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상해 그리고 황산과 항주-1

운당 2013. 8. 19. 07:41

<기행기>

 

상해 그리고 황산과 항주

 

덥다. 낮이 34~5도라 한들 뾰족한 수 없으니 그냥 견뎌야하고, 더 큰 문제는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다. 아무튼 해마다 날수가 느는 이 열대야에 익숙지 않으니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맞는 두려운 밤이다.

2013810, 염천이고 열대야고 다 버리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니 중국 상해까지 1시간 40분 남짓이다.

상해가 제주도보다 더 남쪽이니 덥지만, 습도가 적어 그늘에서는 견딜만했는데 또 더 더운들 어쩌랴? 여행 목적인 상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절강성의 황산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니 버스로 6시간여다.

 

하룻밤을 자고 참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먹는다는 말처럼 줄서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했다.

차창 밖 산마다 소나무 대신 대나무가 우거졌다. 황산시를 벗어나 1시간 남짓 그렇게 대나무가 우거진 산과 산을 지나 황산에 이른다.

너른 땅 중국의 천하 절경이라는 황산이다. ‘황산을 보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등정황산 천하무산(登頂黃山 天下無山), ‘황산을 보면 다른 산은 눈에 안 찬다는 말이다. 명나라의 여행가 하객(霞客) 서굉조(宏祖)오악귀래불간산(五岳歸來不看山) 황산귀래불간악(黃山歸來不看岳)’ 오악을 오르면 다른 산은 눈에 들지 않고, 황산을 오르면 오악도 눈에 들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또 청나라 때 조사길(趙士吉)은 황산의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 온천(溫泉)’을 사절이라고 칭송했다 한다.

더 이상의 황산찬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올려다보면 신비롭고, 바라보면 아름답고, 내려다보면 아득하다.

케이블카 역인 송곡암참에서 101인승 케이블카로 단하참에 올라 하늘을 향해 솟구친 봉우리 봉우리에 손을 내밀어본다. 그리고 그 단하참에서 서해대협곡을 향해 내려간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절벽에 휘감기듯 걸려있는 돌계단을 떨리는 발로 더듬으며 그저 한 그루 나무거나 한 조각구름이 된다. 기둥도 없이 천길 벼랑에 붙여놓은 바위 계단이 처음엔 무섭다가 나중에는 그저 무감각이다. 그렇게 1시간 40여분 원숭이 재주 부리듯 벼랑길을 더듬어 서해대협곡 꼭대기에서 골짜기 아래 배운계참에 이른다.

그 배운계참에서 다시 삭도를 타고 천해참으로 올라 그러고도 또 한동안 돌계단 비탈길을 오르니 마침내 1860m 광명정, 황산의 두 번째 봉우리란다. 이왕이면 눈앞 1864m의 제 일봉인 연화봉, 그 옆 거북이 한 마리를 등에 올린 입 큰 물고기 모양의 널찍한 바위 오어등도 딛고 싶으나 아름다움은 눈앞에 있지 발아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눈 맞춤으로 만족이다.

광명정과 나란히 있는 연단봉에서 연화봉 뒤쪽의 제 31810m의 천도봉을 바라보며 연화봉, 광명정, 천도봉이 이루는 삼각형의 중심인 천해와 동서남북 네 곳의 운해를 가슴 가득 안는다.

다시 힘든 걸음을 백아참으로 옮겨 하산의 케이블카를 타고 버스가 기다리는 운곡사참에 이르니 이제 황산을 두 팔로 안아본 셈이다.

천하에서 천상의 아름다움과 기운을 한꺼번에 취한 것이다. 손가락에 침을 뱉어 세는 돈이지만 세상사 좋음에 돈을 추가한다. 돈이 좋긴 좋다. 이 황산을 그렇게 한 나절에 오르락내리락, 다시 또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디딜 수 있으니 말이다.

 

황산을 내려와 황산시의 명청대 거리라는 노가 거리를 둘러본다. 중국도 과거의 것을 다 부셔버렸으니 이제 박제가 된 어항 속 과거가 관광객을 맞는다. 한 두어 가지 값싼 물건을 사고 나니 명청의 천년세월이 10여분의 시간으로 훌쩍 지나간다.

 

치우 천황에게 쌩오줌을 싸가며 혼이 난 헌원이, 역시 치우 천황으로부터 황제라는 제후직을 받은 뒤 잘 살다가 이곳 황산에서 죽었다 한다. 황산 온천수에 목욕하고 동자로 탈바꿈한 뒤, 하늘에 올라 신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자고 신선이고 뭐고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그 좋다는 온천욕은 죽을 시기에 이를 즈음으로 미루고, 천여미터의 수직 절벽에 놀란 다리의 피로를 풀 겸, 중국에 가면 으레 밟는 발마사지 체험으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황산을 다 내려놓는다.

 

<황산 들머리, 온통 대나무숲이다.>

<이 산수화의 물은 어디 있을꼬?.

<절벽에서 절벽을 내려다 본다>

<기둥도 없는 돌계단을 구름 밟듯 내려오는 이름모를 두 선녀>

<숨바꼭질 하듯 벼랑을 돌아 내려간다>

<돌구름 사진대, 쳐다만 보았다 >

<잘도 깎아 놓았다>

<마침내 서해대협곡 아래 배운계참에서 삭도를 타고 천해참으로 오른다>

<절벽에 붙어있는 돌계단, 저길 내려왔다는 게? 대단하다.>

<삭도에서 본 서해대협곡>

<왼쪽은 천도봉, 가운데 연화봉, 오른쪽은 오어등>

<이름 모를 중국 여인, 니하오 쎄쎄>

<입큰 고기 오어가 거북일 등에 업은 오어등>

<명청 천년의 세월이 담긴 노가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