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패스-모로코
빵이 맛있다는 탕헤르의 이른 아침을 먹고 8세기에 건립된 고대 도시 ‘패스’로 향했다.
가도 가도 사방이 지평선으로 펼쳐진 너른 들판이다. 그 들판 농경지의 경계선은 사람 키보다 큰 손바닥 선인장 울타리다. 꽃이 핀 것도 있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것도 있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청소하는 노인이 장미꽃과 로즈 마리, 무궁화처럼 생긴 꽃을 꺾어주며 활짝 웃는다.
무궁화꽃을 가리키며 이름이 뭐냐니까 ‘워렛’이라 한다. 초코렛 두 개를 주니 호주머니에 넣는다. 집에서 기다리는 손주라도 있나 보다.
치안은 별로라지만, 사람들은 순박하고 정감이 느껴진다. 그 치안불안은 인정, 인심과는 다른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이리라.
예전에 먹고 살기 힘들 무렵 코리아도 그랬다. 하지만 배 두드리며 살만하게 되자, 인정, 인심은 각박해지고 생계형이 아닌 사기꾼, 모리배가 늘어났다. 친일 떨거지들, 악덕문어발 세습기업, 그들과 결탁한 쥐닭 무리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국회의장을 지낸 놈이 성추행범인 나라, 왕조시대도 아닌데 십상시 환관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나라! 더 이상은 유구무언!
고대 도시 패스는 도시자체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건설됐다 한다. 먼저 7개의 문이 있는 왕의 행궁으로 갔다. 사진촬영은 오직 왕궁 문 앞에서만 허용되고, 경비병들을 찍어서도 안 된다 했다. 이유를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 그 패스의 법에 따라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으로 갔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이었다. 껌이 인기 있는지, 종업원들이 한국 껌을 달라고 한다.
현지식인 마치 개밥 같은 ‘꾸스꾸스’를 먹고 세계 최대의 미로라는 시장 골목 ‘메디나’로 갔다. 좁은 골목, 어깨 부딪치는 관광객,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 등으로 정신없이 앞 사람 엉덩이만 보고 걸었다. 그리고 어느 건물에 이르러 좁은 계단을 오르니, 가죽을 염색하는 작업장 ‘테러니’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역겨운 냄새는 비둘기와 쇠똥 때문인데, 그 똥들이 가죽을 염색하는 천연재료라 했다.
입구에서 박하 잎을 나눠준다. 그 박하 잎으로 코를 막아도 별무효과다. 그 악취 진동하는 곳에서 염색공들은 온 몸으로 빵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소중한 일터리라. 하지만 맨살을 드러낸 노동자, 비바람, 햇살 가릴 곳 없는 노천 염색통의 작업장은 한 마디로 참담함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한 임금은 1달러라고 했다.
‘가죽옷을 입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노동착취라는 단어가 입에 맴돌 때, 어떤 젊은 처자의 혀를 차는 혼잣말에 가슴이 쩌르르 했다.
‘그곳이 지옥이어도 가족과 함께 하는 곳은 낙원이리라. 저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한 번 더 유구무언! 그렇게 맘속으로 작별기도를 했다.
<코르크 나무(굴참나무?)와 목장. 모로코는 세계적인 코르크 생산국이라 했다>
<손바닥 선인장 울타리>
<<워렛꽃>
<패스의 행궁. 이 7개의 문 앞에서만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천연 염색장 테러니>
<소중한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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