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고구려몽둥이-7

운당 2014. 7. 6. 09:28

7. 압록강 유람선

 

이리 저리 방향을 바꿔 한참을 달리니 강 하나가 나타나 압록강(鴨綠江)으로 들어간다. 비류수가 마침내 압록강이 된다고 한다. 저만큼 수력발전소도 보인다. 중국과 북한이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쓰는 압록강 4개의 발전소 중 하나라 한다.

이 압록강에는 200여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4개만 중국 소유고 나머지는 다 북한 소유라 한다.

압록강의 한자가 오리압(), 초록빛록()이다. 물빛이 마치 청둥오리 머리 빛처럼 푸르다고 붙여진 이름 아니겠는가?

그 출렁여 흐르는 짙푸른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쪽은 민둥산이요, 중국 쪽은 밤나무가 온통 지천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토질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달리는 차의 닫힌 창문으로 무슨 향기랴? 하지만 마음이 답답하니 밤꽃생각만으로도 숨이 훅 멎는다.

그렇게 자생밤나무가 커서 주먹만 한 밤알이 주렁주렁 열린다는 산기슭과 강 건너 민둥산을 두 개의 눈으로 보며 마침내 압록강변 유람선 선착장에 이른다.

한글 간판도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중국식을 먹고 승선장에 줄을 선다. 한국인은 우리뿐, 대부분 중국인들이다. 언어의 뜻을 4성으로 표현타보니 소리가 커지고 그래서 왁자지껄 활기차게 들리나보다. 서로 먼저 유람선에 들어가려는 빠른 발놀림도 사람 사는 모습이다.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건지, 포기한 건지, 아님 질서의식이 생긴 건지, 길에 나서보면 무표정이긴 하나 줄서기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이다. 걸핏하면 눈 부라리는 쥐닭족(鼠鷄瘯)의 호통에 주눅이 들어서일까?

아무튼 요즈음 나그네도 기죽고 풀죽어 산다. 살아도 반 시체라는 말처럼 세상살이에 희망도 흥미도 없다. 똥 뀐 놈이 성질낸다고, ‘댓똥령소리만 나오면 곧바로 고발, 징계는 기본이요 파투(破鬪), 파장(罷場) 등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쥐닭족(鼠鷄瘯)의 어깃장과 으름장, 협박, 공갈에 날마다 절망이다. 절 싫으면 중보고 떠나라 한다지만, 정말이지 파장(罷場)의 수수엿 장수처럼 별 볼일 없는 세상에 무슨 낙이 있으랴?

아무튼 중국인들의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모습에 나그네는 기가 죽어 위화도(威化岛)에 이어 큰 섬이라는 어적도(於赤岛)를 둘러보는 유람선에 오른다.

그리고 곧바로 압록강 푸른 물결 따라 낙원을 본다. 빨래하고 머리 감는 아낙네와 아이들, 고기 잡는 남자, 흰구름 아래 한가로이 풀 뜯는 염소, 자전거 타고 순찰하는 병사, 소몰이 목동, 통통배로 압록강을 건너 마을로 가는 사람들.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고 행복이다.

북한은 자유가 없고, 못 먹고 못 산다고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어딘들 다르고, 다르면 또 얼마나 다를까?

5만 원 권은 기본이요, 권력층과 재벌들은 귀하다는 구권 만 원짜리까지도 십 수억씩 장롱에 쌓아놓고 산다한다. 미국, 호주 등에 집과 농장도 있다 한다. 스위스 은행, 페이퍼컴퍼니도 기본이다. 그래서 그들 때문에 한국인들은 낙수효과로 덩달아 부자이고 행복한 건가?

그러니 힘없고 못 사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문득 허름한 옷차림으로 고기 잡고, 빨래하고 미역 감으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을 구경거리로 보는 게 부끄러워진다. 알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인다. 나그네는 눈을 둘 데 없어 망연자실 고개를 숙인다.

그걸 감추느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왁자지껄 흥겹게 얘길 나누며 노모의 사진을 찍어주는 중국인 여인에게 창가 자리를 내주고, 더하여 스마트폰까지 받아들어 서투른 중국말로 이얼싼!’ 두 모녀의 활짝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다.

낙동강 오리알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이곳 압록강 오리알도 유명한가 보았다. 물에다 오리알을 담가놓은 유리병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보관하면 깨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리알이 중국말로 뭐냐니까 야단(鸭蛋)이라고 한다. 점심 때 먹은 소금에 절인 오리알은 너무 짜서 혀를 내둘렀는데 그건 샌야단(咸鸭蛋)이란다.

남과 북, 중국 사람들이 저렇게 압록강 오리알처럼 둥글둥글 옹기종기 함께 어울려 살면 오죽이나 참 좋을까? 내릴 때도 시끌벅적한 그 중국인들 틈에 끼어 압록강 유람선과도 작별을 한다.


<어적도를 둘러보는 압록강 유람선 선착장, 산에 밤꽃이 하얗게 피었다>

<중국인 여인>

<조개잡이>

<투망>

<풀 뜯는 염소와 아이들>

<빨래하고 머리 감고>

<농가. 옥수수가 한창 자라고 있었다>

<사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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