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운당 2015. 8. 10. 09:00

황녀의 영웅들

 

이야기의 시작

 

아리수 상황녀님을 뵙습니다.”

아리수 상황녀는 감국의 웅녀였고, 대 배달제국의 마지막 황녀다. 그리고 BC2333년에 대 조선제국을 개국한 왕검 천황의 어머니이며 상황녀다.

그 아리수 상황녀궁으로 들어선 건 을문다 선인이었다.

어서 오시오.”

을문다 선인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연못가 버드나무의 참새 몇 마리가 파드득 날았다.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연못물도 따라 여울이 졌다.

그 연못가 버드나무 그늘에서 여울처럼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아리수 상황녀가 을문다 선인을 맞았다.

을문다 선인은 배달제국 경당의 으뜸 스승이고, 왕검 천황을 도와 조선제국 개국에 공헌한 공신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많아 모든 나랏일에서 물러나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오늘 모처럼 아리수 상황녀의 부름을 받아 밖에 나온 것이다.

연못가에는 작은 누각이 있었다. 그 누각에 올라 자리를 잡은 뒤, 아리수 황녀가 을문다 선인께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했다.

이 차는 수메르국 차가 아닌 듯합니다.”

아리수 상황녀가 평소에 손님을 대접하는 차는 수메르국에서 가져온 밀차였다. 석류향과 꿀향이 은은히 섞인 차였다.

그렇소. 이 차는 백두산의 산삼으로 만든 차라오. 내 선인께 드리려고 산삼을 영약으로 빚은 다음 남은 걸로 만든 차라오.”

산삼은 배달제국 때부터 신비로운 영약이요, 다시없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백두산의 수백 년 묵은 오래된 산삼은 얻기 힘든 보석과 같은 것이었다.

아리수 상황녀는 그 귀한 산삼 몇 뿌리로 영약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을문다 선인을 부른 것이다.

소신을 부른 것은 이 산삼 영약을 주시기 위함만은 아닐 듯하옵니다.”

을문다 선인이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어 산삼 영약을 받은 다음 아리수 상황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렇소. 내 을문다 선인께 간절한 부탁이 있소.”

무슨 일이신지요? 소신이 할 수 있은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나이다.”

선인께서는 대 조선제국 개국 이념인 홍익인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경당 교육의 근본과 기틀을 세웠소. 또한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여덟 가지 금법을 만들었소.”

부끄럽습니다만, 왕검 천황님과 아리수 상황녀님의 뜻을 받들었습니다.”

안파견 환인천황이 세운 환국, 거발환 환웅천황이 세운 배달제국부터 왕검 천황의 조선제국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다스리는 근본은 창조자 마고 신을 비롯하여 천신을 받들고, 그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었다.

을문다 선인은 그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경당교육은 첫째 인간으로서의 예의, 둘째 농사짓는 방법, 셋째 누에치는 방법, 넷째, 베 짜는 방법, 다섯째, 활 쏘는 방법, 여섯째 글쓰기를 근본으로 삼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새로운 나라에는 새로운 법도가 필요하다며 여덟 가지 금법을 정하자 했다. 그 금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을 죽이면 죽음으로 죄를 갚게 한다.

둘째, 사람을 상하게 한 자는 곡식으로 죄 값을 치르게 한다.

셋째, 도둑질 한 남자는 그 집의 노예로, 여자는 노비가 되게 한다.

넷째, 소도를 헤친 자는 금고형에 처한다.

다섯째, 예의를 잃은 자는 군대에 복무하게 한다.

여섯째, 게으른 자는 강제노역에 처한다.

일곱째, 요사스러운 짓을 하는 자는 태형에 처한다.

여덟째, 남을 속인 자는 훈계한다.

그렇게 경당교육의 방향과 내용, 국가통치의 기틀을 세운 을문다 선인이야말로 조선제국의 개국공신이요, 백성들의 위대한 스승이었다.

오늘 아리수 상황녀는 그 을문다 선인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고자 불렀던 것이다.

을문다 선인! 우리 대 조선제국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소?”

역사요?”

그렇소. 요즈음 나는 오늘의 우리가 어찌 있는 가를 생각해보고 있다오.”

그렇지요. 어제가 없는 오늘이 없고,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지요.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니, 그렇게 물결처럼 이어지는 그걸 우린 역사라 하지요.”

그렇소. 그러기에 지나간 역사는 다가올 역사의 가르침이고 거울이라 했소. 지난 역사를 모르면서 어찌 앞날을 이야기하겠소?”

아리수 상황녀님!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은 빛나는 역사의 은덕이라 생각합니다. 창조자 마고님과 천신천녀님! 환인천황님, 환웅천황님의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은 은혜로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잘 압니다. 따라서 오늘 저에게 주실 말씀이 미루어 짐작되옵니다.”

역사를 얘기하는 내 마음을 짐작하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소신은 우리 대 조선제국의 유구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사옵니다.”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고요?”

! 상황녀님! 이 몸이 더 늙기 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 열정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그랬구려! 정말 감사하구려. 오늘 을문다 선인을 뵙고자 함이 바로 그 부탁을 드리고자 함이었소. 그런데 이미 그 일을 하고 계시다니요. 선인의 혜안에 절로 머리가 숙여질 뿐이오.”

아리수 상황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을문다 선인을 향해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었다.

아리수 상황녀님!”

깜짝 놀란 을문다 선인도 마주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그래, 그 역사는 어느 때부터 시작이오?”

! 세상이 열리고 창조자 마고님이 세상을 만들 때부터 시작하여 대 조선제국의 개국에 이를 겁니다.”

을문다 선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수 상황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참으로 고맙소. 그 역사가 가르침이 되고 거울이 되어 세세만년, 자손만대로 빛나는 역사가 이어졌으면 하오.”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의 교훈을 달게 받으면 번영과 영광을 누릴 거고, 외면하고 무시하면 고통과 치욕의 길을 걷게 된다는 걸 깨닫기 바랄뿐이지요.”

맞는 말씀이오. 그 역사의 기록을 한시 빨리 읽어보고 싶구려.”

아리수 상황녀는 한없이 고마운 눈길로 을문다 선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들어 머언 하늘을 바라보았다.

역사의 기록은 아리수 상황녀와 을문다 선인으로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