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통하
통화에서 백두산에 이르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비류수가 흐르는 통하를 이른 아침에 출발, 중간에 고구려 휴게소에 잠시 들려 지역특산품과 우의 등을 구입 했다. 화장실 사정상 2칸짜리 재래식 위생실(衛生室)은 여성들께 양보하고, 중국 한자 위(衛)자의 간자가 마치 한글 고(卫)자처럼 보여 위생실(卫生室)을 고생실로 읽으며 도처가유변소(道處街有便所)를 실감한 뒤, 구불탕 비포장길을 가로지르며 4시간여를 더 달렸다.
마침내 평지가 나타났다. 백두산이 우뚝 솟아 만들어 놓은 분지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이 한창이다. 아파트, 호텔 같은 건물도 우후죽순처럼 솟고 있다. 중국이 백두산 천지생수로 돈을 벌고, 주변을 난개발로 파헤친다는 말이 맞나보다.
하지만 희대의 조작사기꾼 쥐닭(鼠鷄) 토건족이 파헤친 4(死)대강의 한국은 유구무언 아니겠는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설마 천지물이 줄어들거나 백두산이 침하되기야 하겠는가? 하긴 그 전에 대폭발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쯧쯔! 걱정도 팔자다. 소망하던 곳에 왔으니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자.
장엄하면서도 선이 고운 아름다운 산이다. 마침내 저만큼 백두산이 보이는 서파관문에 들어섰다.
백두산! 이제 중국의 장백산이 되어 대대적인 개발을 통해 관광지로 만들고 있는 산!
한국인이 중국 땅을 밟아야만 갈 수 있는 산!
하지만 북방 기마민족을 조상으로 둔 후손에겐 언제까지나 영원히 백두산일 수 밖에 없는 조상의 영산이요, 성산이다.
백두산 천지는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호로 세계 어디서도 보기 드믄 영지(靈池)다. 기후가 급변하여 백 번 가면 두 번 볼까 말까 한다는 우스개말이 있는 곳이다. 깊은 곳의 수심이 384m라는 그 신령스런 천지 못을 보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백두산을 오른다.
그런 감격으로, 해발 2천m의 고지에서 가슴은 토할 듯 울렁이고 숨은 터질 듯 했지만, 그런 사유로 쓰러진들 어떠랴? 설령 더 심한 일이 일어난들 어떠랴?
그렇게 끝내 푸른 천지를 내려다보며, 그 너머 한반도를 바라보는 눈 가에 이슬이 맺힌다. 우는 게 부끄럽지도 않았다.
<이름으로만 남아있는 고구려>
<백두산 서파관문>
<백두산 안내판>
<백두산을 향해>
<눈과 두견화>
<멀리 북만주평원을 보며>
<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