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fan
Cloud H Kim
<무등산 광석대, 클라우드 킴이 이곳 주상절리대 스톤 게이트로 들어가서>
<시무지기 폭포, 이곳으로 나오다>
“클라우드 킴이 요 며칠 전활 안 받는다.”
“그러게 말이다.”
지난 해 12월 이후, 이름을 영어로 개명하고, 다섯 달 동안 쏘다녔으면 말지, 또 무슨 분심이 났을까? 싶다. 자기 나라도 아니면서 말이다.
“한 권도 아닌 10권짜리 대하동화를 쓴다던데, 자료 조사하러 갔을까?”
“글쎄, 하여간 오늘은 일단 사무실에 가보자.”
그렇게 해서 우린 클라우드 킴 사무실로 몰려갔다. 그런데 문이 꼭 닫혀있다.
“무슨 연락도 없이, 이게 무슨 의리냐?”
우리가 성질이 나올려는 걸 꾹 참으며 지붕 쫒던 개 달구똥구녘 쳐다보듯 망연자실 할 때다. 자연 친구가 사무실 문틈에 끼인 쪽지를 찾아낸다.
“오늘쯤 올 줄 알고 몇 자 남긴다. 오이삼삼 집에 있다.”
무슨 아침부터 막걸리 집이냐? 그 낯짝 반반한 오이주모에게 푹 빠졌다냐? 그럴 클라우드가 아닌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우린 오이삼삼 집으로 또 몰려갔다.
“인제 오냐? 컬컬한데 한잔씩들 넘겨라. 이거 고흥 유자 막걸리다. 이건 다도 솔잎, 이건 해남 고구마, 이건 진도 울금, 또 이건 보성 녹차막걸리다. 내키는 대로 마셔라.”
“아따, 클라우드 킴! 너 막걸리 장사 하냐? 이거 웬 떡 아니, 웬 막걸리냐?”
“어른께 예의를 갖추면 자다가도 떡! 아니 막걸리를 얻어 마신다. 그냥 마셔라. 기분 좋게 취하고 몸에도 좋다.”
“그나저나 이 무슨 조화냐? 알고나 마시자.”
맘대로 술병 골라서 하얀 사기그릇에 콸콸, 대폿잔으로 목구멍에 또 콸콸, 그렇게 한 잔씩 들이키고 우린 클라우드 킴을 쳐다봤다.
“궁금하냐?”
“그렇다.”
“그럼 오백원 대신 왕대포 한 잔씩 더 발사해라. 술끼가 조금 있어야 듣는 얘기맛이 씹는 안주다.”
우린 그래서 왕대포를 한 잔씩 더 뱃속에 발사하고, 클라우드 킴의 안주를 먹게 되었다.
“이게 뭔 줄 아냐?”
“그거 부채 아니냐?”
“그렇다. 그러나 평범한 부채가 아니다. ‘magic fan’이다.”
“magic fan?”
“맞다. 진짜, 정말, 확실한 요술 부채다. 너희들 방금 마신 술도 다 이 magic fan 덕분이었다.”
클라우드 킴의 그날 얘기 골자는 이러했다. America Nude Beach 다녀온 뒤, 무등산엘 올랐다 한다.
“너희들, 무등 산 뒤쪽에 있는 시무지기 폭포와 광석대에 가봤더냐?”
“나 60년을 살았지만, 시무지기나 광석대는 들어보질 못했다.”
“말로는 들었다, 맨 날 무등산 가슴쪽만 올랐지, 엉덩짝은 가보질 못했다.”
“그래서 너희 나라 민초들이 고생하는 거다. 좋은 거 있음 뭐하냐? 바보같이 줘도 못 챙기니, 쥐나 달구새끼 종자들이 너희를 노예로 취급한다. 공기놀이로 갖고 논다. 하여간 얘기나 들어라.”
클라우드 킴이 죽을 등 살 등 힘들게 무등산 엉덩이 쪽을 Grab하며 광석대에 올랐을 때다. 참, 광석대는 입석대, 서석대와 더불어 약 7천만 년 전에 생긴 무등산의 3대 주상절리대(柱狀節理帶)다. 용암이 분출 후 수축하며, 단면이 5각이나 6각형의 기둥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클라우드 킴이 그 광석대에 도착하자, 갑자기 눈앞의 6각형 바위가 스르르 문처럼 열리는 게 아닌가? 클라우드 킴이 누군가? 망설임 없이 그 Stone Gate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유석 동굴처럼 기기묘묘한 풍광을 구경하며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큰 구멍이 나왔다. 그러자 그냥 미끄럼틀 타듯 스윽 몸이 미끄러졌다. 한참 뒤, 마침내, 쿵! 소리도 없이 클라우드 킴의 몸은 부드럽게 착지를 했다. 손연재의 그 아름다운 착지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하여간 그곳은 굉장한 곳이었다. 금은보화가 널려 있었는데, 그것들에 의해 동굴은 무지개빛이 서리고 대낮처럼 환했다. 하지만, 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다. 그곳은 뿔 돋은 험상궂은 도깨비들이 우글거리는 도깨비굴이었다.
“너 누구냐?”
클라우드 킴이 붙잡혀 심문을 받게 되었다.
“클라우드 킴이다.”
“생긴 것은 Korea국 놈인데, 이름은 꼬부라졌구나.”
“그렇다. 하지만 양놈은 아니고 난 망민이며 유민이고, 그리고 자유민이다.”
“거참 헛갈리고나. 하여간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다. 가진 것 다 내놔라.”
“가진 것이라곤 알 두 개 달린 거시기 밖에 없다.”
“그래도 봐야겠다. 여봐라. 저 자유민이라는 클라우드 킴의 하의를 벗겨라.”
하는 수 없이 클라우드 킴은 치욕적으로 하의를 벗기우고 말았다. 군대 훈련병 때 점호시간에 조교의 빳다 찜질과 협박에 못 견뎌 강제적으로 벗은 뒤, 두 번째의 일이다.
“거시기가 별것 아니구먼.”
도깨비도 그 조교놈처럼 비웃더니만, 느닷없이 하의랄 것도 없는 자신의 앞가림 헝겊 쪼각을 훌러덩 치웠다.
“봐라. 거시기란 이 정도여야 한다.”
“지랄하지 말라. 넌 큰 도깨비니까 큰 게 필요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런 큰 거 필요 없다. 쓸 데도 없다.”
아무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나, 실베스타 스텔론을 서너 개 합쳐놓은 게 도깨비다. 그리고 거시기는 마치 야구 방망이다. 생각해 봐라. 그 큰 물건을 어디다 쓰겠느냐?
그래서 클라우드 킴이 전혀 도깨비 거시기에 욕심을 안내고 잠시 주위를 살필 때다. 빨가벗은 도깨비 아이들이 부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커져라, 커져라!”
그 부채로 자기 고추를 향해 부채질을 하며 중얼 거렸다. 아, 그러자 고추가 죽죽 커지는 것이다.
“줄어라, 줄어라!”
아, 이번엔 반대로 줄어드는 것이다.
‘저것이 바로 magic fan, 요술부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다.
“야, 그 부채 이리 가져와라. 이 별 볼일 없는 거시기 놈에게 부채질이나 시켜야겠다. 아, 덥다.”
그래서 클라우드 킴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도깨비에게 부채질을 시작했다. 한참 그럴 때다.
“영화 상영 시간이다.”
동굴을 울리는 확성기 소리와 함께 한쪽 벽이 스르르 영사막이 되었다.
“이 쪼깐한 거시기 밖에 없는 놈아! 넌 행운아다. 이 영화는 우리 도깨비들이 찍어서 도깨비만이 볼 수 있는 거다. 물론 귀신놈년들에도 자기들 영화가 있지만, 영사기도 구식이고 필름도 18mm다. 우리 도깨비 것은 말이다. 입체 시네마스코프와 3D를 넘어 4D다. 완전 입체요, 실체 영화란 말이다. 너, 클라우드 킴이라 했제? 이름 구부러진 놈아! 너 오늘 진짜 횡제 하는 거다.”
진짜 도깨비들의 영화는 참으로 대단했다. 그 영화는 여러 가지 장면이 혼합된 일종의 옵니버스, 다큐 영화였다. 그러니 더욱 생생하게 실감이 났다.
그 장면들 몇 개만 간략히 소개 하겠다.
제 1장면은 태반이 가짜가 아닌, 태반이 진짜라는 태진아라는 가수놈이 어떤 여인과 놀아나는 장면이었다. 그러다 미국으로 도망가는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제 2장면을 보며 클라우드 킴은 벌떡 일어서 외쳤다.
“아, 이제보니 저것이 사실이구먼, 왜 견찰과 떡찰은 규명을 못할까?”
그렇게 클라우드 킴의 분심을 일으킨 두 번째 장면은 조옷 뭐시라는 신문사의 회장 아버지와 사장 아들, 그 피를 함께한 두 부자가 한 여인을 상대로 기가 막히고 모범적인 패륜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말 도깨비들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저런 19금 중에서도 가장 싸가지 없는 패륜 장면의 생생한 영화를 새끼 도깨비들한테 마구 보이다니 말이다. 역시 인간보다 하급이 도깨비인가 보다 생각할 때다.
“우리 도깨비들은 너희 저질 인간들처럼 저런 추접스런 짓거리를 해선 안 된다고 교육 차원에서 널리 보급하고, 보여주고 있다. 야! 저질 인간, 클라우드 킴! 영화 보는 것도 좋지만 부채질 더 빨리 해라.”
도깨비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싶어 클라우드 킴은 더 빨리 부채질을 했다.
다음은 제 3장면이다. 건설업자 윤 머시기와 김 아랫도린가, 하의인가 등 법무차관 등이 집단 출연하는 홀라당 파티의 휘황찬란한 영상이었다.
‘아니, 저렇게 영상이 선명한데, 어째 동영상이 흐릿하다고 할까? 촬영기 팔아 먹을 때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알아서 쭈욱 화질 좋다고 침 마르게 선전하면서.’
클라우드 킴이 그리 생각할 때 또 도깨비가 신경질을 냈다.
“야. 이놈 저질 인간아! 너도 견찰, 떡찰이라고 욕했잖느냐? 너희들 인간은 다 저리 변태색골로 음흉하고 저질이며, 협작 사기에, 부패 비리로 돈 밖에 모르는 버러지들이다. 부채질 더 빠르게 해라.”
클라우드 킴은 도깨비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고백하노니, 죄라면 노태우 생가와 19만 원짜리 희귀종 낙지인 전두환 조상 묏똥 옆에서 오줌 싼 경범죄가 전부다. 아, 쥐새끼가 광주 왔을 때도 지나갈 때 골목에서 오줌을 싼 것이 또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막걸리를 마신 생리현상이니, 막걸리 주조장 사장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 생각이 들자, 클라우드 킴은 단연코, 분연히 일어나 외쳤다.
“이 개떡보다 못 생긴 종자 도깨비야! 저런 선명한 화질의 영상이 있으면, 저질 인간들에게 넘겨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을 중흥시키는 데 쓰라고 해야지, 어찌 너희들만 즐긴단 말이냐? 나, 클라우드 킴은 네 놈에게 당당하게 결투를 요청한다.”
그랬더니, 도깨비들이 갑자기 모두 일어나 클라우드 킴 앞에 꿇어 엎드렸다.
“오! 신이시여! 저희들에게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실 분은 오직 신 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용서하시고 소원을 말씀 하십시오.”
“좋다. 난 지금, 바로 즉시, 현재에 너들이 말하는 저질 인간세상으로 가야겠다.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하나는 저 선명한 4D 영상물을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쓰잘데기 없는 부채의 소유권을 세금 없이 즉시 이전하라.”
“예! 클라우드 킴 신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아무튼, 하여간에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클라우드 킴의 얘길 듣고 우리는 모두 흥분을 금치 못했다. 4D 영상이 궁금했지만, magic fan이 더 반가웠다.
“야! 클라우드 킴! 그 magic fan 효과 좋냐? 쑥쑥 커지냐?”
“물론, 개구리 운동장이다. 내가 실험해봤다. 아주 성능이 슈퍼 울트라 맥심이다. 커진 현물을 한 번 직접 볼래?”
클라우드 킴이 벌떡 일어나 하의를 벗을 태세다.
“아서라. 넌 하의김인가, 하기김인가 하는 법무차관이 아니니까 참아라. 안 보아도 비디오다. 다 알겠다. 클라우드 킴 너를 안 믿고 어떤 종자를 죽이겠냐?”
아무튼 글이 너무 길면 재미없으니 이제 종결로 들어가겠다.
그날 우린 그 magic fan 덕분에 종이, 나침반, 화약, 망원경과 함께 세계 5대 발명품인 막걸리를 종류별로 다 맛 볼 수가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거시기를 집단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그것도 야구방망이가 아닌 알맞은 크기로 말이다.
“나, VIP! 특별히 좀 봐주라마. 돈은 얼마든지 있다마. 크게 해주면 안 되겄노?”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른다. 확인은 안 되지만 아마 국정원 댓글녀의 스파이 짓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피박이란 놈이 잽싸게 오이삼삼 집까지 촐랑대고 찾아와 사정을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킴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놈아! 니놈이 쌩 고집 부려서 썩어버린 4대강 물이나 마시고 속 차려라. 어디 그게 강이냐? 이 오살놈아. 그리고 그거 키워서 뭐할래? 자칫 여러 각시 응급실행 시킨다. 이 잡놈아!”
그랬더니 대답이 또 역사의 기록문이다.
“아따마, 내 싸랑하는 옥썩 여사와, 낙찌 각시, 그리고 달구똥구녘을 비롯, 여러 여인의 머시기를 키우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서 괜찮다마. 그러니 살짜기 어찌 해보자마. 내사마아, 뒷돈 찌르고마. 글고마 이건 일자리 창출 30만내지 50만, 경제유발 효과도 3~5백조에 이른다마, 안하믄마 너 클라우드 킴! 역사의 죄인 되는 거 아니것노?”
“그래, 내가졌다. 너희 나라 버러지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시작하자. 이번 선전기간에 한해서 아주 도매금으로 너 쥐와 낙지일족, 달구와 딸랑이들까지 함께 싸비스로 해주마.”
마침내 클라우드 킴은 magic fan을 꺼내 주문을 외웠다. 그래서 아마 지금도 그 쥐와 낙지, 달구똥구녘들의 거시기랑 머시기가 함께 커지고 있을 거다. 그 크기가 동해가 될지, 태평양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설령 알아도 상관치 않을 거다.
아참! 그건 그렇고 또 한 가지 클라우드 킴이 그 광석대 굴에서 떨어진 뒤 나온 곳이 바로 시무지기 폭포다. 그래서 이번 주에 비가 오고 나면 그 시무지기 폭포에 가기로 했다. 세 무지개도 보고 물도 맞고, 또 그것! 4D!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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