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물장수 패드로 힐 이야기-스페인 그라나다
기독교가 이슬람의 알람브라 궁전 주인을 몰아내고 성을 차지했지만, 엄청나리라 여겨졌던 보물은 코빼기도 보질 못했다. 7개의 방 그러니까, 지하 7층의 보물창고에 감추어져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문은 특별한 주문을 걸어야만 열린다고 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듯 보물은 그림에 떡이었다.
그러니까 물장수 ‘페드로 힐’ 이야기는 그 알람브라 궁전의 보물찾기에 관한 것이다.
물장수 페드로 힐은 나귀와 함께 물을 팔아 근근이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가난뱅이였다. 하지만 마누라는 기똥차게 예쁜 여자였다. 그런데 이 마누라가 얼굴은 예뻤지만, 수다쟁이에 허영심이 많고 특기와 전공이 바가지 긁기였다.
어느 날 페드로 힐이 나귀에 물을 싣고 오는데, 한 무어인이 길거리에 쓰러져있었다. 인정 많은 페드로 힐은 그 무어인을 집으로 데려와 물과 음식을 주었다. 마누라가 거지를 데려왔다고 바가지를 긁었지만, 페드로 힐은 헛간에 잠자리까지 제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다. 그 무어인이 그만 시체가 되어있었다. 소지품을 살펴보니 백향나무 상자에 이상한 글자가 쓰인 양피지, 그리고 달랑 향초 한 자루가 있을 뿐이었다.
페드로 힐은 무어인을 거적에 싸서 남몰래 암매장을 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마누라의 잔소리였다. 무어인 때문에 돈벌이도 못했다고 바가지를 득득 긁었다.
그 페드로 힐 마누라의 잔소리를 그 마을 이발사가 들었다. 이 이발사는 낮말은 새로 듣고, 밤말은 쥐로 들었다. 아무튼 자면서도 한 쪽 눈과 한쪽 귀를 열어놓고 온 마을의 소식을 꿰는 정보통이었다.
이발사는 페드로 힐 마누라의 얘기에 얼씨구나 하고 법원의 서기를 찾아갔다. ‘이러쿵, 저러쿵’ 페드로 힐의 수상한 행적을 고했다.
이 법원 서기는 완벽한 쥐박이였다. 당연히 특기는 돈이 될 만한 일을 귀신처럼 가려내는 거였다.
‘응, 사자방만 못하지만, 돈이 될 만한 일이군.’
서기는 그렇게 판단하고 곧장 재판관에게 자초지종을 고한 뒤, 페드로 힐을 잡아왔다. 재판관은 무조건 지 할 말만 하며 발끈하는 닭끈해 원조였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닭끈해 원조인 재판관은 페드로 힐을 무조건 곤장으로 다스린 뒤, 살인죄를 씌우고 나귀마저 압수하였다.
‘아! 세습 갑의 무서움이여! 아! 착취 을의 짠한 신세여!’
쥐박이와 닭끈해에게 전 재산인 나귀마저 잃은 페드로 힐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낑낑대며 지게로 물을 져와 입에 풀질을 했다. 등골이 빠지는 고통에 괜스레 무어인에게 인정을 베풀었다고 후회했지만, 뒤늦은 후회는 후회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 무어인의 유품이 생각났다. 페드로 힐은 무어인의 유품을 가지고 친구인 무어인을 찾아갔다.
페드로 힐이 가져온 무어인의 유품은 알고 보니 대단한 것이었다.
“이 양피지와 향초는 보물이 숨겨진 7개 방을 열 주문과 그 문을 열 때 쓰는 거라네.”
그리해서 페드로 힐과 친구는 보물의 방을 열고 들어가 보물을 한 보따리 씩 챙겨왔다.
“이 비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그러니 페드로 힐 네 마누라를 조심하게.”
친구가 다짐을 주고 또 주었건만, 페드로 힐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가? 남편이 가져온 귀걸이며 목걸이, 반지를 주렁주렁 걸고 차고 휘파람을 휙휙 불어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역시 그 광경을 이발사가 놓칠 리 없다. 이발사는 쪼르르 달려가 쥐박이 서기에게 고했고, 서기는 옳다구나 하고 또 다시 페드로 힐과 이번엔 친구까지 잡아와 닭끈해 재판관에게 데려갔다.
“저것들이 지 죄를 알더라도 쳐라!”
무조건 지 말만 앞세우며 발끈하는 닭끈해에게 페드로 힐과 친구는 모진 매를 맞고, 보물이 있는 7개의 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향초를 피우고 주문을 외워 보물창고 문을 하나하나씩 열었다.
이발사, 서기, 재판관은 실컷 보물을 챙겼다. 그 보물을 페드로 힐에게 빼앗은 나귀 등에 싣고 마지막 7번 째 방으로 갔다.
“야! 너희 둘이서 저 보물을 가져와.”
재판관이 페드로 힐과 친구에게 보물을 가져오라고 시켰으나, 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리가 가져올 테니, 나귀를 잘 지키고 있어.”
재판관이 서기와 이발사를 데리고 7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옳다구나!”
페드로 힐과 친구는 향초의 불을 꺼버렸다. 그리고 향초를 어둠 속 멀리 던져버렸다.
“우르르 쾅!”
그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7번 째 방문이 닫히고 재판관과 서기, 이발사는 그 속에 갇히고 말았다.
“쥐박이 살려! 닭끈해 살려! 쥐새도 살려!”
지하 방에 갇힌 세 작자들은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고 질렀지만…. 아무튼 그들은 죽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그 속에 있다고 했다. 다시 향초를 찾아 불을 피우고 양피지에 적힌 주문을 외우기 전에는 쯧쯔….
어쨌든 걸음아 날 살려라. 페드로 힐과 친구는 나귀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페드로 힐 친구는 지금의 모로코 탕헤르 항구로, 페드로 힐은 포르투칼로 신분 세탁을 했다.
뒷얘기다. 오늘 날 포르투칼의 여성 패션은 페드로 힐 마누라가 유행시켰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 나다.
<눈 덮힌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알랍브라 궁전의 숲, 먼저 향초를 찾아야 보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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