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고구려몽둥이-8

운당 2014. 7. 7. 08:39

8. 박작성과 일보과

 

배댈 박(), 사를 작()의 박작성이다. 그러니까 배를 대고() 불을 밝혀() 압록강유역을 지키는 산성이 박장성(泊灼城)이다. 보장왕 7(648) 당나라의 침입 때 산을 이용하여 요새를 세웠고, 압록강으로 튼튼하게 막혀 함락시키지 못하였다.’는 바로 그 성이다.

중국은 지금 그 박작성을 호산장성(虎山長城)이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만리장성의 끝은 산해관(山海關)인데 이 박작성까지 지도의 선을 더 늘린 것이다. 고구려 산성을 허물고 중국식 장성을 쌓은 것이다. 엿가락을 늘이건 줄이건 엿장수 맘이긴 하지만 바로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역사 왜곡이다.

왜곡, 조작, 사기는 한국 쥐닭족(鼠鷄瘯)정권의 전유물이고 특기이기도 하니 굳이 중국을 나무랄 일만도 아니지만, 수만리 길을 돌아와 옛 조상의 땅에서 기가 막힌 현실을 받아들인다.

중국은 그렇게 만주벌판을 동북평원이라 하고 그곳에 동북 3성을 두었고, 백두산은 장백산, 동해는 일본해라고 한다.

그리고 고립에 처한 북한을 동북 4성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다. 북한의 장성택은 친중파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처형과 친중파 축출은 중국예속에 대한 북한의 일정한 선긋기라고도 한다. 죽건 살건 자존심하면 북한 아닌가?

그럼 한국은 어떤가? 이번에 시진핑이 3크기의 조자룡 그림족자를 닭()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봉황이 닭에게 한 일이니 그 깊은 뜻이야 우리 참새가 어찌 알랴?

하지만 삼국지의 영웅, 그 의리의 표상 조자룡의 그림 선물에는 너는 영원히 중국에게 충성을 바쳐라. 그게 의리다라는 속셈이 담겨있을 지도 모른다.

뜻글자를 쓰는 중국이다. 그들은 글자와 그림에 속뜻을 담아 표현해왔기 때문이다.

존엄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것까지 하찮은 백성이 딴죽을 거느냐고 핀잔하겠지만, ‘황공스런 선물에 멸사봉공의 의리를 다하겠다혈서후다닭거리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다. 하긴 쥐닭족에게 무얼 더 바랄 것도 없지만.

더하여 아무런 힘도 없으니 누구에게 무슨 말을 또 하겠느냐?

아무튼 못난 후손인 나그네는 박작성 한 켠 풀숲에 쪼그려 앉아 고구려 산성의 흔적을 바라본다. 그러다 만고 역사도, 개인의 슬픔도 한낱 꿈이라는 생각에 훌훌 털고 일어선다.

 

이 박작성 절벽 아래쪽에 한 걸음만 내딛으면 북한땅 어적도(於赤島)로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이곳만큼은 그 좁은 수로를 철조망으로 막아놓아 일보과(一步跨)라기보다 금족과(禁足跨).

그래도 일보과라는 표지석과 지척이 천리라는 지척(咫尺) 두 개의 표지석이 나그네에게 한 걸음이 천리요, 또 만 걸음이 지척이라는 희망을 준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그렇게 맘속으로 한 걸음 금족의 땅을 내딛어 보고 일보과와 작별한다.

 

압록강변 도로를 달려 단동으로 간다. 압록강 유람, 옛 동이족의 흔적이 서린 박작성, 이성계의 일화가 남은 위화도까지 보았으니, 이제 여행 일정도 마무리다.

저녁은 규모가 큰 북한 식당의 5층 방에서 예쁜 북한 처자들의 노래와 춤, 그리고 독한 북한소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에도, 단동에도 어둠이 내린다. 그러잖아도 시커먼 모습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가 마치 어둠의 괴물 같다.

팽팽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큼지막한 쇠팽이 치는 소리다. 압록강변 광장에서 중국인들이 한가롭게 저녁을 즐긴다.

북한 처자들이 정말 아름답데.’

어야! 북한에서 제일 못생긴 처자들이 이곳에 왔다네.’

나그네는 그런 동문서답으로 하루를 무심히 마무리 한다.


<박작성은 호산장성이 되었다>

<천혜의 요지, 고구려 산성이었던 박작성>

<조선족들의 공연>

<한걸음만>

<지척이 천리인데>

<고구려 성터 흔적>

<장성에 갇히고 동북공정에 갇히고>

<엿장수의 엿늘리기>

<위화도>

<단동의 아침>

'나라 밖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포모 여행기 1  (0) 2014.11.10
고구려몽둥이-끝  (0) 2014.07.08
고구려몽둥이-7  (0) 2014.07.06
고구려몽둥이-6  (0) 2014.07.05
고구려몽둥이-5  (0)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