함께 썩어가는 그 무명용사 목비를 지난해에 석비로 바꾸어 주었다고 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쓸쓸한 무명용사들의 넋을 위로해준 광주사범학교 13회 동창생들께 현충일 아침에 머리를 숙인다.
무명용사비
길섶의 작은 풀꽃도 이름을 달고 피는데
그대 무명용사비는 이름이 없었다.
광주사범학교 13회 동창생들
초등학생들 가르칠 때처럼
또박또박 이름을 부르니
충장로, 금남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숨소리, 맥박 소리
양동 시장, 대인시장의 발자국 소리
안방 드나들 듯 무등에 온 사람들
노루와 다람쥐
한 조각 구름이며 바람소리까지
크게 대답한다.
무등산 봉황대 우물가 무명용사비
그대의 아름다운 이름이다.
(2011년 6월 6일 아침)
나도 䝚년 腻놈들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