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칼을 움켜 쥔 병사들이 사군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계백 장군을 알아보지?”
“글쎄…. 아아, 참! 이러면 어떨까? 여기에 쥐와 닭이 왔다 했지? 설문대 할망이 주신 약초와 부싯돌로 그것들이 어디 있는 지 살펴보자. 그러면 계백 장군이 어디 계시는지를 알 수 있지 않겠어?”
“그래, 맞다. 그러면 되겠구나.”
세민이의 말에 구름이가 맞장구를 쳤다. 둘이는 곧 약초 한 가닥을 꺼내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역시 파르스름한 불꽃이 일고 약초에 불이 붙었다. 한 가닥 연기가 피어올라 회오리치며 돌았다. 그리고 눈앞에 쥐와 닭이 보였다.
갑옷을 차려입고 장검을 찬 어떤 장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쥐와 닭이 하는 말도 들렸다.
“오늘부터 최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그래, 계백 장군이 자신의 가족을 죽게 하는 거야. 그러면 하늘을 찌르는 원한과 고통, 피울음이 생기겠지? 히히히!”
“그래, 바로 그거야. 그 원한과 고통, 피울음은 바로 우리들의 맛있는 음식이 되고…. 히히히!”
쥐와 닭의 말은 듣기에 오싹하고 눈과 입에는 섬짓한 웃음이 서렸다.
“저 분이 바로 계백 장군이시구나. 쥐와 닭이 뒤따르는 걸 보니 말야.”
“그래, 틀림없어. 그렇다면 우리도 빨리 뒤쫓자.”
구름이와 세민이는 약초에서 피어올라 회오리치는 연기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어느덧 사방이 어두워지고 오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령의 마을처럼 썰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어느 커다란 집 앞에 이르렀다. 계백 장군이 그 집으로 들어가고 쥐와 닭이 뒤따라 들어갔다. 구름이와 세민이도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 날은 바로 660년 8월 18일(음력7월 7일)이다. 계백 장군이 이끄는 백제의 5천 결사대가 5만의 신라군과 싸우러 나기기 하루 전 날이다.
계백은 무왕이 임금일 때 부여군 충화면 천등산 자락에서 왕족인 부여씨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글을 읽고 무예와 병법을 수련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에 부여승(承)이라 불렀다. 성씨인 부여는 백제 왕족의 성씨였다.
나중에 벼슬길에 올라 이름을 계백이라 했고, 지금의 충북 괴산군인 가잠성의 성주를 지냈다. 신라와의 전쟁에 참전하여 큰 공을 여러 번 세웠다. 벼슬이 제2품계인 달솔에 올랐다. 백제의 벼슬이 16관등이었으니 2품계는 높은 자리다.
계백은 부하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용감무쌍하면서도 너그러워 신망이 높았다. 믿고 따르는 자가 많았다.
집에 들어오면 인자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였다.
“아버지, 아버지!”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좋아서 갑옷도 벗지 않은 아버지를 안고 돌았다. 아버지의 안 괴춤에는 엿이나 떡 같은 먹을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평소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눈에는 핏발이 서고,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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