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스포모 여행기 29

운당 2014. 12. 16. 08:44

29. 물장수 패드로 힐 이야기-스페인 그라나다

 

기독교가 이슬람의 알람브라 궁전 주인을 몰아내고 성을 차지했지만, 엄청나리라 여겨졌던 보물은 코빼기도 보질 못했다. 7개의 방 그러니까, 지하 7층의 보물창고에 감추어져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문은 특별한 주문을 걸어야만 열린다고 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듯 보물은 그림에 떡이었다.

그러니까 물장수 페드로 힐이야기는 그 알람브라 궁전의 보물찾기에 관한 것이다.

물장수 페드로 힐은 나귀와 함께 물을 팔아 근근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가난뱅이였다. 하지만 마누라는 기똥차게 예쁜 여자였다. 그런데 이 마누라가 얼굴은 예뻤지만, 수다쟁이에 허영심이 많고 특기와 전공이 바가지 긁기였다.

어느 날 페드로 힐이 나귀에 물을 싣고 오는데, 한 무어인이 길거리에 쓰러져있었다. 인정 많은 페드로 힐은 그 무어인을 집으로 데려와 물과 음식을 주었다. 마누라가 거지를 데려왔다고 바가지를 긁었지만, 페드로 힐은 헛간에 잠자리까지 제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다. 그 무어인이 그만 시체가 되어있었다. 소지품을 살펴보니 백향나무 상자에 이상한 글자가 쓰인 양피지, 그리고 달랑 향초 한 자루가 있을 뿐이었다.

페드로 힐은 무어인을 거적에 싸서 남몰래 암매장을 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마누라의 잔소리였다. 무어인 때문에 돈벌이도 못했다고 바가지를 득득 긁었다.

그 페드로 힐 마누라의 잔소리를 그 마을 이발사가 들었다. 이 이발사는 낮말은 새로 듣고, 밤말은 쥐로 들었다. 아무튼 자면서도 한 쪽 눈과 한쪽 귀를 열어놓고 온 마을의 소식을 꿰는 정보통이었다.

이발사는 페드로 힐 마누라의 얘기에 얼씨구나 하고 법원의 서기를 찾아갔다. ‘이러쿵, 저러쿵페드로 힐의 수상한 행적을 고했다.

이 법원 서기는 완벽한 쥐박이였다. 당연히 특기는 돈이 될 만한 일을 귀신처럼 가려내는 거였다.

, 사자방만 못하지만, 돈이 될 만한 일이군.’

서기는 그렇게 판단하고 곧장 재판관에게 자초지종을 고한 뒤, 페드로 힐을 잡아왔다. 재판관은 무조건 지 할 말만 하며 발끈하는 닭끈해 원조였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닭끈해 원조인 재판관은 페드로 힐을 무조건 곤장으로 다스린 뒤, 살인죄를 씌우고 나귀마저 압수하였다.

! 세습 갑의 무서움이여! ! 착취 을의 짠한 신세여!’

쥐박이와 닭끈해에게 전 재산인 나귀마저 잃은 페드로 힐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낑낑대며 지게로 물을 져와 입에 풀질을 했다. 등골이 빠지는 고통에 괜스레 무어인에게 인정을 베풀었다고 후회했지만, 뒤늦은 후회는 후회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 무어인의 유품이 생각났다. 페드로 힐은 무어인의 유품을 가지고 친구인 무어인을 찾아갔다.

페드로 힐이 가져온 무어인의 유품은 알고 보니 대단한 것이었다.

이 양피지와 향초는 보물이 숨겨진 7개 방을 열 주문과 그 문을 열 때 쓰는 거라네.”

그리해서 페드로 힐과 친구는 보물의 방을 열고 들어가 보물을 한 보따리 씩 챙겨왔다.

이 비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그러니 페드로 힐 네 마누라를 조심하게.”

친구가 다짐을 주고 또 주었건만, 페드로 힐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가? 남편이 가져온 귀걸이며 목걸이, 반지를 주렁주렁 걸고 차고 휘파람을 휙휙 불어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역시 그 광경을 이발사가 놓칠 리 없다. 이발사는 쪼르르 달려가 쥐박이 서기에게 고했고, 서기는 옳다구나 하고 또 다시 페드로 힐과 이번엔 친구까지 잡아와 닭끈해 재판관에게 데려갔다.

저것들이 지 죄를 알더라도 쳐라!”

무조건 지 말만 앞세우며 발끈하는 닭끈해에게 페드로 힐과 친구는 모진 매를 맞고, 보물이 있는 7개의 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향초를 피우고 주문을 외워 보물창고 문을 하나하나씩 열었다.

이발사, 서기, 재판관은 실컷 보물을 챙겼다. 그 보물을 페드로 힐에게 빼앗은 나귀 등에 싣고 마지막 7번 째 방으로 갔다.

! 너희 둘이서 저 보물을 가져와.”

재판관이 페드로 힐과 친구에게 보물을 가져오라고 시켰으나, 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리가 가져올 테니, 나귀를 잘 지키고 있어.”

재판관이 서기와 이발사를 데리고 7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옳다구나!”

페드로 힐과 친구는 향초의 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향초를 어둠 속 멀리 던져버렸다.

우르르 쾅!”

그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7번 째 방문이 닫히고 재판관과 서기, 이발사는 그 속에 갇히고 말았다.

쥐박이 살려! 닭끈해 살려! 쥐새도 살려!”

지하 방에 갇힌 세 작자들은 살려달라비명을 지르고 질렀지만. 아무튼 그들은 죽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그 속에 있다고 했다. 다시 향초를 찾아 불을 피우고 양피지에 적힌 주문을 외우기 전에는 쯧쯔.

어쨌든 걸음아 날 살려라. 페드로 힐과 친구는 나귀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페드로 힐 친구는 지금의 모로코 탕헤르 항구로, 페드로 힐은 포르투칼로 신분 세탁을 했다.

뒷얘기다. 오늘 날 포르투칼의 여성 패션은 페드로 힐 마누라가 유행시켰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 나다.


<눈 덮힌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알랍브라 궁전의 숲, 먼저 향초를 찾아야 보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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